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만화를 즐겨보지 않아서, 가끔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되는 만화를 보고나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작년이었던가? 극장에서 영화 '이끼'를 보고나서 원작만화를 접하고 싶어
보기 시작했던게 단숨에 완독해버리고 강풀이란 작가에게 반해 그가 그린 다른 웹툰까지
섭렵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 또 한동안 관심이 식었다가 얼마전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를 정신없이 클릭해대며 완독했다. 이쪽 세계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는 유명한
작가들이지만, 사실 만화라는 장르가 매니아층이 한정되어 있는곳이라, 대부분의 무관심자
들에겐 낯선 영역이고, 작가 또한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로 보여진다. 이런 좋은 작품들을
보고나면 '아, 이런 작가들은 어찌 이런 기발한 상상을 할수있는걸까? 또 상상속의 화면들을
어찌 이리 생동감있고 재밌게 그림으로 표현해 낼수 있는걸까?' 하고 경외감을 불러 일으
킨다. 오늘 소개하는 남지은, 김인호 작가의 <우연일까> 역시 이런 명작이라고 할수 있다.
이 웹툰을 읽다보면 여성독자들의 눈에 하트표시가 뿅뿅 생겨나면서 폐인들이 생겨날듯
비슷하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짝사랑 하던 남녀학생들이 직장생활을 하며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트렌디 드라마의 필수요소인 사각
관계는 물론 녹아들어 있고. 우리가 드라마를 볼때 감각적이다~란 표현을 할 때가 있는데
만화를 보면서 감각적이다~라고 표현할거라곤 예전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마치 작가가 향후 드라마나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그린것 마냥 표현되어 있어서, 만화를
보면서 동시에 스크린이나 티비 화면을 보는것 같은 상상이 되기도 한다.
추운 겨울, 달달한 로맨스가 필요하신 분이나, 머리가 아파 휴식이 필요하신 분에게 강추
하는 웹툰이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1권을 읽고나서, 도저히 2권을 기다릴수 없어 인터넷을
검색하니 무료 웹툰이 완결편까지 공개되어 있었다. 역시 네이버 웹툰.
작가에게 놀랐던 점은 이 만화를 그릴때 최악의 환경이었다는데 있다.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그것도 둘 다 사내아이!) 뱃속에 셋째까지 품고(만삭이었단다) 일주일에 4일을 연재하고
있었으며, 셋째아이 출산 한달후에 <우연일까>를 완성했다고 하니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서
이 작품을 만들어 나갔을지 안봐도 눈에 훤하다. 그럼에도 전혀 우울하거나, 어두운 분위기
가 흐르지도 않고, 짜임새가 엉성하지도 않은 달달한 로맨틱 트렌디 웹툰이 완성된 거다.
또 부부가 함께 작품을 했다는것도 특징적이다. 아내 남지은이 스토리를 짜고, 대사를 붙이고,
남편 김인호가 그림을 그렸다. 남편이 작품속 남자 주인공의 롤모델인듯~
출판사나 작가를 생각하면 단행본을 사서 보는게 좋겠지만, 무료로 공개되어 있는 웹툰이기에
주소를 링크시켜 둔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가 보시길~
웹툰 우연일까 바로가기
근래 <신과 함께>, <우연일까> 등 수준급 만화를 보다보니,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 못지않게
흡입력이 있고, 재미를 준다는걸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나도 웹툰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 그리고 훌륭한 작품들이 드라마나 영화화 되어 더 많은 독자
층을 형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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