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 "차인표도 글을? 그것도 소설을?" 하며 깜짝 놀랐었다. 근래 부쩍
연예인들의 출간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대부분이 신변잡기나 자신의 음악철학,
연기철학들을 담담하게, 따뜻한 어조로 밝히는 에세이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에
소설이란 장르에 도전한 차인표의 도전이 과감하면서도 불안하게 느껴졌었다.
자~ 이제 소설을 다 읽은 후의 평가는? 다들 궁금하실거다~~ ^^
읽고 난 소감은...꽤 훌륭하다는 거다.
아~ 차인표에게 이런 재능이! 하고 놀라기 이전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받고, 배고픈
무명배우 시절을 겪어보지 않았을것 같은 차인표가 이렇게 서민들이나, 인생 루저들의
처지와 속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알고 있다 뿐인가, 오히려 그들에게
작은 용기를 주기위해 희망의 글을 썼다.
글의 소재, 구성, 메시지가 모두 훌륭하다. 거기다 적재적소에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적절한 위트를 섞었고, 감동코드도 흐른다. 무엇보다 유치하게도(?) 어떠한 상황에서건
해피엔딩을 원하는 내 취향과도 맞아 떨어진다. 소설에 나오는 세 주인공들은 모두가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고 있는 루저들이라고 할수 있겠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헤어날수 없는..
그러면서 하늘은 감당할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면서도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비참하고
힘든 고난을 이들 주인공들에게 연타로 날려주는 친절함까지 보여준다. 이럴때 자포자기하고,
포기하고, 사회를 탓하며 주저 앉을 것인가,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어떻게든 이겨내려 몸부림
쳐야 할것인가.
차인표는 작가 인터뷰나 작가의 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자, 힘없는 서민들을 위한 용기를
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이 처음도 아니더라. 이미 2009년에 일본군과
위안부 문제를 다룬 사회성 높은 '잘가요 언덕'이란 소설을 펴낸 바 있다. '오늘예보'도 처음
소설을 구상하고, 써나갈땐 일곱명의 주인공이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편집하는 과정에서
그중에서 가장 바닥까지 떨어져 희망이 없을것 같은, 그러면서도 친근한 우리 이웃들의
모델 세 명이 남겨졌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냉대받고, 소외받다, 사업마저 실패하고, 아내는
수영강사와 바람나 도망가고, 무정자증으로 자식 한명 없는 나고단, 촬영장에 미래는 없지만
아들과 함께 살 방 한칸 마련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엑스트라 이보출,
희귀병에 걸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 눈물겨운 부정을 보여주는 전직 조직폭력배 박대수가
세명의 주인공이다.
각각의 옴니버스 식으로 따로따로 스토리가 펼쳐지지만, 이들은 어떤식으로든 서로 관계를
맺고있고, 읽다보면 이야기가 연결된다. 또한 특이하게도 처음 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시작
하는 주체는 DJ 데블, 즉 악마나 저승사자 역할을 맡은 이다. DJ데블은 아침이 밝아오면
어김없이 방송을 시작하는데 그날 하루동안 정해진 운명의 실타래에 얽힌 인물들을 소개하고,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버린다. 이름하야 '하루예보'.
소설이 시작되는 오늘 하루, DJ데블에 의해 소개되는 세 주인공은 각각 "오늘 자살하게 되어
있는 나고단씨"와 "딸의 골수 이식을 위해 기다리는 박대수씨, 오늘도 기증자는 안나타납니다~"
"이보출씨? 오늘도 살아보겠다고 무지하게 달리겠네요. 그만 달리세요. 아무리 달려도 당신의
인생은 원위치 됩니다" 라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아무리 이 운명을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현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지만, 그래도 굳은 의지와 노력으로
운명을 개척할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마지막 결말부분이 독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소설가 차인표. 꽤나 훌륭한 글재간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이 화려한 삶을 바라보고, 꿈꾸고
있을때,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나 부인과 함께 봉사활동과 선행을 펼치며, 사회적 약자의 눈높이
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글을 쓰는 소설가로의 변신이 신선하다. 다음번엔 또 어떤 글로,
또는 연기로 우리에게 따뜻한 감동을 주게될까?
(사진출처 2011년 6월 16일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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