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소재 치고는 지나치게 일상(?)적인 토토리토모의 마법지팡이..
네살 둘째딸은 엄마한테 혼나고 나면 입이 코 높이만큼 튀어나와 쪼르르 방에서 뽀로로지팡이를
가지고 나와서는 "엄마는 개구리로 변해라 얍!" 하곤 한다. 다행히 엄마가 적당히 화난 상태라면
아이와 화해도 할 겸, 기분도 맞춰줄 겸 쭈그리고 앉아 개굴개굴~해주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지금 뭐하는거야! 당장 안치워?" 분위기는 살벌해지고, 아이의
눈에서는 체수분의 20%가 빠져나가는 장면으로 바뀌지 않을까?
토토리토모의 마법지팡이. 토토리토모는 우유를 흘렸을 뿐이고, 아직 치우지 못했을 뿐인데 엄마의
뒤룩뒤룩한 눈이 벌써 아이에게는 괴물로 비쳐진다.
토토리토모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엄마를 진짜 괴물로 변신시키기 위해
주문을 외운다.
통실통실 오동통한 돼지
초롱초롱 기다란 기린
퐁퐁퐁 알 낳는 여왕개미
으슬으슬 왕눈이 부엉이
둥실둥실 철퍼덕 오색 인어공주
뾰족뾰족 으허허헝 보라늑대
탱글탱글 고분고분 치타
느릿느릿 흐흐흠 나무늘보
토돌토돌 야옹야옹 고양이
첨벙첨벙 느릿느릿 왕거북이
하지만 화난 아이가 심술을 담아 괴물로 변하라고 저주를 내리는 말들이 가만보면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기껏 한다는 주문이 돼지, 기린, 여왕개미라니... 아마 어른들에게 저주를 내리라고
한다면 눈이 백개 달린 뿔괴물이나, 머리카락이 온통 뱀인 메두사, 혹은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괴물의 흉칙한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까?
이렇게 미운 마음에 엄마를 괴물로 변신시켰지만 괴물로 변한 엄마의 모습에서 왠지모를 따뜻함과
푹신함을 느끼게되고, 그게 바로 어떤모습으로 변하든 나를 사랑해주는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엄마와 화해를시도하는 토토리토모.
하루종일 엄마와 함께 있는 서너살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면서도 또 시시각각 부딪치며
혼나는 상황이 많다. 이럴때 엄마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잘 훈육하고, 또 풀어주는게
필요한데 이런 소재를 다룬 비슷한 책들이 많이 있다.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주전자 엄마와
이불 아빠'도 비슷한 소재지만, '토토리토모~'는 갈등을 푸는 과정이 아이의 관점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주전자엄마는 스스로 풀죽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엄마가 화를 삭혀 아이에게 다가가는 반면,
'토토리토모의 마법지팡이'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다룬 것이다.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동화다.
우리는 늘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을 그리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늘 소리치는 토토리토모의 엄마,
주전자 엄마,피곤하다며 이불뒤집어 쓰는 이불아빠가 되곤한다. 하지만 그런 어른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때론 화가나기도 하고, 때론 부모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어른이란 이유로
무조건 아이들이 잘못한거고,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만 한다는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창의력을 키워준다고 창작동화를 읽히고, 교구를 사다주고, 사고의 폭을 키운다고 책을 읽어주고,
현명한 판단을 하라고 안델센 동화에, 이솝 우화까지 접해주지만, 실상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건 바로 부모들의 말과 행동이다. 그 어떤 책보다도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교과서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책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모범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해왔을까?
혼쭐을 내놓고 훌쩍거리며 잠든 아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으로 쓰다듬어주기도하지만, 다음날
아침엔 또 다른 잔소리로 아이와 부딪히고, 똑같은 상황에서 큰소리를 치고있다.
그럴때 아이들은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고, 나만 미워하고, 나를 안사랑해!' 이렇게 느끼지는 않을지.
기껏 서너살 꼬맹이가 뭘알까 하겠지만 의외로 우리 아이들은 엄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걸
알고있고, 사고의 폭이 깊다는걸 문득문득 느낄때가 많다.
이들 책이 주는 교훈은 바로 이런 점일게다.
아이들을 혼내더라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고, 깨달을수 있게 혼내는 것이 중요하다.
귀찮아서, 대충해도 모를거라는 생각에 강압적인 말과 어른들의 억지가 아이들을 멍들게 만들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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