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영화,읽은책

한국을 이끌어갈 경제계의 인맥도 '재계3세 대해부'

재벌3세...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오를까?

경제 돌아가는걸 기본적으로 알고있는 어른들 같으면 이재용, 정의선같은 이름들을

먼저 떠올릴테고, 드라마에 심취해 있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젊고, 잘생긴 외모에

매너까지 좋은데다 여주인공을 향한 일편단심,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드라마속

남주인공을 떠올릴수 있겠다. 책 서문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재벌3세의 모습은 크게 두 부류다. 첫째는 시크릿 가든에 나오는 현빈처럼

모든걸 다 갖고있으면서 평범한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멋진 주인공. 둘째는 술과 여자를

끼고살며 든든한 백과 연줄을 이용해 못된 짓만 골라하는 천하의 한량~

하지만 실제로도 재벌3세들이 드라마속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재계3세 대해부>라는 재밌는 책이 나왔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출간된 책인데

전병준, 김대영, 김규식, 이승훈, 강계만, 문일호, 정승환등 7명의 기자들이 그간 취재

해왔던 내용에 이 책을 위한 별도의 취재를 통해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영권 흐름과

이제 막 경영의 일선에 모습을 나타냈거나 사장 자리에 올라선 재계 3세들을 집중 조명

하고있다. 출판사도 신문사고, 저자들도 모두 현직 기자들이니 책속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어느 자료보다 믿을만하다고 할수 있겠다.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GS, 두산, 한진, 한화, 금호아시아나, 신세계, 효성, 한국타이어, 대림, 동부, 동양

등 그룹들의 경영권 지분과 3세들의 현황을 아주 상세하게 소개한다.

 

예전 어렸을때 어른들끼리 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특별히 재계쪽과 관련이 없는것

같은 어른들끼리 삼성의 누가 어쨌고, 현대의 누가 어쨌으며, 그건 이러이러해서

그렇게 된거고~ 하는 얘기들을 누구나 서스럼없이 하셨던 기억이 난다. 친척들 모임에서도

그런 장면은 볼수있었고, 택시를 타도 택시기사들도 그러했으며, 시골마을에 가면

동네 할아버지들이 바둑두면서도 그런 말들을 하셨다. 그분들이 어찌 그리 한국 경제계의

비밀스런 흐름을 알고 계셨겠는가~ 아마도 어디서 들은말에 살을 붙여 마치 실제 사실인양,

목에 힘을 줘가며 대단한 비밀을 알려주듯 그렇게 허세를 부리지 않으셨을까?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면 나역시 그분들과 비슷한 얘기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침튀기며 아는척

할수도 있겠다. 그만큼 재계3세들의 출생부터 성장과정, 계열사 경력부터 진급현황까지

샅샅이 알려주고 있으니까~

 

이 글 처음에 얘기했던 대로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재벌3세들의 일상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드라마속 멋진 로맨틱가이의 모습도, 술과 여자를 끼고 한량으로 살아가는

철부지 젊은이들도 아니다. 어릴때부터 철저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기 보다는 부모들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철저히 교육받고,

키워지는 모습들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장을 장식하는 삼성의 이재용 사장,

이부선 사장, 이서현 부사장등의 이야기만 읽어봐도 재벌3세들의 운명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찌보면 옛 왕조의 왕자나 공주들이 엄격한 황실교육과 부왕의 눈치를

보며 자기의지와는 다르게 새장속에 갇힌 새처럼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것과 비슷하다.

 

삼성의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무릎에 앉아있는 손자 이재용. 그 뒤로 이건희 회장이 보인다.
이건희 회장은 1남2녀를 뒀는데 이부진,이서현 두 딸과 이재용 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지금, 앞으로 10년, 20년후 우리나라 경제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희망이 생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처럼 막후에서 이들은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고,

세계속에서 견문을 넓히며 더 큰 기업, 내실있는 기업을 만들기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 같은 창업주들은

일제시대, 또는 전후의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기업을 일으켜

놓았으며, 그 뒤를 이어 우리가 잘 아는 삼성의 이건희, 현대의 정몽구, 정몽준, 정몽헌

같은 2세들은 그 회사를 세계속에 내놔도 자랑할만한 튼실한 기업으로 일구어 놓았다.

이제 삼성의 이재용, 현대의 정의선 같은 3세들은 이 기업을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키울

책임을 갖고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이들의 경영전략에 따라 대한민국의 지위가 결정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결정될테니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이겠는가...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소개되는 기업들과 경영자들에 대해 좋은면만, 밝은

면만, 순기능적인 면만 부각되어 있어 자칫 친재벌적 성향으로 보일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책의 출간 목표가 경제의 밝은면, 어두운 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려는

의도가 아니라 경영권을 이어받을 재계3세들에 대해 알아보자는 의도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용비어천가를 듣는것처럼 찬양 일색이라 이들 기업들이 저질러온

어두운 면, 다시말해 반인권, 반노동자 성향으로 인해 피해를 본 수많은 이들에겐 이 책이

다소 불편할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이들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는것 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부디 선대의 장점만을 이어받아 기업도 성장시키고, 성장의 그늘에 가려 피해입고,

차별받았던 노동자들의 권익도 향상되는 건전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재벌3세

들이 앞장섰으면 하는 바램이다.


재계 3세 대해부 (양장)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이승훈,전병준,강계만,정승환,김대영
출판 : 매일경제신문사 2011.06.27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