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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이재익의 본격 스릴러 '심야버스 괴담'


참 속필이다. 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작으로 유명하다는데

(불행히도 아직 한 편도 읽어보진 못했다), 일본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재익이 있다고 해야할까? 이제 1년중 반이 지났을 뿐인데 그 6개월간 내놓은 작품이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아이린’, ’심야버스 괴담’이 있고, 7월중으로 ’하드록을 부탁해’

가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두어달에 한 권씩의 책들이 뚝딱거리면서 나오는 중이다.


                            (현재 ’두시탈출 컬투쇼’의 PD를 맡고있다)


그런데 자세히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순수 창작 시간이 빠른게 아니라, 이전에 출간했던

작품들의 전면개정판들을 제목을 바꿔 내놓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린’은 2001년에 나왔던

’노란 잠수함’이란 작품을, ’심야버스 괴담’은 2000년에 나왔던 ’200X 살인사건’이란

작품을 각색해서 내놓은 작품들이다.


며칠전 ’아이린’에 대해서는 블로그를 통해 서평을 남겼었다. 갈수록 진화하는 이재익의

소설중 감히 최고라고 말할수 있다! 고... 그럼 오늘 소개할 ’심야버스 괴담’은?





1999년 작가가 대학교 3학년때 여자친구와 함께 심야버스를 타고가다 술취한 취객에

의해 버스가 전복할 뻔한 경험을 바탕으로 단 일주일만에 집필을 마친 작품이 바로

’200X 살인사건’이고, 이번에 이 작품에 살을 덧대고, 편집해서 ’심야버스 괴담’이란

제목으로 새로 출간했다.


장르로 보자면 하드고어 스릴러쪽에 가깝다. 살인마에 의해 주인공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이라든지, 정체를 알수없는 살인마에 의해 그날 같은 버스에 탔던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장면들을 보면 선혈이 낭자한 하드고어 영화를 보는듯 하다.

하지만 이재익 작가의 전작들에 비하면 작품의 흡인력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시종일관

긴박해야 할 장면들이 다소 식상한 전개로 긴장감이 떨어지고, 작품속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사실 의도 자체는 훌륭하다. 다만 지금이 원작이 처음 나왔던 1999년이나 2000년 경이었다면

놀랄만한 반전과, 잔인함에 차마 눈을 뜰수 없는 긴장감에 휩싸였겠지만, 이미 우리는 이런식의

영화와 책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있는 터라, 이 정도의 자극에는 무감각해져 버린 탓이 크다.

그러다보니 끝날때까지 베일에 가려있어야 할 살인마의 정체 또한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할만큼

독자들의 내공이 강해져 버렸다. 추리, 스릴러 물에서 결과가 예측가능 하다면...


물론 결말부에 독자들의 뒷통수를 때리는 기가막힌 반전이 기다리고는 있다. 이 ’결말부의 반전’

은 이재익 소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전작 ’아이린’에서의 반전은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충격을 줬었다. 그런데 ’심야버스 괴담’에서의 반전은 그만한 감흥이

없다. ’이거 뭐야~’ 라는 느낌...

전반적으로 사건의 발단부도 필연성이 부족하고, 위기가 고조되는 전개 부분도 예측가능한범위 안에 있으며, 소설의 핵심인 절정부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허무한
반전으로 끝맺고 있으니, 결국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그간에 보여줬던 이재익 소설
의 기준으로
볼때 다소 부족하단 평을 내릴수 밖에 없다.

 

다만 작품을 읽고 난 후 전작 ’카시오페아 공주’에서 단편으로 소개되었던 ’좋은 사람’이란

작품과 구성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본격적인 스릴러에 앞서 짧은 단편으로

공포, 스릴러의 맛만 살짝 보여줬던 작가가 본격적으로 ’심야버스 괴담’을 통해 ’좋은 사람’에서

간만 보여줬던 스릴러 장르에 도전해 본건 아닌가 하는 나만의 추측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기대에 걸맞게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