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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찌아찌아 마을의 한글학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워낙에 이슈가 되었던 뉴스이기도 했고, 대한민국 이외의

나라에서 한글을 공식 문자로 사용하기로 했다는 자체가 문화적인 신선한 충격이었기에,

그곳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한글선생님으로 활동했던 저자 정덕영씨가 직접 얘기하는

그곳에서의 생활이 몹시도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읽고나자 희망과 함께

우려했던 걱정거리가 그대로 현실로 드러났다. 이 책이 출간되던 즈음부터 야심차게

출발했던 찌아찌아족의 한글 보급 사업이 사업주체인 훈민정음학회와 서울시의 이견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었다.


역시 책에서도 정덕영씨는
이러한 부분을 우려하고 있었다. 성공적인 한글 정착을

위해서는 아마츄어적인 접근보다 체계적인 한글 보급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

의욕만 가지고 서둘러 추진할게 아니라 인도네시아 정부와, 찌아찌아족과의 신뢰가

밑바탕이 된 장기적인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 무엇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누구나가 쉽게 한글을 배워

생활에서 사용할수 있도록 폭넓은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처럼 자원봉사자들에 의존해 사명감만 가지고 한글교육을 진행하기에는

8만명에 이르는 찌아찌아족에게 한글 보급 교육이 너무 부실하다는 점 말이다...



일단 한글교사들이 많아야 할것이다. 하지만 정덕영씨가 떠나온 현재 인도네시아

부톤섬에는 한국인 교사가 전무하다. 그나마 찌아찌아족 출신의 한글교사만 있을

뿐인데 한국어 자격 2급이 유일하다는 거다. (1급부터 6급까지 있고 1급이 가장 초보,

6급이 가장 숙련된 등급이라고 한다)


그런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훈민정음학회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고,

한국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서울시가 전시행정 적인 성격으로

찌아찌아족의 지원에 나섰다가 오세훈 시장 임기중에 그나마도 유명무실 해져 버렸다니..

일각에서는 훈민정음학회가 민간차원에서 너무 일을 크게 벌리고 성급하게 서둘러서

망쳤다고 비판하기도 하고, 또 일각에서는 잘 추진되던 사업에 서울시가 갑자기 끼어

들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바람에 파국으로 치달았다고도 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의 눈에는 훈민정음학회든, 서울시든 모두 똑같은

한국인일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텐데 말이다.


동남아에 몰아닥친 한류의 영향으로 인도네시아 역시 한국인이라면 일단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한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큰 히트를 쳐서 남학생들은 김범, 이민호,

여학생들은 금잔디라고 자기 이름을 써놓고는 키득거리기도 하고, 수업시간에는 두눈을

빛내며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섞어가며 수업을 하는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배우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가르치는 사람이 적다보니 양질의 수업이

되기도 힘들다고. 이제 한껏 추진하다 그만두면 아예 처음부터 하지않는만 못하게

될텐데, 부디 이 사업을 끝까지 포기하지말고 인내심을 갖고 성공시키기를 바란다.



PS '참 잘했어요' 도장은 국적을 뛰어넘어 어린이들을 열광시키는 뭔가가 있나보다.

수업에 소극적이고, 부끄러움 타던 어린이들이 참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기 시작하자

누구보다 앞서 저요! 저요! 목청을 높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하니..^^


찌아찌아 마을의 한글 학교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정덕영
출판 : 서해문집 201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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