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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가수' 인순이의 아버지를 듣다가 눈물이...

말하기 좀 창피하긴 하지만...
본방도 아니고 토요일 재방송을 보다가 울고 말았다.
나만 그런건 아닐거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긴 하지만 원래 내가 좀 감성적이긴 하다.

근무하는 토요일, 아무 생각없이 점심시간에 잠깐 쉬면서 티비를 틀었는데 나가수
재방송을 하더라. 박정현, 김범수가 명예졸업을 하고 윤민수, 바비킴, 인순이가 새로
투입된 첫방송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김범수가 떠나고, 점점 나가수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던 차라 예전처럼 본방사수는 커녕, 일부러 재방송도 챙겨보지 않았었다.
조관우, 김조한, 장혜진, 자우림.. 분명 실력있는 가수들이긴 하지만 예전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옥주현, 임재범때의 임팩트 보다는 한수 아래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급격히 흥미를 잃었었다. 그런데 웬걸? 첫무대에 대한 긴장감에 바들바들 떠는 가수들과,
처음 무대에 올라 소속가수들을 직접 소개하는 매니저 개그맨들 역시 덜덜 떠는 모습이
꽤나 신선하고 재밌어서 채널을 고정했는데 자신의 대표곡들을 불러서 그런지 모든 
노래가 다 좋았다.

바비킴의 '사랑..그놈', 사실 바비킴이 워낙 유명한데다 히트곡도 많아서 노래는 좋아하지만
사람 자체는 잘 모른다. 그냥 클럽에서 좀 노는 날나리 오빠 이미지만 갖고있었는데
진지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에 훅 갔다. 거기다 어찌 노래마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지...
찐한 감동을 받고 시작한 프로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노래만 불러대는거냐.

장혜진의 '아름다운 날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을 하는데 그간 불렀던 노래들중 이번게
제일 나았다. 지금까지는 왠지 너무 꾸며낸듯한 노래를 불렀다면, 이번 곡도 힘은 들어갔지만,
본인의 곡이어서인지 가장 잘 소화해냈다. 이 노래도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들더니만..

윤민수의 '그남자, 그여자', '술이야', 두 곡을 믹싱해서 부른 윤민수는 사실 살짝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워낙에 노래가 두곡다 애절한 노래여서 듣는 이를 사정없이 감상에
젖게 만들어 버렸다. 원래 노래 부르는 스타일이 이런건지, 아니면 나가수 무대를 의식해서
인지 너무 오버스럽다. 조금만 감정을 죽이고 노래를 하면 훨 나을텐데~

조관우 노래의 주제는 '한'이다. 대학 다닐때 한때 조관우 노래에 빠져 살았던 때가 있었다.
MP3도 아니고  테잎. 그 테잎이 늘어나서 못쓰게 될때까지 노래를 듣고, 듣고, 또 들었었는데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 리메이크 곡이 들어있던 앨범이었을 거다. 가성으로만 부르는 창법을
싫어하시는 분도 많을듯 싶다. 이 날 부른 노래는 조관우의 슬픈 노래들중 둘째라면 서러울
'사랑했으므로'. 그렇게 먼저 부른 가수들이 토대를 마련해 두자마자, 인순이가 마지막에
등장해서 결정타를 날려 주었으니...

            

 

'아버지'가 2009년에 발표된 곡이고 한동안 꽤 인기 있었다고 하는데 난 처음 들어본 노래다. 
처음 도입부 나레이션때부터 울컥하고 올라오더니만 뛰어난 가창력으로 애절하게 노래를
열창하는 내내 눈물이..눈물이.. ㅠ.ㅠ
인순이 노래도 그랬고, 앞서 나왔던 가수들도 한껏 감상에 젖게 만들어 놨던 탓에 이리 망가져
버렸다. 다행히 주말에 아무도 없이 나혼자 티비보다 그런거라 주위 눈치 안보고 맘껏 눈물을
흘렸다. 노래를 듣던 동료가수들과 송은이 등도 눈시울을 붉혔고, 펑펑 우는 청중평가단들의
모습도 나를 울리는데 한 몫 단단히 거들었다. 끝나고 퇴장하는 청중평가단들의 인터뷰도
"평소 엄마만 생각하고 위했는데 아버지 생각을 하니 그만 눈물이 났다" 고 하고, 나 또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면서 죄송한 마음과, 그리운 마음이 솓구쳤다.

모든 아버지들이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일부 가족에게 짐만 되는 망나니 같은
아버지는 빼고). 가족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자기 한몸 힘들고, 부서지는거 게의치 않고 묵묵히
일하고 헌신하지 않나? 하지만 무뚝뚝하고, 표현할지 모르는 탓에 엄마들처럼 살갑게 굴지 못하고,
대화도 자주 하지 못하고, 그러다 사춘기를 거친 자식들은 커가면서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아들들은 "난 아빠처럼 살지 않을거야"라고 하고, 딸들은 아빠와 말도 잘하지 않는다.

예전 어느 기업의 이미지 광고속에 엄마와 딸이 활짝 웃으면서 나란히 찍은 사진이 나오고,
나레이션으로 우리 아버지들은 사진속에 없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사진을 찍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나도 예쁜 아내와 아이들 사진 찍는걸 좋아하지만, 정작 나 자신이 나온
사진은 별로 없다.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나이들어 쓸쓸해지는 아버지들. 서울의 탑골공원 같은 곳에 가면 갈곳없이 모여들어 하루종일
시간만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아마 다들 자기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것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인순이 노래를 들으면서 감성에 젖어있다
보면 누구나 다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만난 인순이에게
조수미가 노래 들으면서 우느라 연습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단다. 또 남탕에서도 인순이
노래때문에 야단 났었다고 하니~ ^^

사랑하는 우리 딸들, 꼬꼬와 꿀꿀이에게 있어 나란 아빠는 먼훗날 어떤 아빠로 기억될까? 
지금은 엄마보다도 아빠를 더 좋아하고, 하루종일 붙어서 떨어지지않고, 주말 보내고 다시
섬으로 떠날라치면 배웅하면서 눈물을 뚝뚝 떨구는 우리 꼬꼬. 이 시간이 지나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다니고, 사춘기를 거쳐가면서 그때도 지금처럼 아빠를 사랑하고 좋아할까? 
혹시 노래 가사처럼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하게되진 않을까?
노래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슬퍼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