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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헤이그, 통한의 역사를 그린 '황제의 특사 이준'

이 준 열사에 대해 그리 자세히 알지 못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구한말 한일합방 직전에

일본의 무력에 의한 주권 찬탈에 항의하기 위해 고종황제가 일본 몰래 스위스 헤이그에

파견한 특사라는것 밖에는...그리고 만국평화회의장에 끝내 참석하지 못하고,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의 조선 외교권 박탈등이 무력에 의한 부당한 처사임을 강조하다가

끝내 각국 대표단의 호응을 받지 못하자 비분강개함을 참지 못하고 자결했다는 정도.

 

그러다 몇주전 평소 자주 방문하던 이웃 블로그, 파리의 한국아줌마 블로그 를 통해 우연히

이준 열사에 대한 포스팅을 다시 보게되었고, 이번 기회에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황제의 특사 이준'(문이당) 을 읽게 되었다.

 

 


 

많은걸 새로 알게되었다. 이준 열사는 특사로 나가기 전 대한제국 최고의 사법기관이던 평리원의
검사로 재직한 바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임무영, 한영희(공저) 중 임무영씨는 현재 서울고등검찰청에

재직중인 현직 검사다. 그래서 좀더 선배 검사인 이준 열사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이준 열사의 삶과 철학, 정치노선등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 작품들이 별로 없었기에, 우국 충정

애국자라고만 알려져 있었지 자세한 인생 행보를 알수 없어 아쉬웠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이준열사를

자세히 알게되서 참 좋은 계기가 된 셈이다. 임무영, 한영희 부부는 참 글을 잘썼다. 실제 검사이다보니

법조 용어라든지, 재판의 진행 절차라든지, 대한제국 시대의 초기 사법부를 재현해 내는데 제격이었다.

 

소설의 절정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이 준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보여주었던

평리원 검사시절 부당한 법조계의 관행에 맞서 싸우다 동료 검사에 의해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과, 훗날 고종황제에 의해 헤이그에 특사로 파견되어 각국 열강 대표들과 언론들을

상대로 대한제국의 독립성을 강조하다 결국 자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 이 두 파트가 모두 극적

이었는데 특히 소설의 중반,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평리원 판사 및 검사들과 법정싸움 하는 부분은

마치 미드 '보스턴 리갈'이나 죤 그리삼의 법정소설을 보는듯 박진감 넘치고 스릴있다. 대한제국

최초의 사법연수기관인 법관양성소을 수료하고, 일본에 유학가서 동경전문학교(와세다 대학의 전신)

법률학과에서 체계적이고 현대적인 법학을 공부한 그와, 법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무늬만 현대식

재판소의 재판장을 맡은 이완용의 형 이윤용과의 대결은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대로가 
아닌 부패와 무능에 둘러싸인 대한제국 사법부의 현실과 맞서 싸우기는 이준열사로서도

버거웠을게다. 이들의 법정 싸움을 통해 이준열사의 강건하고, 고집센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후에
헤이그
 특사로서의 활약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전 의정부 참판 이상설, 전 평리원 검사 이준, 러시아 한국 공사관의 서기관 이위종 세사람은 고종의

밀지를 받들어 지구상 정반대편에 있는 헤이그까지 일본의 감시를 피해 목숨을 건 여정을 통해

도착한다. 하지만 당초 고종황제에게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초청장을 발송하고, 특사단이 파견될 경우

적극 도와주기로 약속했던 러시아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약속을 깨고 도와주지 않았고,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등의 서구 열강들이 모두 일본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기위해 특사단과의 면담

조차 허락하지 않는등 주위여건은 특사단을 절망속으로 몰고갔고, 당초 국제법에 기대 일본의 잔악함을

폭로하면 서구 열강들이 '만국평화회의'의 취지를 살려 조선에 대한 일본의 강압적인 지배를 견제하고

조선의 독립 유지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했던 계획이 얼마나 순진하고, 무모한 계획이었는가를 깨달은

특사단...이들이 할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자 이준 열사는 자신의 죽음으로 조선의

절박함을 알리려 목숨을 던지지만, 결국 그가 순국한 엿새 후 고종황제는 일본에 의해 헤이그에 특사를

파견했다는 이유로 강제 폐위당한다.

 

이들 헤이그 특사 이야기는 국가가 힘이 없을때 어떤 수모를 당하는지 잘 알려주는 교훈같은 이야기다.

우방국?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 다 필요없다. 이들은 언제든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표정을

바꾸고 등을 돌릴수 있는 나라들이다. 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우방국들을 곁에 둘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국력을 키우고, 그 어떤 나라도 우리를 얕보지 않게 영향력을 키우는 방법 뿐이다.

이 준 열사가 순국한지 100 여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 외교관 출신 반기문은 유엔의 수장, 사무총장에

당선됐고, 2009년에는 헤이그에 설치된 국제형사재판소의 소장으로 한국의 교육자 송상현이 선출
되었다. 
2008년에는 한국의 법조인 권오곤이 역시 헤이그에 설치된 유고 전범재판소의 부소장으로
선출되는 일이 있었다.


100년전 약소국의 설움을 안고 사라져간 법조인 이 준, 교육가 이상설, 외교관 이위종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후손들이 차례대로 세계기구의 수장이 되는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면서 새삼 감격에

겨워 하지 않을까? 다시는 1910년 한일병합과 같은 역사적인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국방은 우리가 지킬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한다. 언제까지 미국의 손에
우리의 
운명을 내맡긴채 꿈쩍도 하지않고 있을것인가. 전시작전권 환수문제가 그렇다. 전쟁이
일어났을때 작전권

하나 행사하지 못하고 미군의 지휘에 따라야하는 현 실정...지금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도 아니고,60,70년대도 아니고,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마찬가지지 않는가. 또 일본에 대해서는 어떤가.

지나간 역사에 대한 사과요구도 제대로 못하고, 동해표기, 독도 영유권 주장등 할말 못하고, 우리 영해와 영토마저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지도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일테고 말이다.



황제의 특사 이준
국내도서>소설
저자 : 임무영,한영희
출판 : 문이당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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