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영화,읽은책2011. 12. 9. 06:50

오랫동안 지켜봐오던 소녀를 납치한다. 그리고 세상과 격리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두사람만의 생활이 시작된다. 납치된 소녀는 처음에는 극심한 공포에 젖어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지만 차츰 자신을 돌봐주는 납치범에 끌리게 된다...


어디선가 많이 봐오던 스토리다. 그렇다. 일본에서 발생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완전한 사육'을 시작으로 해서 이와 유사한 소설, 영화, 실화들이 수도없이 창작되고, 실제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납치되었다가 8년만에 돌아온 나타샤 캄푸쉬,

등교길에 납치되었다가 18년동안 성노예 생활을 하다 극적으로 탈출한 미국의 제이시 두가드

사건처럼 힘없는 여성, 특히 소녀들을 납치하여 감금하고 성적 파트너로 만드는 패륜적인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나타샤 캄푸쉬는 감금생활 8년을 '3096'이라는 책으로 회상했고,

제이시 두가드는 '도둑맞은 인생'이란 책으로 심경을 고백했다. 이 책 '스톨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책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위 책들은 실제 피해자가 쓴 실화라는 점이고,

'스톨런'은 소설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위 책들을 다 읽어본 나로서는 분간이 되지 않는다.

사실이 소설같고, 소설이 사실같다.

 


'스톨런'은 부제에서 보는것과 같이 납치범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글이다. 납치범을 처음

만났을때부터, 호감을 갖고 대화하다 커피에 탄 약을 먹고 의식을 잃어 납치당하는 순간,

세상과 고립된 곳에서 납치범과의 생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오심에서 애정으로 바뀌는

과정, 그러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세상과 부모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피해자 시각으로

납치범에게 얘기를 해주고 있다. 이 소녀의 감정이 소설의 핵심이다. 나를 납치한 이 사람은

사실 처음 봤을때 호감을 갖었었고, 사귀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다 악마처럼 느껴졌지만,

나중에 독사에 물린 나를 살리기위해 모든걸 다 바쳤던 사람이다. 그 사람은 이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걸 알게되고 나니 이 사람이 가엾다. 그리고 마음이 간다...


결말부에 이 소녀를 살리기위해 병원에 데려간 납치범은 경찰에 자수를 하게된다. 감금됐던

시절 생활을 묻는 사람들은 소녀가 납치범에 일말의 동정심을 보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소녀는 다시 이 세상에 이들과 어울려 살기위해 납치범은 흉악범이고, 감금됐던

시간동안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소녀는 납치범에게 전하지

못하는 편지를 통해 그럴수밖에 없는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누가 누구에게 용서를

비는건가.


'스톨런'을 읽는 동안 여러모로 나타샤 캄푸쉬가 쓴 '3096'과 비교가 된다. 등교길에 납치되어

8년동안 납치범에게 감금되어 살았던 나타샤 캄푸쉬는 그야말로 납치범과 애증의 관계를

형성한다. 나를 납치했고, 때리고, 모욕하고, 자유를 뺏어갔지만 그 긴 시간동안 유일하게

나와 대화하고, 나를 도와주고, 먹여주고, 공부도 가르쳐주고, 나와 함께 살았던 사람이었다.

탈출한 후에도 사람들에게 납치범을 마냥 악당이라고, 흉악무도한 괴물이라고 할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이런 감정을 이해하거나 받아주지 못했다. 그리고는 간단한

한마디로 모든걸 결론지어 버렸다. '스톡홀름 신드롬'. 하지만 나타샤 캄푸쉬는 극구 부인했다.

자신의 감정은 결코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니라고.


소설 '스톨런'에서도 피해 소녀는 부모곁으로 돌아와서 납치범이 자신을 흉악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납치되긴 했지만 진정으로 자기를 위해줬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말이 안되기

때문에. 그러면서 그런 자신을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정의하고 정신치료를 하려는 사람들에

반감을 갖는다. 나는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니라고.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니라고? 그럼 이 경우는 뭐라고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사랑할수도 미워

할수도 없는 애증의 관계라고 해야하나? 내가 남자다보니 피해소녀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어쨋든 중요한건 납치범의 행위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는 것이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납치해서 감금하고 내 여자로 만든다? 철저한 보쌈정신으로 무장한 납치범

들이 아닐수 없다. 피해자야 그렇게 내사람으로 만들지라도, 긴세월동안 사랑하는 딸의 생사

조차 알지못하고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려 인생을 망치는 가족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건가

말이다. 남자로서, 그리고 독자로서 나는 납치범에게 징역10년을 선고하는 바이다.


스톨런
국내도서>소설
저자 : 루시 크리스토퍼 / 강성희역
출판 : 새누출판사 201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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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댓글입니다

    2011.12.09 07:35 [ ADDR : EDIT/ DEL : REPLY ]
  3. 납치범인데 사랑하던 사람.. 그런데. .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하셨네요
    그사람 자수했다고 해도 그 남은 인생..
    너무 한거같아요.

    2011.12.09 08: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스톡홀름 신드롬 맞는 것 같은데 ㅡ.ㅡ;;;

    2011.12.09 08: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작 당사자들은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자각하지 못하는게
      당연해 보입니다. 바로 그게 스톡홀름 신드롬인데 말이죠~

      2011.12.09 10:54 신고 [ ADDR : EDIT/ DEL ]
  5. 이게 무슨 증후군이라고 하지요. 정확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닫힌 공간에서 같이 있으면서 알게모르게 동화되어가는 것이지요. 물론 좋은 증후군은 아니겠지요.

