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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주어진 권리는 누려야한다, '명작을 읽을 권리'

책에 대한 리뷰글을 블로그에 올리다보면 달리는 댓글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첫번째는 본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러면서 상투적인 글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거나, "꼭 읽어봐야 겠네요~"

이렇게 얘기하신 분들중에 과연 몇이나 정말로 맘속에, 또는 다이어리에 새겨 놓았다가

일부퍼 찾아서 읽어볼까.
 

두번째 유형은 본문을 끝까지 읽고, 그 책에 대한 자신의 짧은 소회를 적는 분들이다.

보통 친한 이웃분들이 대부분이지만 단순히 블로거의 친분만은 아닌것같고, 정말 책을 좋아하고,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들중에는 열심히 독서생활을 즐기시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혹은 대부분이, 맘과 달리 바쁜 일상속에서 또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독서를 하지 못하는것 같다. 그 영화는 꼭 보고 싶었는데, 정작 짬을내서 보려하니 이미

끝나버렸고, 책 한권 평이좋아 사놓았지만 정작 일주, 이주 시간만 가지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블로그에 책에대한 소개나 리뷰를 다는건 이웃분들에게 이 책 좋으니까 읽어봐라~하는

의미가 아니다. 근래들어 상당히 많은 양의 독서를 하고 있는 탓에 지나고나서 잊어버리지 않게

다이어리에 간단한 메모를 해놓듯, 이 책 나 읽었음! 하는 의미가 크다. 이 책들중에는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도 있고, 시간 아까울 정도로 별로인 책도 있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본인과

취향이 맞다고 생각되면 나중에 서점에갈때 한번 찾아서 눈여겨 보면 되는거다.

오늘 소개할 책 <명작을 읽을 권리>는 두번째 유형에 속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소위 명작이라 불릴만한 작품들을 소설, 영화 통틀어 소개하고 해설을 달아놓은 책인데

관련있는 두 작품들을 서로 연관시켜 풀어놓은 방식이 이채롭다.




오정희의 단편소설 <중국인 거리>(1979)와 정재은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은 인천이라는

같은 공간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들이다. <중국인 거리>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있고, <고양이를 부탁해>는 2001년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50년의 시차가 있지만, 저자 한윤정의 작품 분석을 읽다보면 전혀 다른 두 작품에서 놀랄만큼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발견할수 있다. 이런 해석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비교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또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1925)과 마이클

커닝햄의 <디 아워스>(1999)에 이르러 놀랄만한 흡입력을 지닌다. 솔직히 말해 이 책 <명작을 읽을

권리>에 소개된 수많은 소설들과 영화들중엔 내가 본 작품보다 못본, 혹은 안본 작품들이 훨씬 많다.

그냥 모르고 지나가 버렸을 작품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 혼자 '아~'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고

있으니, 명작의 재발견 효과도 함께 주고있다.




<디 아워스>는 1999년 커닝햄의 소설을 원작으로 2002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 졌는데, 영화속에는

세 여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첫번째 여인은 '댈러웨이 부인'을 쓰고있는 1923년의 버지니아 울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번째 여인은 1949년에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있는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주부

로라 브라운, 세번째 여인은 1990년대 뉴욕에 살고있는, 별명이 '댈러웨이 부인'인 레즈비언 출판

편집자 클라리사 본 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대에 살고있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

으로 묶여있고, 실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소설속 댈러웨이 부인의 스토리가 모두 영화의 뼈대를

이루고 있으니 놀랄만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역에는 니콜 키드먼이, 로라 브라운

역에는 줄리안 무어가, 클라리사 본 역에는 메릴 스트립이 열연했다. 이 영화 제목은 들어봤지만 무슨

영화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장 찾아봐야 겠다.


한국영화 <서편제>와 <밀양>이 한 사람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던

일이다. 작가 이청준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1993년에는 임권택 감독이 '남도사람'이라는 소설로

<서편제>를 만들었고, 2007년 이창동 감독은 '벌레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 <밀양>을 만들었다.

영화만 봤다면 이 두 영화들이 품고있는 정서와 배경을 이해하지 못했을거다. 두 작품을 해설해 놓은

이 책을 읽고나서 두 영화를 다시본다면 감동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과 2000년에 제작된 한일 합작영화 <순애보>의 공통점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끝이 없을것 같아 여기서 줄여야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관있는 두 작품들을 비교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1부. 명작, 또 다른 명작을 낳다' 편이 바로 위에서 소개한 내용이고,

'2부. 명작, 텍스트와 이미지로 태어나다'

'3부. 명작, 이념과 가치관에 고뇌하다'

'4부. 명작, 시대와 역사를 건너다' 로 이어지면서 작품들 속에 녹아있는 역사, 이념, 갈등, 가치관등을

끄집어 내고있다.


<명작을 읽을 권리> 참 맘에 드는 책이다. 이 책 한권을 정독하고 나면 언급된 수십편의 영화와 소설을

내가 직접 읽은것마냥 느껴지는 착각도 생긴다. 이들 작품들이 대화의 소재가 됐을때 아는척 하고 끼어

들기에도 더없이 좋다. 책을 좋아하는데 도무지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다는 분들, 영화를 좋아하는데

마지막으로 몇년전에 봤었는지가 가물가물 하신 분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다고 여기시는 분들을

위한 맞춤형 책 한권이 여기 있다. 바로 <명작을 읽을 권리>.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는 당당이

누리고 살아보자.


명작을 읽을 권리
국내도서>인문
저자 : 한윤정
출판 : 어바웃어북 20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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