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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소설 '꽃의 나라', 고교생이 겪었던 80년 5월 광주의 모습




5.18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는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꽃의 나라>는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나를 중심으로 친구들, 인호와 영기등이 어느날 아무런 이유도

모른 상황에서 맞는 5.18을 묘사하고 있다. 그 어떤 시국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고,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느날 갑자기 특수부대원들이 광주시에

투입돼 무참히 시민들을 폭행하고, 발포하여 사살하는 사건을 그린다.


도입부에서는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학원폭력과 우정과 사랑을 그린 성장소설이었고,

뒤로갈수록 영화 '친구'같은 분위기를 내다가, 끝에 가서야 5.18이 그려지고 있다.

소설이지만 터무니없는 상상력의 발로는 아닌것으로 보인다. 작가 한상훈은 여수에서 태어났다.

주인공 '나' 역시 소설에서 항구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인근 큰도시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것으로 설정되고 있다. 어쩌면 자전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속의 나가 아닌 현실에서 아빠소는 5.18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많은것들이 기억나진
않지만, 학교가 휴교하였고, 집에있다가
가족들과, 이웃들과 같이 광주천변으로 나가 도로변에
기다리고 있으면 공설운동장(지금의
무등경기장) 쪽에서 도청방면으로 끝없이 군용트럭이나
버스들이 시민군을 가득 태우고 지나
갔고, 그럴때면 도로변에 모여있던 시민들이 열화와 같이
박수를 쳐주며 환호하면서 응원했었다.

그러면 군용트럭을 탈취하여 도청으로 향하던 시민군들이 함께 주먹을 불끈쥐고 호응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 이미 총기들로 무장을 하고있던것으로 기억된다. 간혹 장사를 하던 시민들은

바구니에 음식들을 가득 넣어 차안에 넣어주기도 했었다. 며칠간 총소리가 들렸었고, 어머니말로는

우리집 옥상에도 총을 든 저격수가 배치되어 무서워서 방밖으로 출입을 못했었다는 말도 후에

들었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민군을 응원하고 물자를 후원한걸로 봐서 시민군들이 깡패나

부랑자, 북한의 간첩들은 아닐것이다. 그 많은 사망자중에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도

많았고, 여학생이나 가정주부들도 많았다. 소설속에 다소 이해되지 않고, 과격하게 표현되는

진압군들의 묘사가 사실 내가보기엔 전혀 과장되지 않아 보인다. 허나 어른이 된 후 이같은

사실들을 얘기해줘도 믿는이들이 별로없었다. 설마~ 대한민국 국군이 국민들에게 그랬을리가..


그래서 더 충격적이지 않는가. 그런 말도안되는 일이 버젖이 이땅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민주화운동이란 정식이름을 얻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보수라 칭하는

세력들은 당시의 5.18이 북한의 간첩들의 선동에 의해 부랑자나 깡패들이 관공서를 습격하고,

방송국을 불태운 소요사태라고 알고있고, 그렇게 주장한다. 일부 보수세력에 한정되어 있으면

무시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일부가 아니다. 그러기에 책이나 영화로 많이 알려져있지만, 좀더

많은 증언들과 작품성을 겸비한 책이나 영화들이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꽃의 나라
국내도서>소설
저자 : 한창훈
출판 : 문학동네 201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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