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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아마와 프로를 오가는 비소설가들의 단편집 '아무도 몰라'


간단한 단편소설집이 나왔는데 작가가 참 특이하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6인이다.

이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도 있고, 생소하지만 약력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도 있고, 이름도 약력도 모두 생소한 이들도 있다. 아무튼 공통점은 영화와 음악,

디지털 콘텐츠등에서 현역으로 활동중인 예술가들이고, 아직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지

않은 아마츄어 작가들이라는 점이다. 일단 이들의 면면부터 살펴보자.


먼저 곽진석. 복서에서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액션배우로 활동중이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액션배우다>라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고 한다. 물론 듣도 보도

못한 영화다...

다음은 소이. 본명은 김소연이고 전 아이돌그룹 티티마의 멤버였다. 현재는 밴드'라즈베리필드'

로 활동중이고, <해부학 교실>에 출연했으며, 올해는 <검지손가락>이라는 영화를 직접 만들

기도한 감독이자 배우이자 뮤지션이다. 이름을 들어봤다. 노래를 잘 부르던 가수로 기억된다.

다음은 압띿. 이름 한번 특이하다. 본명인지 가명인지 알수없지만 이름으로 봐서는 한국인은

아닌듯 싶다. 직업은 콘텐츠 피디란다. 애니메이션, 3D/4D 특수영상, 미디어아트, 게임등

디지털 콘텐츠 기획 및 시나리오 집필등으로 소개되고 있다.

다음은 윤성호. 영화감독이고 <은하해방전선>, <시선 1318>, <황금시대>등을 연출했다.

다음은 조원희. 역시 영화감독이고 2010년 <죽이고 싶은>으로 감독 데뷔해 31회 판타스포르토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Q-han. 본명은 심규한.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돌아와 싱글앨범 <Woodside>와

정규앨범 <널 만나러>를 발매한 재즈보컬리스트다.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낯설다. 근래들어 방송 PD나 작가,

또는 연예인들이 글쓰기 재능을 발휘해서 책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책 <아무도 몰라>

역시 그런 바람을 타고, 용기를 내 출간된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여섯명의 아마츄어

작가들은 자신만의 창작력을 발휘해 각각 한편씩의 단편소설을 실었다. 자기분야에서는 모두

프로페셔널 한 전문가겠지만 역시 작가로서는 초보자이니 노련한 문체와 구성을 기대하기보다

참신함과 작가들의 개성있는 상상력을 느끼면서 읽는데 주안점을 둬야할것 같다.


자~ 다 읽고 난 후 느낌은 역시 이번 리뷰글의 제목처럼 아마와 프로를 오가는 소설들이다는

거다. 어떤 작품은 너무 지루하고, 또 어떤 작품은 무슨소린지 이해하기 힘들다. 반면 소이가

쓴 <Nowhere girl>은 정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정말 읽는순간 깊이 빠져들었다. 단편이란게

아쉽게 느껴질정도로.. 짧게나마 소개하자면,

불우한 가정환경과 내성적인 성격탓에 주위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주인공 나옥희가 삶의 유일한 희망이자 우상인 '레이디 벅스'란 그룹의 록음악에 심취해

사는데, 특히 그룹의 멤버 톰 로메인을 흠모한다, 회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벽에 붙혀놓은

레이디벅스의 포스터를 보며 톰 로메인과 대화하다가 '일주일만, 딱 일주일만이라도 당신과

얘기하고 싶어요. 그럼 세상 살아갈 힘이 날텐데..'하며 간절한 바램을 갖게되는데 이 바램이

실제로 이루어져 1962년의 영국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다. 그곳에서 데뷔전의

톰 로메인을 만나 음악에 지쳐 포기하려는 그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면서 본인 스스로도 삶의

용기를 얻게된다는...



참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스토리지만, 이런 이상한 경험이 반쯤은 일장춘몽, 꿈같기도 하고,

또 실제인것 같기도 하면서 애절한 사랑이야기까지 버무려 이야기를 맛갈스럽게 풀어나간다.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된 동기가 비틀즈의 애비로드 포스터를 멍하니 보다가 오른쪽에 찍힌

행인을 보고, 저기에 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을 했는데, 이를 소설로 써보자,

하고 마음먹게 되었단다. 이 정도 상상력과 글솜씨면 정말 제대로된 장편소설에 도전해 보던지

아니면 단편을 모아 따로 책을 내는것도 좋겠다.


또 하나 재밌는게 다음 소설인 조원희의 <다음은 너다>에서는 다른 소설들과 전혀 연결고리가

없으면서도 바로 앞의 소이 소설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영국 리버풀의 '페니 레인'과 '스트로베리

필즈' 를 인용하고 있는점이 이채롭다. 그런데 조원희의 소설 자체는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편이다.

Q-han의 소설은 너무 산만하다. <육손>이란 제목으로, 사람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손가락이

여섯개인 인류가 등장하는데 이를 진화론에 기초해 인위적인 인류의 진화로 정의하는 미래사회

모습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기득권층의 음모와 이를 밝히려는 주인공간의 치열한

논리싸움이 소설의 큰 흐름인데, 도통 작가가 그려놓은 미래세계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이

이야기를 전개시키니 혼란스러움만 느낄뿐 무슨 얘기를 하고싶은건지 주제를 찾을수가 없었다.


다소 아쉬운점도 있었지만 이러한 시도는 참 긍정적이다. 노래하는 사람은 꼭 노래만 해야하는건

아니듯이, 누구나 창작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건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혼자서 노트에 끄적이는 습작과, 대중들의 평가를 받는 책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것과는

천지차이니만큼, 독자들의 매서운 비판과 악플도 감당할 몫일게다. 기대 이상으로 격려와 호평이

쏟아질수도 있을테고~ 이런 과정을 거쳐 작가로서의 역량을 가다듬는다면 더 훌륭한 작품으로

곧 만나볼수 있지않을까. 아니면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 더욱 존재감있는 프로로서 이름을 떨칠

수도 있을것이다.


아무도 몰라
국내도서>소설
저자 : 곽진석,소이,윤성호,조원희,Q-han
출판 : 바다봄 20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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