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도 몇번에 걸쳐 내가 '자기계발' 분야 도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 한
적이 있는데, 이는 내면의 변화를 유도하는 조언이나 감동을 주는 책보다는, ~하는
몇가지 습관, 몇가지 방법, 몇가지 이유 등 겉모습만 꾸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잡기를 가르치는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건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의지와 동기부여 일텐데, 그보다는 남들에게 이렇게 보이는 법, 저렇게 보이는 법
만 나열하고, 쓸데없는 소리, 당연한 소리만 무한반복해서 책의 용량을 채우는
그런 뻔한 책들 말이다. 학창시절 공부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선생님 또는 부모님의
'공부해라, 공부해라'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공부를 스스로 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공부를 해야하는 필요성을 스스로 자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쇼크나, 자극, 감동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자기계발서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세상에 부러울것 없이 잘나가던 저자가 사업에 실패후
나락으로 떨어져 뼈저리게 느낀 자신의 실패담을 기록한 책이다보니 문장 한줄한줄
에 진정성이 묻어있고, 하다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어떤 책인지 잠시 소개해본다.
저자는 이상민, 전한길 공저다. 실패기의 주인공은 전한길씨고, 그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재기를 향한 몸부림 과정에서 기록해온 17권의 일기장을 토대로 책으로 엮은 이가 이상민이다.
저자 전한길은 대구 학원가에서 유명 강사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 좋았고, 철저한
수업준비와 열정을 다한 강의가 입소문을 타 수강생은 점점 늘어났고, 마침내 서울의 정진
학원에서 만든 온라인 교육 'J&J에듀'에서 강사를 하기도 했다. 본인 말로는 한때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와 쌍벽을 이루는 인기강사였다고 한다. 게다가 새로생긴 EBS까지 진출해 지방
대학 출신 최초의 EBS강사가 되기도 했다. 또한 EBS에서 강사들을 상대로 자체 평가에서
100여명의 강사들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학원강사가 된지 7년만에 대구 전체 수강생
1위, 온라인 강의 수강생 전국 1위, 사회탐구교재 판매량 전국 1위, EBS강의평가 전국 1위.
승용차를 바꿨고, 집을 두 채나 장만했고, 현금으로 10억을 벌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봤고, 대접해 줬으며 메가스터디에서 스카웃 제의도 들어왔으나 거절
했다. 이 시기가 정점이었다. 이당시 전한길 선생은 뭐든 본인 앞길에 실패가 있으리란걸
상상하지 못했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랬기에 이내 나락으로 떨어질 모든 준비도 갖춰진
상태였다. 이제부터 추락의 고통이 시작된다.
그 첫번째 잘못 꿴 단추는 바로 자기가 강의하던 학원을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대구에서 꽤
크고 유명하던 학원이었던 터라 그 학원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10년간 30억
을 지불하기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때까지 연 2억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고, 학원을 인수해
좀 더 투자하면 금방 손익분기점을 돌파할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쌓여있을 때
일이다. 학원을 인수하자마자 3억을 들여 낙후된 학원시설을 리모델링 했다. 그리고 또
4억을 들여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자신의 명함은 그럴듯한 '이사장'으로 제작했고, 자신
밑에 원장, 부원장 3명, 본부장, 기획실장, 교무부장등의 임원을 두었다. 이사장실은 크고,
넓고, 화려한 방으로 꾸몄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것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컷다.
그리고 학원 인수 2년만에 모든 재산을 다 날리고 20억의 빚만 떠안고 파산했다.
나름대로 성공에 대한 확신을 품고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 뭐가 문제였을까?
일단 자신감이 충만하다보니 객관적인 외부 환경이나 사업의 미래를 분석하지 못하고 감만
가지고 일을 벌였다. 학원 인수 당시 이미 그 학원 매출의 대부분을 자신이 벌고 있었다.
게다가 교육부에서 발표한 7차 교육과정에 의하면 인문계만 사회탐구 영역을 시험보도록
변경되었고, 그나마 11개 과목으로 나눠버렸다. 이전 6차 교육과정 까지는 인문계, 자연계
학생들 모두 사회탐구 영역을 응시했어야 했다. 그것도 일반사회, 윤리, 한국지리, 국사
네 과목에 불과했고, 이들 네 과목을 묶어 강의를 했기에 대구에 거주하는 인문계, 자연계
학생들 대부분이 대구에서 가장 큰 학원에서 전한길 선생의 강의를 수강했던 것이다.
그리고 학원을 인수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시설을 현대화 하면서 1,500명의 학생을 유치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7차 교육과정이 발표되자 자연계 학생들은 굳이 사탐
영역을 응시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그나마 인문계 학생들도 새로운 흐름인 인터넷 동강
쪽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1,500명 수강생을 목표로 집중 투자했지만 수강생은 420명에
그쳤다.
학원인수후 정작 투자할 부분은 강사들의 질을 높히는 작업이었어야 했다. 학생들이 학원을
선택할때 가장 큰 기준이 강사가 훌륭한가 여부다. 강의를 잘하면 입소문이 퍼져 학생들이
자연스레 몰려들텐데 저자는 엉뚱하게도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학원을 광고하는 광고비에
투자했다. 그리고 학원 직원이나 강사를 채용하는데 있어 평판이나 실력보다도, 연줄이나
믿는 사람들이 소개하는 사람들을 주로 채용했다. 이것 역시 패착이었다. 나중에 학원이
어려워지자 이들은 경쟁학원으로 수강생들을 부추겨 함께 옮겨가버린 것이다.
본인이 잘나가던 시절, 그렇게 들끓던 사람들, 아첨하던 사람들, 또 저자의 도움을 받으며
평생 잊지않겠다고 맹세하던 사람들 모두 저자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떠나갔다. 돈을
잃는것보다 믿었던 그사람들의 변절을 보는게 더 큰 아픔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값진
교훈을 얻게 됐다. 그 교훈은 고스라니 17권의 일기장에 기록되고, 그 처절하고도 부끄러운
실패담을 통해 얻은 보석같은 교훈이 이 책으로 빛을 보게 된것이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가슴에 와닿는 문구가 많았다. 그 중에 한 대목을 소개한다.
그런데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주로 경제신문을 본다고 한다. 전자는 정치나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후자는 경제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결국 사람이란 관심을 쏟는 것에서
결실을 보기 때문에, 전자는 정치나 스포츠의 달인이 되고, 후자는 경제의 달인이 된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실제 정치인, 스포츠인,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스타들이
승승장구하는 것만을 지켜보고 박수만 칠 뿐, 그들 자신이 성공하고 잘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들이 그들의 응원을 받고 성공을 하게된다. 그리고 경제
신문을 보는 이가 열심히 달리는 사이에 뒤쳐져 패배의 쓴잔만을 삼키게 될 뿐이다...
저자가 주저앉아 이같은 말만 하고있으면 그저 실패한 사람의 투정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재기를 향해 몸부림치며 희망을 잃지 않을때 이같은
기록은 피와 살이 되는 밑천이 된다. 우리가 비록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다해도,
혹은 지금 승승장구 하고있다고 해도 이 책이 주는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다.
그래서 이 책, 이웃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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