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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화제의 신간 '도둑맞은 인생'(원제 a stolen life)



최근 출간된 도서중 가장 이슈가 되고있는 화제작은 2009년 세간에 알려진 '제이시 두가드'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납치 감금 생활을 회고한 '도둑맞은 인생'이 아닐까 싶다.
원제가 a stolen life 인데 번역본에서 도둑맞은 인생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잃어버린 삶'
이런 제목이 더 낫지않나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제이시 두가드' 사건이 뭔지
혹시 모를 독자들을 위해 간략히 살펴본다.

199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1살 소녀 제이시 리 두가드가 등교길에 괴한에게 납치됐다.
범인은 필립 가리도와 그의 부인 낸시 가리도. 이들 부부는 학교를 가던 제이시 두가드에게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여 기절시키고 샌프란시스코의 집까지 데려간후 뒷뜰에 있는 헛간에
감금했다. 이때 제이시 두가드는 초등학교 5학년. 범인 필립 가리도는 소아성애자이자 변태
성욕자로 이전에도 성범죄로 징역 5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1년만인 1988년 가석방된
상태였다. 가석방된지 3년만인 1991년 다시 11살 초등 5년생 제이시를 납치하여 감금하고,
변태적인 성노리개로 삼은 것이다. 제이시가 용기있게 고백한 책내용에서는 납치된지 일주일
후부터 수시로 강간을 당했고, 일명 '달리기'라고 해서 마약을 복용한후 밤을 새면서까지
변태적인 가학행위를 일삼았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범인의 부인 낸시를 포함한 쓰리섬을
시도하려 했고, 마당에 키우던 사냥개와의 수간(개와 사람간의 성행위)을 암시하기도 했다.

보통 여자아이라면 첫생리를 시작할 14살때 이미 임신을 하고, 감금된 장소에서 딸을 낳았고,
1997년 17살때 둘째 딸을 낳았다. 그렇게 18년을 이들 부부와 함께 살았는데 처음에는 탈출
할 기회를 노리면서 살았고, 나중에는 전형적인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이며 탈출 기회가 있어도
용기가 없어 시도하지 못한채 이들 부부와의 '안정된 삶'을 추구해 나가게 된다. 그러다
2009년 스물아홉살이 되던 해 필립 가리도를 감시하던 보호관찰관이 다른 건으로 이들을
소환하면서 누군지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답이 엇나가면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
지게 됐다. 이때만해도 제이시는 범인은 제이시와 두 딸들의 존재에 대해 서로 답변을 맞추기로
했지만, 범인 필립의 정신병력이 악화되면서 서로 어긋난 진술을 하게된 것이다. 제이시는 약속
한대로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나와 필립과 살면서 자신이 낳은 두 딸들이라고 했고, 필립은
제이시와 두 딸들이 모두 조카라고 진술한 것이다. 이에 의심을 품고 추궁하자 제이시는
적극적으로 필립과 낸시 부부를 옹호하고, 자신이 18년전에 납치당한 제이시 두가드라는
사실을 감춘다. 훗날 책을 쓰면서 이때를 회상하며 너무나 두려웠고, 혼란스러웠다고 얘기
한다. 오로지 자신이 18년동안 익숙해진 그 범인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그러다 마침내 필립이 범행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제이시는 경찰의 보호하에 어머니에게
돌아가며 모든 진상이 밝혀지게 됐다.

아래 사진은 감금생활중 출산한 두 딸의 모습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범인 필립 가리보에게 징역 431년형을, 부인 낸시 가리보에게
36년형을 선고했다. 뿐만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국가가 성폭행 전과가 있는 범인의
관리를 소홀히 해 이같은 피해가 났다며 2천만달러, 한화 약 245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 사건의 범인 필립 가리보와 낸시 가리보.

이 사건 이후 극도로 언론에 노출을 꺼리며 은둔생활을 해오던 제이시 리 두가드가 마침내
피플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세상에 다시 나왔고, 그간의 끔찍한 경험을 솔직하게 책으로 펴내게
된 것이다. 제이시는 이해하기 힘든 태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 경찰에게 신분을
밝히지 못했던 것은 너무 급작스럽고 당황한 상태에서 범인들에게 세뇌되어진 데로 행했던
것이며, 심리치료사의 도움으로 차츰 안정을 찾은 이후에는 선처를 원하는 범인 부부들을
절대 용서할수 없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또한 자신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두 딸들의 학교생활과 남은 인생을 위해서 자신의 가족들과 딸들이 공개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껏 자신이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든간에 집요하게 추적하며 사진을 찍어대는
언론때문에 행동의 제약이 있었다고 밝히며, 마치 지금도 집에 감금된것 마냥 느껴진다고
기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얼마전 8년동안의 감금생활을 펴낸 나타샤 캄푸쉬의 '3096일'을 리뷰한 적이 있다. 또 그후에는
픽션이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소녀들을 납치해 감금하는 이야기인 '스톨런', '룸'에 관한 책 이야기
도 본 블로그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오늘 제이시 두가드의 '도둑맞은 인생'까지... 이런 비윤리적
이고, 용서받지 못할 범죄들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답답한 한숨만 나올뿐이다. 그나마 미국의
캘리포니아 법정과 의회는 징역 431년형과 보상금 245억원을 지급하면서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우리 사법부는 어떤 판결을 내릴지 심히 걱정
스럽다. 범인의 정신착란 증상을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하여 감경하고, 피해자에게 어떤 학대나
폭행이 없었다는 점, 출산한 두 딸의 양육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점, 그리고 나이가 고령인 점을 정상
참작하여 징역 10년 이내를 선고하지 않을까? 또 모르겠다. 집행유예를 선고하지나 않을지...

제이시가 제일 억울해 하는건 한참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납치 당시 갓난
아기였던 여동생과 함께 자라며 정을 쌓았을 시기를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여동생과 어떤
추억도 남아있지 않은데 이제 열아홉 여대생으로 훌쩍 커버린 상태라 서먹할 뿐. 납치되기 전에
친한 친구였던 아이들도 지금은 가정주부가 되어 함께 추억할 거리가 없어져 버렸다. 자기도 남들
처럼 가슴떨린 첫사랑, 첫키스, 첫데이트도 하고 그나이 또래 아이들이 하는 모든 과정도 거치고
싶은데 악몽같은 시기를 지내고 정신차리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렸단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싶다고 얘기하는 제이시.




납치당시 갓난아이 였던 이복 여동생.

비록 천문학적인 보상금과 범인을 단죄하였지만, 잃어버린 제이시 두가드의 삶과 청춘은 어떻게
보상받을수 있을까...


도둑맞은 인생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제이시 두가드(Jaycee Dugard) / 이영아역
출판 : 문학사상사 201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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