    2011.12.09 08:36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바로위에 꼴찌님이 말한 그거 아니구요?
      그럼뭘까요~ 제가 아는 증후군은 다운증후군밖에 없습니다 ^^;

      2011.12.09 10:55 신고 [ ADDR : EDIT/ DEL ]
  6. 저도 읽으면서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독특한 형식이네요.
    어찌됐건 납치는 가장 패륜적인 범죄죠...
    날이 꽤 추워졌습니다. 그래도 아빠소님 있는 곳은
    여기보다는 조금은 따뜻하겠죠...이럴 땐 저도 고향집 근처로 직장을 옮기고 싶은 맘이 꿀떡..ㅎㅎ..
    그래도 건강한 하루 시작하십시오

    2011.12.09 08: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이들어 직장을 옮긴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니 그냥 맘속에
      희망사항으로만 남겨둬야겠지요. 제 아내도 가족들과 함께
      사는게 중요하다고 맨날 저한테 강조하지만, 전들 별수 있겠습니까...

      2011.12.09 10:56 신고 [ ADDR : EDIT/ DEL ]
  7. 돈이 목적도 아니고...단지 납치만 해서 같이 사는
    그 납치범의 심리가 궁금해지긴 하네요. 스톡홀롬 신드롬 보다는....^^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그 속이 정말 궁금해집니다. ㅎㅎ
    행복한 금욜되세요. 아빠소님!~ ㅎㅎ

    2011.12.09 08: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납치범의 심리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요?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 환상 갖고있지 않을까요? 만약 아무도 모르게 완전범죄만
      가능하다면 김태희 납치해서 어디 아무도 모르는곳에 가서
      같이 살고싶다는~ 나만 그런가? ㅡㅡ;

      2011.12.09 10:57 신고 [ ADDR : EDIT/ DEL ]
  8. 비밀댓글입니다

    2011.12.09 08:49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그런책도 있나요? 이와 유사한 소재를 다룬 책들이 엄청
      많에요. '룸'이란 소설도 있지요. 한여자가 납치되서 납치범과
      살다가 아들을 낳고, 아들과 함께 탈출하는~

      2011.12.09 10:59 신고 [ ADDR : EDIT/ DEL ]
  9.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겠지만..
    여자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잘 모르겠어요... ㅎㅎㅎ

    어찌됐든 납치범인데..10년은 좀 약해요..^^;;

    2011.12.09 08: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래도 납치한 여자한테 큰소리 한번 안치고, 모든 정성을 다해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다가,
      독사에 물린 여자를 살리려고 경찰에 자수까지 한 과정을 감안한다면
      정상참작은 좀 되지 않을까요?

      2011.12.09 11:02 신고 [ ADDR : EDIT/ DEL ]
  10. 신기한 현상으로 봐야 하는건지..
    스톡홀름 신드롬을 가진 이들의 심리가 참 궁금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래요^^

    2011.12.09 0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좀 이해가 될것같습니다~ 안당해본 사람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소설이나 영화등을 통해 간접경험을 해보면
      일면 이해가 되더라구요~

      2011.12.09 11:03 신고 [ ADDR : EDIT/ DEL ]
  11. 잘나가다가 철저한 보쌈정신에 피시식 웃어버렸잖아요 ㅎㅎㅎ
    제대로 된 사랑을 모르기에 저렇게 보쌈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피해자로서는 납치범외의 사람 또는 세상을 모르기에 '애'와 '증' 모두가 그로 향할 수 밖에 없는데 무슨 신드롬이든 무슨 상관일까 싶네요. 어차피 세상의 전부가 그 사람이었는데. 걍 피해자일뿐인걸요.

    2011.12.09 09: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렇겠죠? 어쨋든 일어나선 안되는 범죄유형인데 은근 저런
      경우가 실제세상에서 자주 일어나는것 같습니다~

      2011.12.09 11:04 신고 [ ADDR : EDIT/ DEL ]
  12. 흠...
    정말 복잡 미묘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톡홀롬 증후군이 맞죠...
    아무리 흉악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납치를 하였고 강금을 하였으니까요.
    여자 입장에서는 흉악하게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잊었네요.

    그사람은 자신을 친절하게 가두었다는 사실을요;;;

    2011.12.09 11: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요새 이런류의 소설이,
    아무래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많아서 그 모태로 쓰여지는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그 고통을 모를거 같아요. 애증이 생겨도 그 납치된 시간의 인생은..

    2011.12.09 16: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좋은 책 리뷰 고맙습니다
    이런 경우를 본인이 닥친다고 하면
    참으로 난감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좋은 시간 되시고요^^

    2011.12.09 19: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빈배

    전에도 아빠소님 리뷰에서 스톡홀롬 신드롬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맞는가요?
    아무튼 이렇게 끔찍한 소설을 읽고 나면 기분이 영 안좋아서, 전 이런류의 소설은 가급적 읽지 않아요^^

    2011.12.09 22:21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저도 읽은 적이 있어요.
    조금은 그 맘도 헤아려지던데요?

    2011.12.10 10:13 [ ADDR : EDIT/ DEL : REPLY ]
  17. 납치는 절대 용납해선 안될 행동이죠;; 잘 보고 갑니다~

    2011.12.11 10: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컨셉과 인트로가 인상적이네요.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

    2011.12.12 10: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겪어보질 않았으니 이 복잡 미묘한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이런 소재를 소설로 표현해낸 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12.12 10: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선고가 좀 약하네요.
    납치는 상당히 피를 말리는 범죄의 일종이라고 들었습니다. 식구들이 겪는 고통은 거의 뼈를 깎는 고통이더군요.
    광화문 사거리에 묶어놓고 그 발을 바늘로 찌르기 처형에 처합니다.

    2011.12.12 12: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소설이지만 이런일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소재로서는 좀 그렇다고 생각이 되네요

    2011.12.12 18: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