유쾌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논리적인 태클을 걸지 않길 바란다.
말이 되네, 안되네 안따졌으면 좋겠다. 그냥 소설속에 몰입해서 즐기면 그만이다.
그러면 꿈과 환상의 축구이야기가 펼쳐진다. '산호와진주'라는 다소 생소한 출판사에서
펴낸 스포츠 소설 <축구이야기> 얘기다.
소설의 여러 장르중에서 특히 스포츠소설은 성공하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일단 대상 스포츠가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어야 할텐데 대부분의 스포츠가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야구나 축구같은 인기스포츠가 아니라면 독자
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이 소설은 다행히도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다루고
있긴하다. 하지만 역동적이고, 쉬지않고 90분간 움직여대는 축구경기를 흡입력 있는 글로
표현해 낸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작가 JOON은 성공
적인 글쓰기를 해냈다. 지루하지 않고, 현란한 축구기술을 박진감 있게 표현해 냈다.
원작은 e-book 이라고 한다. 종이책에 앞서 공개된 e-book은 다운로드수 무려 10만건을
기록하며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무려 열권의 분량으로 장편소설임에도 네티즌들의
검증을 거쳤다. 주인공 '전'이 군대에서 배운 막축구를 계기로 잠재되어 있던 축구 자질을
발견하게 되고, 우연한 계기로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 입단하여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기량을 펼쳐나간다는 내용이다.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다. 한국이 배출한 최고 축구스타인
박지성이 월드컵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 유럽리그에 진출한 적은 있지만, 축구를 전혀
모르던 평범한 대학생이 군대에서 맞지 않으려 억지로 뛰어다니던 실력으로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위를 선양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정말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소설의 개연성을 따지고, 실현가능성을 묻지 말자는 얘기를 서두에 꺼냈던
거다.
여자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군대이야기, 축구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주인공 '전'이 축구를 접하게 된 계기가 고참들의 강요에 의한 축구
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군대를 전역한지 16~17년쯤 지났지만 오랫만에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나의 군생활을 회상하게 됐다. 우리 부대는 다행스럽게도(!) 축구가 인기있지는
않았었다. 한달에 한번 정도만 의무경기(인원수 맞추기 위해)를 치루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대신 족구와 농구에 강제 동원됐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고참들이 있어서 매 주말마다 농구
경기를 했고, 2~3명의 고참들을 위해 열명의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매번 하기싫은 농구를
했어야 했으니까. 엉거주춤한 자세로 수비를 하고있으면 고참들은 마치 보릿자루 사이를
날아다니는 물찬 제비마냥 현란한 군대기술을 선보이며 멋지게 수비를 뚫고 슛을 날려댔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내가 농구를 좋아했다거나, 흥미를 가졌었다면 아마도 매주마다 진행된
농구경기를 적극적으로 뛰고 실력도 일취월장 했을게다. <축구이야기>의 주인공 '전'처럼
말이다. '전'이 FC바르셀로나에서 세계적 스타들인 빅토르 발데스, 헤라르드 피케, 카를레스
푸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리오넬 메시, 보얀 크르키치, 티에리 앙리,
세이두 케이타, 가브리엘 밀리토, 에리크 아비달, 야야 투레 등과 함께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것은 순전 대한민국 군의 역할이 컷던 것이다...흠..
어려운 스포츠 소설을 흥미있게 이끌어가는 실력은 인정할수 밖에 없다. 독자들도 심각하지
않게 즐기면서 소설을 읽다보면 축구의 매력에 빠져들것 같다. 무엇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이 작품을 써왔다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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