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화 '파란만장 빅토르'

이 책은 개암나무 출판사의 지그재그 시리즈 20번째 책이다.
초등학교 입학 후 저학년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재로 반 문고형 도서로 나온 책이다.

                                         

                                            
큰 딸 꼬꼬는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목전에 두고 제법 문고형책을 마구마구 읽어대느라
정신이 없다. 책 읽는 것 하나는 제 아빠를 많이 닮은듯.. 흐뭇 ^^;

이 책은 예전에 읽은 백만 번 산 고양이와 이야기는 비슷한 듯 하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는 조금...다른 듯. 백만 번 산 고양이는 참된 사랑을 생각하게했는데,
이 책은 참된 나'를 볼 수 있게해주는 책이다. 주제 자체는 초등 저학년이라 할지라도 어려운
감이 없진 않지만 콩에 물만 부어줘도 콩나물이 되듯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레접하게 되면
나중에 철학적 사고도 많이 자라리라 기대해본다.

빅토르'이야기는 일종의 시리즈라고 해야겠다. 전작인 '천하무적 빅토르', '빅토르와 빅토르'
에 이은 연작이다. 이야기 속의 빅토르는 아홉번이나 살 수 있는 고양이다.
게다가 매번 삶을 거듭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힘이 센 고양이, 똑똑한 고양이,
잘생긴 고양이, 부자 고양이, 심지어 할리우드 스타 고양이로도 살아본 빅토르.
하지만 막상 마지막 삶을 선택하려고 보니 더이상 선택할 것도 없고,  그냥'나'로 사는 삶을
선택한다. '나'인 빅토르의 삶은 어떠할까..말할것도 없이 지난 삶들보다 초라하고 평범하다.
그리고 조금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못한다. 그나마 친구인 날쌘 고양이 테제베와 어여쁜
여자 친구 피코트가 있어서 큰 위안이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레스토랑에서 통닭을 훔쳐 달아나던
테제베가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면서 빅토르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지금의 '나'가 없었다면 이런 소중한 인연은 없었을 것이라고.
이것은 이전의 그 어떤 화려했던 삶들과도 견줄 수 없는 가치라고.
그리고 내가 되고 나를 사랑하는 게 나에대한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똑똑한 고양이가 되고 싶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고,
씩씩한 고양이가 되고 싶으면 운동을 열심히 하면 되는것이다.
똑똑한 고양이가 '내'가 될 수는 없고,
씩씩한 고양이 또한 '내'가 될 수는 없음이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기억나는 다른 책이 있다. "너는 누구니"라는 철학동화인데, 주인공인 아이는
큰 병에 걸려 하늘에 올라가게 된다. 그길에 심판의 문이 있는데 하느님이 질문하는 답을 잘 하게
되면 다시 세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질문은 무엇인가?
"너는 누구냐?"이다.

여러 사람이 다시 세상에 돌아가기 위해 간절한 대답을 한다.
나는 살면서 기부를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 내가 도울 수 있는 이가 많으니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착하게 살았습니다. 돌려보내주세요.
나는 인기 많은 대중가수였습니다. 나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이가 많으니 나는 다시 돌아가야합니다.
등등...
하지만 하느님의 대답은
난 네가 살면서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난 네가 어떻게 살았는지 묻지 않았다.
난 네가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인지 묻지 않았다......

주인공 아이는 하느님 앞에서 "나는 '나'입니다. 병에걸려 머리카락도 없고 약하지만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라고 답하고 하느님은 아이에게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
우리는 여러개의 '나'의 모습으로 산다.
나는 한 아이의'아빠'이고 직장에서는 '동료'이고, 어머니에게는'아들'이고, 배우자에게는'남편'이며
스승에게는'제자'이다. 이보다 더 많은 모습들이 있으며 그 모든 것이 다 '나'에게로 향해있다.
'나'는 '나'이고 그런 나를 먼저 사랑하고 존중해야한다는..아....어려워 어려워....

하지만 앞만보고 살아가는, 눈에보이는 가치만 좇아가며 살아가는 우리네에게,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 누구보다 '나'가 소중하고, 궁극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것
말이다.

파란만장 빅토르 국내도서>아동 저자 : 드나 베치나 / 이정주역 출판 : 개암나무 2011.10.20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