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광주광역시다. 2000년대 초반 서울에 직장을 잡고, 한달에 한번꼴로 광주집을
다녀갔었다. 그때 이용하던 고속도로는 물론 경부고속도로. 대전에서부터는 호남고속도로
바꿔탄다. 중부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는 그리 타본 기억이 없다. 천만 다행이다...
소설 '중앙 고속도로'는 이혜영의 단편집이다. 다섯편의 단편들중 첫번째 소개되는 작품
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중앙 고속도로'는 고속도로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흔히 볼수있는
다양한 인간상들이 등장하고 있다. 초보운전자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습관, 여성운전자를
몰아세우는 남성 운전자들, 거기다 차량통행도 별로 없는데다 어두운 밤에 혼자 자리를
지켜야하는 톨게이트 매표원의 등장인물들이 까닭모를 공포감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유
없이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의 등장으로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사실 첫번째 단편 '중앙 고속도로'만 그러는게 아니다. 뒤를 이어 나오는 단편들 '초파리
죽이기', '어쩌다', '벙어리 삼룡이', '문' 등 다섯편의 소설들이 하나같이 염세적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죽음과 관련이 있다. 비뚤어진 심성, 악인들, 이기적인 인간,
음모,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인간들.. 좀 혼란스럽다.
물론 소설속 스토리 라인이나 상황들이 극한으로 최악의 상황을 그린것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이면서 평범하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위험이랄지, 사건, 사고, 잠재적인 범죄자들
에게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황당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불안하면서도 행복하기도 한 일상의 모습 대신,
아침에 출근하고, 애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하루종일 혼자서 집을 지키는 아내, 도로로
나서는 초보운전자들, 순박한 학생들을 잔인한 흉악범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혹은 그 일상속 평범한 우리 이웃들 자체가 잠재적인 흉악범들이고.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부정적이고 염세적이지 않나
걱정스러울 정도다.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거나, 혹은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거나.
작가 약력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일을 하다 지금은 도서관
사서로 재직중이라고 한다. 작가의 꿈을 키워가는 지망생인지도. 그런데 작가 소개도
무거운 분위기다.
"네 살 때부터였을 것이다. 어둠속에 혼자 앉아 창문을 응시하며 훌쩍이는 것이.
지금도 새벽이다. 어둠속에 깨어있을 때면 두가지 상념이 괴롭힌다. 그리움과 슬픔이다.
정의되지 못한 슬픔과 막연한 그리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쓸때만큼은 그것이 날 지배하지 못하니까."
글은 재미있다. 잘 쓴다. 다음번엔 좀더 밝은 분위기의 유쾌한 소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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