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가리지 않고 잡식성인 내 독서생활 중에도 유일하게 읽기 꺼리는 분야가 있으니
그게 바로 경영서와 자기계발서다. 자기계발서는 실제 도움되는 내용이 없이 진부한
이야기만 잔뜩 늘려 써놓는 책이 많아 흥미를 잃었고, 경영서는 원체 관심분야가 아닐
뿐더러 너무 어려운 전문분야라 거의 읽지 않고있다. 그런데 계획에 없던 경영서를 읽게
됐으니 그게 바로 아빠가 들려주는 10대를 위한 경영이야기, <아빠, 경영학이 뭐에요?>
이다. 책은 경영자문회사에 다니는 아빠가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아이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경영학의 기본 원리와 생활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경영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독자층이 초등학생~중학생쯤임을 알수있다. 거기에 덧붙여 나같은 경영학의
문외한들도 포함될 것이고~
경영학은 어렵다. 복잡한 경영이론들과 시장 사례, 외국의 사례등을 읽다보면 절로
눈이 감기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초등학생들도 이해할수 있는 수준이다보니 어렵
다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고 술술 읽힌다. 그덕에 재미있게 경영학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중 가장 공감가던 부분이 4장.브랜드와 마케팅 에서 <마트에 가면 왜 생각보다 더 많이
사게 되는건가요?> 부분이다. 아마 다들 공감하실거다. 쇼핑중에는 잘 모르지만 계산대에서
계산할때보면 항상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다. 몇개 사지도 않았는데 10만원?
나같은 경우도 가족들과 함께 마트 가는것이 일종의 나들이 개념이다 보니 매주마다 들르게
되고,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골라도 항상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영수증을 받곤 한다.
미래가 아빠에게 물어본다. "아빠, 왜 마트에가면 생각보다 더 많이 사게되는 걸까요?"
여러분이 아빠라면 뭐라고 대답해 주어야 할까?
백화점이나 마트는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모여있는 마케팅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위한 기업들의 최첨단 마케팅 활동이 집약되어 있는 곳이란 얘기다. 이곳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터다. 지갑을 열려는 기업들과 지갑을 지키면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서
나오려는 현명한 소비자들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곳이다. 여기서 소비자들을 공격하는
기업의 마케팅 기법이 공정하고, 정당한 것만 있는것이 아니라는게 중요하다. 때론 눈속임과
거짓말, 사기수법도 등장한다. 여간해선 이들의 공세를 당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소비자
들은 항상 과소비를 하며 전투에서 지고마는 것이다. 이들의 비열한 공격을 막아내는 현명한
소비습관이 절실하다 하겠다.
일단 주부들은 마트에서 파는 상품의 가격이 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모든 상품들이 모여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편리하다. 편리한건 맞다. 그런데 마트 상품이 싸다? 그렇지 않다.
은연중에 마트가격이 싸다고 잘못알고 있는데 개별 상품가를 비교했을때 공산품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트가가 재래시장가보다 비싸다. 게다가 마트에서 흔히 하는 1+1 행사의 비밀도
잘 살펴봐야 한다. 눈가리고 아웅한다고 상품을 하나 사면 하나 더주는 걸로 알고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를들어 만두 한봉지가 6,500원이라면 1+1 은 6,500원에
만두 두봉지를 줘야 맞겠지만, 9,500원 또는 만원 가격표가 붙어있다. 어떤 경우는 낱개로 두개
사는 가격보다 1+1 상품의 가격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이뿐인가? 흔히 리필제품을 살경우
케이스가 있는 제품보다 저렴할 것으로 생각한다. 주방세제 개별 가격이 7,000원인데 리필
제품 가격이 7,500원인 경우도 있다. 과자 한봉지가 천원인데 삼천원에 네봉지 묶음을 준다.
당연히 싸다고 구입할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중량이 다르다. 천원짜리 한봉지는 200그램인데
묶음 과자는 하나가 150그램이다. 그럼 결국 낱개로 세봉지를 사는것과 똑같다. 필요없는
제품만 더 구입하는 셈.
매장안에 시계가 없는 이유,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서는 매대를 빙 둘러서 돌아가야 하는
구조, 쇼핑을 끝내고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설때 계산대 옆에 있는 미니 상품 진열장, 마트의
카트가 큰 이유, 제품 가격이 9,900원 13,990원 이렇게 900원 또는 990원으로 끝나는 것 등이
모두 치밀하게 계산된 마케팅 기법이다. 여러분은 이 치열한 머리싸움에서 기업들에게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휴지를 사러 가보자. 열개들이 한 상자에 7,000원이고, 옆에는 열두개
들어있는 제품이 8,000원이다. 그럼 사람들은 머리를 굴린다. 7,000원에 열개면 한개에 700원
이니 열두개면 8,400원이다. 그런데 8,000원? 오호라~ 이 제품이 더 싸구나 하고 덥썩 집어든
순간! 제명이 되는거다... 7천원짜리 제품은 롤당 70미터 제품이고, 8천원짜리 제품은 롤당
50미터다. 단위가격으로 환산해보면 7천원 제품은 미터당 10원이고, 8천원 제품은 미터당
13원꼴이다. 이밖에 미끼상품, 공짜 판촉활동, 교차판매(서로 연관성 있는 제품들을 한곳에
모아 놓아 사게 만드는 판매법), 추가판매(고객이 의도하는 상품보다 한단계 비싼 상품을
권유함으로서 판매액을 늘리는 방식)등등 고도의 소비심리를 파고드는 마케팅 기법들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이루어진다. 마지막 카운터펀치는 현금보다 카드를 사용할때 더
많은 지출을 하게된다는것. 재래시장에서는 카드를 받지않는데 마트에서는 이뤄지는 계산의
대부분은 카드 거래다. 게임 끝~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관련된 경영학 용어정리를 해놓았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신이 보인다.
지름신? 지름신도 경영학 용어로 등재된 모양이다...역시 무서운 신이야..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지루하고, 어렵게 다가서겠지만 초등 5,6학년 정도면 엄마, 아빠가
쉽고, 재미있게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아이들에게 경제관념도 심어줄수 있고, 무엇보다
엄마, 아빠들도 무관심하게 넘어갔던 생활속 경영이론들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수 있으니 말이다.
|
'내가 본영화,읽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깜짝놀랄 거장들의 연애사, '거장들의 스캔들' (61) | 2012.01.20 |
---|---|
추천하고픈 책, '창피함을 무릅쓰고 쓴 나의 실패기' (42) | 2012.01.19 |
다이어트의 상식을 뒤엎는 책 '뱃살사냥꾼 3대무기' (53) | 2012.01.17 |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이 쓴 문화이야기 '문화가 답이다' (51) | 2012.01.12 |
재치가 번뜩이는 카툰 '달링은 외국인' (43) | 201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