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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책의 두께만큼 흥미진진한 '라스트 차일드'

2010년 에드거상 최우수 소설 상, 이언플레밍 스틸 대거상, 배리상 수상작.
"젊은 나이에 용감하고, 감성적인 호흡에 성숙함까지 갖춘 최고의 걸작을 쓴
존 하트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워싱턴 포스트-
원래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고, 요란한 수상 경력에 여기저기서 찬사를
받은 작품중에 대중적인 재미와 문학성의 호평을 동시에 듣는 작품은 만나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작가 존 하트는 2006년 소설 <라이어>, 2008년 <Down River>
에 이어 2009년 이 작품 <라스트 차일드>를 출간했다. 특히 <라스트 차일드>는
뉴욕타임스 12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그럴만 하다...


무려 550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두께는 읽기전에 공포로 다가울만큼 위압감을 줬지만, 언제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는지 모르게 소설에 빨려들어가 읽게 된다. 개인적으로 올 한해 접했던 책들중
가장 두꺼운 책이었다. 오호라~ 출판사를 보니 랜덤하우스다. 일전에도 랜덤하우스에서 출판한
책의 두께에 대해 포스팅한적이 있지만, 책을 구입해서 읽는 독자들에겐 책이 두꺼울수록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수 있는 희소식이기도 하다. 보통 이 정도 분량이면 상,하 두 권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흔하다. 요즘 권당 12,000~13,000원 하는 책값을 생각한다면 이 소설을 구입해 읽기 위해서는
24,000~26,000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두껍더라도 한권으로 묶어 권장가
14,800원에 내놨다.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독자의 편의를 생각한다는 점은 언제봐도 기분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쌍둥이 여동생의 실종. 그리고 이로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모두가 포기한 이 사건을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추적해 나가는 주인공 조니는 소설속 13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책임감과
남매애가 투철한 아이다. 게다가 셜록 홈즈 뺨치는 추리력과 집중력. 결국 조니의 맹활약 덕에
감춰져 있던 추악한 사회의 일면이 드러나고 조용히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또 한번 맞닥치고
싶지 않은 단어들과 만나게 되는 불편함도 숨어있다. 바로 소아성애자. 저항력이 떨어지는 여자
아이의 납치, 감금. 최근 읽은 책들에서 자주 접해왔던 키워드 들이다. 현실속에서도, 상상으로
씌여지는 소설 속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의 단면이다.

라스트 차일드는 추리소설이다. 주인공 조니의 시각을 따라가며 독자들 역시 몇가지 추리를
하게되지만 작가는 그리 녹록치 않다. 독자들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곳곳에 반전을 두어
예측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스토리는 진행될수록 추악한 우리 사회, 어른들의
모습을 보이는것 같아 부끄럽다. 주인공이 성인이라면 이런 마음이 들지 않겠으나 열세살 소년
이다보니 이런 마음이 드는걸까? 소설이 진행되면서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과
상황도 일부러 스토리를 맞추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 냄새가 나지 않는다.

소설속의 악당을 보면 과연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이 설득력이 없다. 굳이 소설속 악당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들, 흉악범죄들의 범인들에게서도 선한 구석을
찾아볼수 없다. 악인은 그저 악인일뿐, 그가 왜 악인이 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동정심과
배려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 앞에서 그저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다. 가끔씩 신문지상에서 보도
되는 강력범들의 재판결과에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사례가 많다.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
들을 잔인하게 죽인 범인이 초범에다, 어린시절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났고, 그에게 부양할
가족이 있다거나, 범행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게 증명되면 각종 감경 조항에 포함되어 일반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가벼운 형을 선고받기도 한다. 어찌보면 그게 옳은것 같기도 하다.
다만, 범인이 자신이 저지른 일을 평생 가슴에 묻고다니며, 뉘우치고, 후회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난다는 가정하에서 얘기다. 허나 실질적으로 한번 범죄에 빠져든 악인들은 교도소 생활을
학교삼아 쉽게 그 사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가해자의 눈높이에서
가해자의 인권 위주로 판결하게 되면, 그럼 아무 죄없이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억울함과 분노는 어떡하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법의 심판을 내릴때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라스트 차일드, 썩 괜찮은 소설이다. 긍정적이고 밝은 주제는 아니지만, 눈을 감고 모른척 살아
갈수만도 없는 아픈 현실을 끄집어 냈지만 말이다...


라스트 차일드
국내도서>소설
저자 : 존 하트 (JOHN HART) / 박산호역
출판 : 랜덤하우스 201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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