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예전 전원일기를 보는것 같다.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가 대표적인 장수프로인 '전원일기'
처럼 꾸준한 인기를 얻고있다. 이제 이만하면 보여줄수 있는 모든걸 다 보여준게 아닐까? 김병만도
사람인데 어찌 만능 로봇처럼 저 모든걸 실제 다 익히고 배우고, 남들보다 더 잘하겠는가! 이만하면
이제 다 끄집어 냈을법도 하다. 그런데도 '달인'은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냥 이어지
는게 아니라 매주매주 여전히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 개그코너 '달인'이 매우 웃기는 코드가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있는건 아닌듯하다.
새로움, 신선함, 도전, 그리고 노력! 그 과정을 안봤지만 마치 본듯, 알고있는듯 이번주 저 소재를
선택해 무대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것인지 눈에 선히
보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그마저도 어설프게 흉내내는것이 아니라 제목처럼 달인의
경지에 올라선 이후라야 비로소 무대에 올리는 그 점을 높히 산다.
김병만이 '달인'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고 인기를 끌자 어느날부터선가 여기저기서 강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강단에 서본적도 물론 없거니와 가서 뭐라고
강연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얼떨결에 승낙하고 첫 강연에 나선 자리가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을 대상
으로 한 자리였고, 그냥 오늘이 있기까지의 성공담을 얘기하면 된다고 해서 나갔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본인이 그리 크게 성공한것 같지도 않고해서 고민하다가 '그래, 그냥 내가 살아온 얘기나 풀어
놓자. 특별히 잘난것 없는 나지만 거북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서 여기까지 왔잖아.
뛰지는 못하지만 쉬지않고 왔어'라는 심정으로 강연에 나섰다. 아마도 이 책 김병만의 자서전
<꿈이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는 이런 마음으로 펴낸 책일것이다. 솔직함, 뭔가를 자랑
하려는 것도 아니고, 아름답게 포장해서 미화시키려고도 하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김병만을 내보
이는 책. 역시 김병만 스럽다고 할수있겠다.
성공한 스타들 어느 누구하나 쉬운길을 걸어 정상에 선 사람이 있겠냐마는 김병만이 고백하는
그의 어린시절이나 무명시절은 참으로 처참했다. 1975년생이면 나보다도 어린 친군데 전라북도
시골 출신인데다 썩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아니 썩 부유하지 못한게 아니라 아주아주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학교갔다오면 산에 나무하러 다니고, 농사일도 돕고, 굼벵이,
사슴벌레 잡아다 튀겨먹고. 연기에 대한 꿈하나만을 갖고 연기학원 전화번호가 적힌 신문조각과
온재산을 통틀어 30만원을 손에쥐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김병만은 이후에 눈물없인 볼수없는
드라마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워나간다.
MBC공채 개그맨 시험에 4번, KBS공채 개그맨 시험에 3번, 백제대 방송연예과 3번, 서울예전
연극과 6번, 그밖에 전주우석대, 서일대, 명지대등등.. 부푼 꿈을안고 도전한 오디션 및 대입
입시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쯤되면 "난 안돼나보다~"고 포기할만도 하다. 실제로 반지하방
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주체할수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와 입안에 라면 면발을 물고 대성
통곡을 하기도 하고, 약국을 전전하며 수면제를 사모으기도 했고, 건물 옥상 난간에 서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달인 김병만'이 존재할수 있었던거다. 지금 어느곳에선가 시련에 절망하고, 주저앉아 사회를,
부모를 원망하며 울고있을 청소년들에게 김병만이 바치는 책이라고 할수있다.
평소 방송에서 절친해 보이던 달인팀 류담, 노우진, 이수근과의 오랜 우정과 인연을 설명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사실 지금의 '달인'은 새로운 포맷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래전 '쇼! 행운열차'
라는 KBS 2TV에서 일요일 낮에 방송했던 프로그램에서 '고수를 찾아서'란 이름으로 비슷한 포맷을
선보였고, 그때는 진행자가 김대희, 수제자가 류담이었다. 그러다 개콘에서는 '명인'이란 이름으로
선보였는데 진행자는 윤형빈이 보고 김병만과 안일권 두사람이 '명인'으로 나온 포맷이었다.
그런데 큰 인기를 못끌고 폐지됐었다. 그러다 김병만이 류담과 노우진을 끌어들여 다시한번 시도
한게 바로 지금의 '달인'이다. 사실 '명인'때와 크게 달라진것은 없는데 오랜시간 손발을 맞춰왔던
류담, 노우진과의 연기가 성공의 요인인 것 같다. 류담과 노우진은 웃음의 코드와, 연기의 철학이
김병만과 일치한단다. 그래서 둘도없는 친구요, 동료들이고 언제까지나 함께 갈 사람이라고 소개
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 김병만의 말을 빌리자면 '개그계의 천재요, 전설적인 천재. 내가 20% 발휘
할걸 200%까지 끌어올릴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칭한 이가 바로 이수근이다.
고수를 찾아서 - 와인감별사 중에서
'달인'이 끝은 아닐것이다. 수없이 많은 탈락이라는 시련속에서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개그맨이 된 김병만이 '달인' 이후에 또 어떤 놀라운 모습으로 우리앞에
나타날지 기대된다. 그리고 그의 말을 믿는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결코 지치지 않을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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