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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사진으로 보는 광수생각, '앗싸라비아'

만화가 박광수.

누구나 알고있을 법한 이름이다. 워낙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 '광수생각'의 작가가

이번엔 만화가 아닌 사진에세이를 들고 돌아왔다. 만화가가 왠 사진? 이라고 갸웃거리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서점가에 유행하는 여행에세이나, 감성사진집을 떠올리면

되는데, 우리에게 친근한 캐릭터인 광수생각에 나오는 광수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아 조금

서운하기도... ^^


 


먼저 책 구성을 살펴보자. 참 특이하다. 일단 비닐로 밀봉이 돼있어서 서점에서 슬쩍 내용을

들여다 볼수도 없게 되어있다. 이런 스타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그것좀 보면 어떻다고

얄밉게 포장해서 나온단 말이냐.. 그런데 책이 두 권이다?
 


포장 비닐커버를 벗기자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이게 뭐지? 했더니만...

오른쪽 붉은 책은 그냥 연습장이다. 일기장으로도 쓸수 있겠다. 독자들이 원하는 용도로

쓸수 있도록
미색 백지로 묶어져 있다. 왼쪽이 본 책.

그렇다면 만화가의 사진 실력은 어떨까? 살짝 들여다보자.
 


꽤 수준급이다. 사진작가라고 해도 믿겠다. 작가가 세계를 유람하며 인상적인 장면들을 찍어온 사진들

중에서 수십장을 간추려 책에 실었다. 그 사진들과 함께 감각적인 글들도 서정적이다. 여성취향의

책이라고 할까?
 

"고백컨데 내 사진책에는 네가 어쩌면 기대하는 아주 아주 멋진 풍경 따위는 없어.

왜냐하면 네가
기대했던 그런 풍경이 내 앞에 펼쳐질때, 난 기민한 동작으로 카메라를 즉시

들지 못했거든.
내 앞에 멋진 풍경이 펼쳐진 순간마다 카메라를 꺼내들어 그 풍경을 열심히

담았더라면 분명 지금
네가 보고있는 사진보다 더 멋진 사진이 니 앞에 펼쳐져 있었을거야.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멋진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세상 혹은 삶의

아름다움 그 자체의 경이로움에
놀란 난 카메라를 들 생각을 못했던거야...(중략)... 그때

그랬다면 난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감상하긴 어려웠을 테니 말이야. 그래서 네가

보는 지금의 내 사진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막 지나간
찰나의 사진이야. 그러니 부디 내

사진을 보면서는 가장 아름다웠을, 사진의 바로 앞 순간을 상상해줘"


109페이지에 이런 시가 있다.

"이젠 다 잊었다고 했다. 이젠 다 지난 일이라며 웃었다.

그리고 그때를 기억하면 참 즐거운 기억이라 했다.

나는 거짓말을 했다. 잊지도 못했으며, 그때를 기억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당신은 나를 참 힘들게 한다.

당신, 참..."


요 대목을 읽고 순간 예전에 읽었던 시 한수가 떠오른다. 김소월의 '먼 후일'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멋진 시인으로 변한 박광수 작가의 사진으로 보는 '광수생각'

감성에 메말라 있는 분들을 위한 촉촉한 봄비 같은 에세이다.

참, 그런데 제목 앗싸라비아는 무슨 뜻일까?

정답은 '힘을 북돋아 주는 주문'이다. 용기가 필요할때, 힘이 필요할때 힘차게 마음속으로 외쳐보자.

'앗싸라비아~~' 하고.


앗싸라비아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박광수
출판 : 예담 201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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