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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집중호우와 겹친 휴가일정


지난달 27일부터 휴가가 시작됐다. 26일 화요일부터 휴가기간이었는데
현장의 기성검사 시기와 겹쳐 부득이 27일까지 근무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아내 친구 가족과 함께 강원도 횡성의 수련원에서 2박3일 일정을
함께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기에 여수에서 광주로 가 가족들을 태우고 밤중에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27일 저녁 광주 → 경기도 화성, 아내 친구집에서 1박
28일 경기도 화성 → 강원도 횡성, 수련원에서 2박, 계곡에서 물놀이, 인근 맛집 탐방
30일 강원도 횡성 → 광주, 귀가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중부지방이 집중호우로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 비 피해를 그리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부지방과는 달리 남부지방은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거니와, 오히려 습도 때문에
찌는듯한 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더군다나 티비를 보지 않기 때문에
비 피해의 심각성도 잘 몰랐고, 다만 인터넷을 통해 보통 심각한게 아니란걸 알게 됐다.
특히 우리가 가려고 하는 횡성 바로 위에 있는 춘천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펜션에 투숙중이던
대학생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걸 알고 은근히 걱정이 됐다.

"우리 예정대로 횡성 가는거 맞아? 그쪽에서 연락없었어?"하고 전화로 묻자
아내는 "통화해 봤는데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문제없대. 우리가 가는곳은 안전하대."
"그..래? 숙소는 안전해도 가는 길이 끊기거나, 범람하거나 하진 않았을까? 뉴스보니
온통 난리도 아니던데..."
"그래서 친구가 확인해봤는데 화성에서 횡성 가는길은 괜찮다고 하는데? 근데 광주에서
화성 가는길은 잘 모르지만.."
"이 속에서 꼭 가야되는걸까? 나 강원도로 휴가 간다니까 주위에서 미쳤다고 하는데.."
"이제와서 어떡해. 친구네도 우리 오는걸로 알고 준비 다 했다는데."

이런 대화가 오고 난 후에 난 광주에 도착했고, 식구들을 태우고 경기도 화성으로 출발했다.
휴가 일정을 강행하기로 하고.. 무엇보다 숙소를 예약하고 휴가 계획을 짠 아내 친구네가
큰 무리가 없으니 진행하자고 한게 가장 큰 이유였지..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철없는
우리가 이렇게 횡성을 향하려 할때 서울, 경기, 강원 중부지방에선 아래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다.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어 지나던 차량이 물에 잠겨있다.(사진출처 트위터)



같은 시간 사당역.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겠다 양재천인지 중량천인지..퇴근길 차량 정체중에 저런 일을 겪는다면...



내가 가장 식겁했던 사진. 올림픽대로 모습이다. 맨앞에 있는 차량의 운전자는 앞에서 불어나는
물을 뻔히 보면서도 피할수 없는 상태니 얼마나 속이 타들어가고 무서웠을까~ 또 가운데 위치한
차 역시
앞으로 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 물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걸
지켜만 봐야할테니..
저 운전자들은 모두 무사히 피신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당역 침수사진




지반이 약해진데다 산사태까지 겹쳐 도로가 휴지조각마냥 구겨져있다. 

한밤중에 경기도 화성에 도착했다. 올때까지 교통이 통제되거나, 차량이 정체되거나 하는
구간은 없었고, 비도 오지 않았다. 아내 친구네와 반갑게 인사하고, 휴가 일정 다시 확인
하고, 맥주 한잔 마시고 취침.

다음날 티비를 켜고 뉴스를 보니 위에 올린 내용들이 빠르게 올라온다. 시시각각 피해
상황을 보도하고 어제까지 열몇명 사망이라고 알고있었는데 오늘 보니 무려 40 여명이
사망했단다. 거기다 방송국 침수로 EBS생방송 중단, 신세계 회장 부인 사망, 지하철
운행중단, 서울 전역 교통정체, 국도 곳곳이 교통 통제... 거기다 결정적인건 오늘도
100mm 이상의 비가 예고되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저런 뉴스를 보면서도 우리는
아침 9시경 화성을 떠나 횡성으로 향했다.

집을 떠난지 5분도 안되 앞서가던 친구네 차가 멈춰선다. 이제 막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향해 가던 중이었다. 한참 비상등을 켜고 서있던 친구네가 와서 하는 말이,
예약했던 수련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오늘부로 폐쇄에 들어갔단다. 뒤에 있는 산이
위험하기도 하고, 또 물이 불어 위험해서 오늘부터 예약돼있던 모든 숙박일정이 취소됐다고..
결국 우리는 차를 돌려 화성 집으로 돌아왔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93년 군 입대전
친구와 강릉에 가본후 강원도는 처음 가는 거였으니) 그런 마음은 잠시였고, 차라리 너무
잘됐다고 서로를 위안했다. 갔다가 꼼짝 못하고 숙소에 갇혀서 내리는 비만 보며 걱정하고
있을 바에야 차라리 지금에라도 폐쇄됐다는 연락을 받은게 다행 아니냐고, 또 한참 가다가
차를 돌린것도 아니고 집을 나서자마자 연락받아서 그것도 다행이라고.. 맞다 지금 생각해도
저 비를 뚫고 강원도를 가는것보다 저렇게 못가게 된게 천만다행이다.

또 하나 다행인건 그렇게 패잔병처럼 집으로 돌아왔는데 잠깐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강이아빠(그 집은 1남1녀, 우리집은 2녀, 또래가 비슷하다~)가 용케도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취소된 숙소 하나를 찾아내 예약에 성공했다는 것. 우리는 바로 차를 충남 태안으로 향했다.



도착한 안면도 자연휴양림. 깨끗한 시설, 맑은 공기, 거기다 숙소내 주방, 에어콘, 화장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콘도처럼 잘돼있었다.




우리 꿀꿀이는 신나서 뱅글뱅글 뛰어다니며 논다. 강이오빠, 윤이, 꼬꼬와 꿀꿀이.
방아개비도 잡고, 토끼풀 꽃을 따다가 반지도 만들고, 놀이에 여념이 없다.
이곳도 그리 비가 많이 온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우여곡절 거친끝에 짐을 풀게 된
안면도에서의 휴가는 일정이 급수정!

28일 경기도 화성 → 충남 태안, 안면도 자연휴양림에서 1박, 꽃지 해수욕장
29일 태안, 서산 일대 관광, 태안 연꽃축제, 안면도 공룡박물관, 서산 부석사
       충남 서산 → 광주, 집으로~


난 카메라를 따로 갖고 다니지 않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이때 밧데리가
장렬히 전사하시는 바람에 사진이 없다. 꽃지해수욕장, 연꽃축제, 공룡박물관, 부석사등의
에피소드는 쌈닭님의 핸드폰에 혹시 있을지 모를 사진들을 찾아봐야겠다.

하여튼 이렇게 휴가를 무사히~ 끝마쳤다.
기대했던 횡성을 못가서 아쉽긴 하지만 역시 그래도 못간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목숨 내놓고 놀러가는것 보다 얼마나 다행인가~ 가끔씩 폭우 뒤에 뉴스보도에서 계곡에
고립된 등산객들을 구조대원이 구조하는 모습을 보고,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고 했던 생각이 난다.
아니 비가 이렇게 내리고, 입산을 통제하고 할텐데 왜 부득부득 하지마란 일 하다가 저렇게
티비에 나오느냔 말이다... 내가 딱 그 짝이 될뻔했다. 다음번에 휴가중 에피소드 2탄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