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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이 쓴 문화이야기 '문화가 답이다'

아시는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에 심한 반감을 갖고있는지라
책의 저자가 한나라당의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책이었다. 그런데 흔히 정치인들이 책을 내는 이유는 인지도를 올리기 위함이거나,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해, 또는 자신들의 살아온 길을 예쁘게 포장하기 위한 작위적인
의도를 가진것들이 많은 법인데 조윤선 의원이 쓴 책의 주제는 뜬금없이 '문화'가
키워드 였다.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2002년도 정치판에
뛰어들어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미모와 달변을
겸비한 여성 국회의원과 문화라는 키워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화가 답이다> 가 첫번째 책이 아니었다.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이던
2008년에 이미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 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었고, 이 책은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충 훑어봤는데 우려스럽던 정치
이야기나(한나라당을 옹호하는), 자신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기에 끝까지 읽게
됐다. 그리고 느낀 솔직한 심정은, 참 좋은 책이라는 거다.





한나라당엔 원래 이렇게 미인들이 많은것인지, 조윤선 의원의 외모 역시 40대의 나이임에도
빛을 발한다. 거기다 중,고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자신이 해온 일중에서 가장 바쁘게
지냈다던 대변인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각종 매체에 문화에 관한 글을 기고해 왔고, 이를
모아 책으로 펴낸것이 이 책이다. 일단 이 책은 그리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적당한 분량을
담고있다. 할말은 없으면서도 분량을 채우려 애를 쓴 흔적이 보이는 여타 다른 정치인들의
책과는 다르단 뜻이다. 내용도 충실하다. 딱히 문화와 관련해 전공교육을 받은것도 아니지만,
의정활동중 상당시간을 문화분야에서 지냈고, 지금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소속되어
의정활동 중이다. 12월 29일에는 조윤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만화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내 만화계의 경사스런 날이 되기도 했다. 조윤선 의윈의 이러한 활동 때문에
이에 앞선 12월 27일에는 한국문화산업학회에서 주관하는 <2011한국문화산업 대상>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4년간의 의정활동 기간중 자신이 경험한 사례들을 모아 글을 썼음에도 정치적인 얘기는 거의
없고, 한국전쟁 해외 참전용사 후손들의 장학사업 추진과, 한국국제협력단 홍보대사를 맡아
세계의 낙후된 곳들을 돌아다니며 '국력 = 문화' 라는 공식을 확인하게 되었다. 책의 초반부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80년대 중반 유럽에 갔을때 받았던 자괴감을 회상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를 돌아보는 긴
여정이었는데 이들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람들을 접하며 느낀 감정이 왠지 모르게 한국사람인
자신이 초라해지고, 그들 앞에서 주눅이 들더란다. 뭐 특별히 잘못한것도 없는데 그들은 왠지
나보다 우월해보이고,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감에 차있는데 반해 나는 스스로 움츠러
들었다고 했다. 나중에 조의원은 이 원인을 문화적인 자신감에서 찾았다.

영국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듯이, 박물관, 미술관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자부심은 저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서구에 일찍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과 교역하면서
동양을 대표하는 문화강국으로 성장한 이웃나라 일본 역시 문화에 대한 사랑은 유럽 못지않은
수준에 이르렀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왜 그렇게 반환받기 어려운지, 일본이
약탈해간 조선왕실의궤를 왜그렇게 반환받기 어려운지, 심지어 약탈해갔음을 인정하면서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은 자신들이 관리하고 소장하는 것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뻔뻔한 논리가
일면, 조금이나마 이해되기도 한다.





영국에서 독립해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던 초기 미국사회에서 상류층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지 돈이 많다거나, 성공한 삶이 전제조건이 아니었다. 갑자기 돈을 번 졸부 취급을 받기
십상이었다. 진정한 사회지도층, 상류층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많은 명화나 골동품을 소장
하고 있거나, 이를 미술관에 기부하는 등의 공익을 위한 활동이 있어야 비로소 상류층이
될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신흥갑부들은 유럽에서 골동품이나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싹쓸이 해가는 현상도 빚어졌다고. 19세기 미국이 경제력으로 영국을 앞서면서도 항상 주눅이
들어 있었던 이유 역시 문화에서 영국을 앞지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0세기를 거치면서 미국은 정치, 경제, 군사력 뿐만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자신감이 충만하다.

팝송에 심취해 있으면 왠지 뭔가 있어보이는 뿌듯함에 스스로 만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영화를 돈주고 보지 않는다고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던 사람들도 많았다. 홍콩배우가 영화
홍보차 방한할라치면 공항에서부터 한국 소녀팬들이 꺅꺅 비명을 질러대며 오빠를 연호하던
시절이 그리 오래 되지않았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 시절 한국은 세계 어느곳과 견주어 봐도
주눅이 들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이제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에까지 이르고
있고, 한국 연예인들을 향해 세계 각국의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할때마다 별
상관도 없는 내가 으쓱한 기분이 드는건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그와함께 한국의
문화도 몰라보게 성장했다. 망가의 나라 일본으로 한국의 만화가 수출되고 있고, 영화 ,드라마에
이어 가요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고있는 시대다.

문화는 국력이다.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정부와 기업, 개개인 모두 문화산업을 지원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아낌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가 답이다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조윤선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1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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