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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참스승의 표상, 미국 초등교사가 쓴 책 '선생님,괜찮으세요?'

참 유쾌하면서도 가슴 뭉클해지는 책이다. 제목이 '선생님, 괜찮으세요?'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나에게 똘망똘망한 두 눈을 깜빡거리며

말을 거는듯 하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이렇게 학생들이 걱정해주는 선생님이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는 최고의 선생님일 게다. 물론 나는 교사가 아니다. 이 책을 전국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흔히 한국과 일본, 홍콩과 중국처럼 아시아, 그것도 동아시아 지역의 교육열이 세계적으로

유명할만큼 높다고 알고있다.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은 우리처럼 죽어라~하고 공부에

매달리지도, 또 학교에서 그렇게 공부시키지도 않는다고 한다. 교육의 목표와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이 인생 최고의 가치이지만, 서양에서는

행복하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없고, 과외를 하는

학생은 더더욱 없다.(물론 극소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러다보니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에 살고계신 분들 말을 들어보면 초등학교 3학년뻘 아이들중 상당수가 구구단을 못

외우고 있다거나, 덧셈, 뻴셈을 어려워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인이다.


필립 던. 그는 스물 세살부터 교단에 서서 20년간 초등학생들을 가르쳐 온 선생님이다.

그런데 미국의 교사면서도 책을 읽다보면 마치 우리나라 시골학교의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가까운 이웃 선생님같다. 또한 그가 가르쳐온 학생들, 제자들과의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그맘때 아이들은 동,서양의 구별이 없나보다~하고 미소짓게 만든다. 한국의 아이들과,

미국의 아이들이 똑같이 개구쟁이고, 세침떼기고, 말썽꾸러기고, 말 안듣고, 천방지축이다.

우리처럼 한 학급에 같은 이름의 아이들이 많아서 1번한나, 2번한나, 3번한나 처럼 불렀

다는 대목은 마치 우리 어렸을 적 큰 선영, 작은 선영 이런식의 호칭이 생각나게 한다.

그가 어떤 경우라도 선생의 예상을 깨지않고 딱 그대로 행동하는 예를 몇가지 들고있는데

독자들을 위해 잠깐 소개해보면,


아이들에게 시리얼을 세개씩 나눠줄때, 어쩌다가 시리얼 두개가 딱 달라붙어서 누군가가

네개를 받게 되었다면 그 옆에 앉은 아이는 이렇게 소리를 질러댈 것이다.

"이건 불공평해요!"


백설공주에게 왕자가 입맞춤을 할때 누군가는 분명히 이런 소리를 낼 것이다. "우웩!"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키스할 때도 "우웩!"하는 녀석이 꼭 나올 것이고, 나눗셈 시간이

와도 아이들은 역시 "우웩!" 소리를 낼 것이다.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누군가가 중간에 꼭 이렇게 물을 것이다. "몇 글자인데요?"

몇 글자인지 가르쳐주고 나면 누군가가 또 이렇게 물을 것이다. "몇 글자인데요?"


만일 그들이 빨간 사탕을 먹으면 당신에게 혀를 쑥 내밀어 보이며 빨개졌는지 봐 달라고

할것이다. 만일 아이들에게 오렌지를 얇게 저민 조각을 주면 그걸 한입에 넣은 다음 입을

크게 벌리고 웃어 오렌지색이 된 이를 보여줄 것이다.


당신이 "나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다" 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럼 지금 뒤에 뭐가 있는지

말해보라고 할 것이다. 당신이 1초만 달라고 하면 그들은 정말 1초를 셀 것이다.


만일 그네가 있으면 아이들은 발판에 올라설 것이다. 미끄럼틀이 있으면 거꾸로 뛰어

올라갈 것이고, 담장이 있으면 꼭 공을 차서 그 담장 밖으로 넘길 것이다.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보라고 하면 그들은 당신에게 다시 와서 그 단어가 사전에

없다고 말할 것이다.


당신이 퇴근길에 스쿨버스 뒤를 따라가면 아이들은 손을 흔들고 온갖 익살스런 표정을

지을 것이다. 당신도 같이 손을 흔들어주고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면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으며 다시 손을 흔들고 괴상한 표정을 지을 것이며, 이런 행동은 당신이 버스뒤를

따라가는 한 끝까지 계속될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당신에게로 달려와 어제 스쿨버스 뒤에서 선생님이

차 운전하는거 봤다며 마치 당신이 몰랐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할 것이다...


이 밖에도 필립 던이 교직에 있으면서 만나왔던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들을 읽고있자면

혼자 킥킥대고 웃을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꽉 채워져 있다. 웃음과 감동, 또 눈물과 함께

읽게 된다. 그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생활하는지 글속에 잘 녹아나

있다. 나도 이런 선생님을 한분이라도 만났었다면...

필립 던은 캘리포니아의 <올해의 교사상>을 받았고,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왑이 만든 슈왑 재단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사상>을 수상했다. 또 월트 디즈니가

선정하는 <올해의 교사상> 후보에 올랐고, 이 책 <선생님, 괜찮으세요?"는 워싱턴 포스트

가 선정한 교사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티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과, 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교육하는 참 선생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