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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독신녀가 세상을 향해 외치다, '나는 독한여자를 연기한다'



SBS <짝>에서 '100번 연애녀'로 불리었던 여성1호 구모니카(이름이다)씨가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있다. 남들은 서너번이나 경험할 연애를 100번 넘게 했다는 것도

쇼킹한 일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짝을 찾지 못하고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남자를 찾는다는 것도 화제가 될 법하다. 허나 그 모든걸 떠나서 연애를 너무

가볍게 하지않나, 너무 남자를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못된(?) 사고를 지닌 여자가

아닌가~ 하는게 논란의 핵심일 것이다. 사실 나는 <짝>이라는 프로를 보지 않기에

그 프로에서 구모니카씨가 어떤 캐릭터로 비쳐졌는지는 알수없다. 다만 이 책을

읽다 거기에 언급된 <짝>에 출연한 에피소드만 보고 짐작할 뿐이다. 구모니카씨는

<짝> 출연이후 평생 들을 욕을 한꺼번에 들었다고 한다. 어떤 네티즌은

'이제 저따위 여자들이 세상을 뒤집어 놓는구나! 아 도망가야지~'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니. 근데 악플을 한바가지 듣고서도 버텨낼수 있었던건 으례 그런

반응이 나올것을 알고있었기에 충격도 덜했다는 것이다.


구모니카씨는 방송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몇년전 'MBC 스페셜'에서 이 시대의

골드미스들을 취재하고 싱글녀들의 애환과, 삶의 고충, 희망을 다루고 싶다는 요청에

본인을 비롯한 주위의 노처녀 또는 독신녀 친구들과 함께 촬영을 했었다. 나름대로

세상에 하고싶은 말을 들려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촬영을 하고, 나름 만족

하고 있었는데 방송 당일 희망이 우르르 무너져버렸다. 제목부터가 '싱글이어도

괜찮아?'였는데 도대체 뭐가 괜찮냐는 건지. 게다가 방송은 싱글들의 희망과 열정,

행복 이런건 어디서도 찾아볼수 없고, 궁상 떨고 있는 노처녀들의 모습만 편집해서

보여주더라는 것. 본인 스스로가 방송을 봐도 등장인물들은 어디서도 행복을 찾아

볼수 없는 노처녀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단다. 심한 배신감이 든것은 당연한 일.

결혼을 못해서 혼자사는것이 아니라, 결혼의 필요성을 못느끼고, 싱글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것을 보여주고 싶고,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는데

본인들의 촬영 의도와 취재하는 방송국의 촬영 의도가 정반대였던 것이다.



구모니카의 '나는 독한여자를 연기한다' 이 책은 독신녀, 싱글녀로 대표되는 저자가

세상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쳐대는 절규이자 부탁이다. '우리 정말 괜찮거든요?

제발 좀 그냥 놔두실래요? 당신들 할 일이나 잘하시고, 행복한 가정 꾸리시고,

애들도 잘~ 키우세요, 우리에게까지 신경쓰지 마시고.. 아셨죠?'

저자에 의하면 이 시대, 한국에서 싱글녀들은 다른이들이 보는것만큼 외로운 사람들도

아니고, 불쌍한 사람들도 아니다. 스스로가 선택한 인생이고, 결혼, 남자, 사랑, 출산과

육아보다도 누려야할 일들이 많고, 하고싶은 일들이 더 많기에 중요도에서 결혼이

밀린거지, 결혼하고 싶어 궁상떨다가 혼기놓쳐 끙끙대는 노처녀하고는 엄연히 다른

존재라고 항변한다. 그럼 이 책을 읽은 나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할까? 천만에.. 노~


미안하지만 도무지 앞뒤가 안맞는 궤변으로 밖에는 안보인다. 싱글이 행복하면 그냥

싱글로 살면된다. 커플을 이뤄 '결혼'이라는 제도안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을 쿨하게

무시하면서 말이다. 왜 이들의 싱글에 대한 시각과 가치관마저 굳이 바꾸려 드는걸까?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왜 배울만큼 배워놓고 그 배움을 펼치기도 전에 결혼이란

굴레에 묶여 남편과 아이들의 수발을 드는데 한평생 바치며 살고있는 '보통의 평범한

주부'들을 폄훼하는 걸까? 여기서도 끝나는게 아니라 내가 제일 분개하는 대목이,

저자는 철저하게 남성혐오론자로밖에 안보인다는 점이다. 남자라는 종족 자체가

미개하다~ 뇌세포가 단순하고, 폭력적이고,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밖에 안보는

종족이다~ 라고 직접 얘기하진 않지만 그런 뉘앙스가 글에서 비친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글과 생각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이 녹아있다.

'김밥천국 가는 남자, 원테이블 레스토랑 가는 여자' 편에서는 한끼 식사일지라도

우아하고, 고상하게 즐기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고, 대충 뱃속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그래서 김밥천국 같은 분식집을 즐겨찾는 남자들을 빗대놓고 맘껏 조롱한다.

정신적인 멘토 역할을 하던 언니들이 저자에게 늘 해주는 이야기가 이런거다.

"쪼끼쪼끼, 투다리, 쇼부 이런 체인점 술집에 가지마라. 네가 자주 가는데가 너의

수준과 의식과 습관을 결정짓는다" 그리고 저자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결국

표현은 안했지만 명품옷을 걸치고, 백을 들고, 고급승용차에 타고 한끼에 십수만원

하는 식사를 즐기며 사는것이 자신의 품격을 올리는 것이란걸 동의한다는 얘기다.

이는 다시말해 다른이들이 자신을 그렇게 봐주기를 바란다는 뜻 아닐까? 그만큼

세상사람들, 다른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는건데 왜 독신에 대한 다른사람

들의 시각은 애써 부정하고, 잘못됐다고 항변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말도 꼭 해주고

싶다. 남자들도 원테이블 레스토랑에 가고싶다고.. 다만 그러지 못하는것 뿐이지.

저자에겐 한달여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받은후엔 그 돈을 자기자신을 위해

꾸미는데 투자하는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가정을 이루고 사는 남자

들은 책임감 때문에 월급을 받고 그돈으로 자기 자신을 꾸미고, 고급음식을 먹고,

인생을 즐기는데 돈을 쓰지 못하는거 아니겠는가... 그것이 왜 열등한 족속이 되는

걸까.


남자들이 읽고나서 공감하기는 힘들겠지만, 평생 싱글을 지향하는 잠재적인 싱글

여성들에겐 멘토가 될수있는 책이라는건 부인하지 않겠다. 혼자서 멋있게 사는법,

주위사람들 신경 안쓰고 사는법, 정 외로울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왜 혼자사냐고

귀찮게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해야하는지. 다만 이 세상의 남자들이 그렇게 단순한

존재만은 아니라는 점과, 결혼해서 애낳고 살고있는 여성들이 그렇게 한심한

존재들이 아니라는 점은 깨달아 주길 바란다. 우리도 싱글을 고집하는 당신들에

신경을 꺼줄테니 말이다.


나는 독한 여자를 연기한다
국내도서>자기계발
저자 : 구모니카
출판 : 비전코리아 201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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