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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이외수가 추천한 유학지침서 '공부유랑'

소설가 이외수는 추천사에서 "지금까지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책들은 숱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비하면 해외유학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책들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라며 윤오순이 쓴 억척스런

해외유학기 '공부유랑'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해외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책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사이사이 유학준비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수 있는 팁을 삽입했지만,

그보다는 막무가내, 공부욕심 가득한 저자 윤오순의 인생 도전기라고 할수 있다.

중국, 일본, 영국을 거쳐 에티오피아까지, 세계를 누비면서 공부를 하고, 대학을 다니고,

학위를 따고, 자기 전공을 살려 일을 한다. 지금은 에티오피아의 천혜의 커피 자원을 이용

하여 관광 상품화 하는 '커피 투어리즘'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책 표지에 이외수 작가와 나란히 어깨를 마주하고 수줍게 웃고있는 저자 윤오순은

누굴까? 많지않은 나이지만 살아온 이력이 재밌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해도

그다지 공부에 미련은 없었나보다.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증권회사 근무를

시작했다. 많지 않은 월급일지라도 열심히 근무하고 월급날 되면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특별한 날에는 가족을 위한 선물도 사고, 그렇게 살다가 적당한 남자 만나

시집을 갈거라고 본인도, 주위사람들도 생각했었다고.. 그런게 사람 사는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아무생각 없이 회사를 다니다 결혼하는 게 정말 올바른

삶인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직장내 보이지 않는 학력차별, 성차별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사표를 쓰고 인사담당자를 마주할 용기도 없어 무작정 회사를 안나가는

무대뽀 방법을 통해 자연스레 퇴사에 성공(?)하고 그때부터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고자

생각을 바꾸게 된 저자 윤오순.

 

이화여대 철학과에 진학했고, 나이 어린 동기들과 쉽사리 친해지지 못하고 겉돌다가

단지 한국과 가깝고, 중국어를 배워놓으면 나중에 쓸모가 있을거란 기대 하나로 중국

유학을 결심했다. 책을 읽다보면 이때까지 사실 저자가 공부에 관심이 있어 학교를

다니는게 아니라 그저 많은 경험을 쌓고자 대학을 다니는 시기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중국 유학을 떠난 이후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자신에게 놀라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면서 북경, 상해에서의 유학생활을 이어 가고 이때 접한 소수민족들의 문화공연에

관심을 갖고, 단순히 보는 공연이 아닌 직접 만들어가는 공연을 하고싶어 공연기획자가

되서 한국에서 일하게 됐다. 아마 이 시기가 이외수 작가를 알게된 시기로 보인다.

평범하지 않고 독창적이면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문화공연을 기획하면서 소신있게

일하지만, 박봉에 일한만큼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일본에서 다시 영국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은 쉽게 그녀의 해외유학 활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은

나이에 맞춰 정형적인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나도모르게 세뇌되어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그녀는 이런 공식적인 삶을 깨뜨려버렸다. 그렇다고 본인이 대단히 용기있는 사람이거나

소신있는 사람이거나, 선구자적인 입장도 아니라고 밝힌다. 그냥, 그렇게 됐다. 막상

부딪혀보니 별거 아니더라는걸 느끼게 되었다고. 집이 경제력이 있어서 뒷바라지 해준

것도 아니고, 대학 등록금부터 기숙사비, 생활비 모두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

하고, 가장 싼 기숙사, 가장 싼 교통수단, 먹거리만 찾아다니며 쪽방에서 새우잠을 잤다.

하지만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공부를 하고, 언어를 익히고, 새로운걸 시도하는게

가능하다는걸 알게됐고, 이런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책을 쓰지 않았나 추측된다.

 

 

 

(일본의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리는 '요사코이 소란 마츠리'에서 접한 눈사람과 눈조각)

 

그녀의 파란만장한 유학기를 읽고 있자면, 왜 나는 이 틀을 깨지못하고 정형화된 공식

같은 삶에서 아둥바둥 살고 있을까 하는 자괴심이 밀려오기도 한다. 지금이야 이미

결혼해서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터라 과감히 회사를 때려칠수도, 또 하고싶은 일을

하며 맘껏 살수도 없겠다. 그래도 젊은 친구들은 이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젊음을 무기로 저질러 보는거지, 그 시기가 지나면 하고싶어도 못하는 일 아닌가.

더군다나 윤오순 같은 평범한 여자도 세계를 베낭여행 하듯 그렇게 돌아다니며 자기

하고 싶은걸 찾아다니는데, 그 누군들 용기만 낸다면 못할 사람이 있을까.

그 용기가 문제지...



공부 유랑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윤오순
출판 : 해냄출판사 20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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