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소 과한 성적 표현이 있습니다.
책 자체가 성을 다루고 있기도 하거니와 작가 마광수 교수가 대표적인 프리섹스 주의자
이다 보니 불가피한 부분입니다. 노골적인 성표현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이 점 감안
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청소년들, 혹은 이십대 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수도 있겠다. 마광수..
항상 이름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교수, 그래서 마광수 교수다. 이십대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삼십대 이후 사십대, 오십대에서는 마광수 교수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은 알고 있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리 유명한 분인지 궁금할게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성에 관해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그리고 음지로 숨기려고만 했던 '성'과 '섹스', '남녀의 쾌락'등을 너무나
당당하게 들이댔던 교수님이셨더랬다. 그것도 1980년대에...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한건 1977년이었지만 사람들에게 '색마'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게되는 문제의 작품들을 발표한 것은 1989년서부터다. 그전까지만 해도 <윤동주 연구>,
<심리주의 비평의 이해>, <상징시학>등의 점잖은 문학평론 및 시집, 인문서적을 출간하다
19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일약 유명스타가 되버렸다.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라니.
점잖은 대학교수가, 그것도 국내 최고 권위있는 사립대학인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가,
대놓고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라고 책을 펴냈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겠는가.
더군다나 책 내용은 한술 더 떠 그야말로 자유연애, 육체적 탐미, 프리섹스 예찬론이었다.
대번에 저런 교수에게 강의를 받을수 없다며 여대생들과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런데도 마광수 교수는 당당했다. 자신의 소신을 말한것뿐이라며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에 솔직할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또 펴낸 책이 <가자, 장미여관으로>다.
그당시 여관이라 하면 여행자가 하룻밤 쉬어가고, 잠을 청하는 건전한 객사의 이미지
보다는 불륜남녀나 불건전한 미혼 커플들이 하룻밤 성욕을 푸는 장소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곳이었다. 그런데 당당하게 그런 곳엘 가잔다.
이후에도 1991년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역시 관능과 퇴폐의 화두가
됐다. 이 소설의 음란성이 시비가 되어 1992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으며 1심에서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아마도 내 기억에 문학가가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첫번째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판결을 이유로 1993년에 재직중이던 연세대학교에서 직위해제 당한다.
지금까지 혹여나 마광수 교수를 모르는 분들이 있을까봐 간략히 약력을 읊어봤고,
아는 분들에게는 옛 기억을 되짚을수 있는 시간이 됐겠다. 나 역시 순전히 호기심에,
당시 세간에 야하다고 정평이 나있어서,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등을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과연, 충격적이었다. 어쩌면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당시의
이 책들이 출간된다면 크나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마광수 교수의 작품에서
펼쳐지는 육체주의, 쾌락주의, 관능주의, 자유연애의 주장은 소설속 허구의 여주인공을
통한 간접화법에 그치지 않고, 에세이를 통해 본인의 경험과 성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밝힘으로서 세간의 지탄을 받게 된 것이었다.
옥고도 치르고, 사회적 지탄도 받고, '색마'라는 색안경으로 점잖치 못한 별명도 듣고,
일하던 대학교수직도 잃고, 혈기넘치던 젊은 시절도 다 보내 환갑이 지난 마광수 교수가
현시대에 펴낸 새로운 에세이집 <더럽게 사랑하자>에서는 그의 성에 대한 철학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가 궁금했다. 아까 위에서 그 시절의 책들이 오늘날 출간되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고 생각된다고 했다. 한번 아랫 문구들을 보고 판단해 보시길.
<더럽게 사랑하자>중에서 발췌해 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모든 사랑에 절차는 없다
모든 섹스에 약속은 없다"
-- 시 <원나잇 스탠드> 에서 --
더럽게 사랑해야 한다. 깨끗한걸 너무 따지다보면 건강한 원시적 열정이 사그라져 버리기 쉽다.
이를테면 키스하기전에 양치질하고나서 한다거나, 성행위 하기전에 뒷물하고나서 하는 경우가
그렇다. 남자든 여자든 상대방의 음부에서 풍겨 나오는 퀴퀴한 오줌냄새를 역겨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할 자격이 없다. -- P18 --
그때 내가 나갔던 텔레비젼 프로에서도 방청객이나 토론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말하자면 '진짜 사랑하기만 하면 육체관계를 해도된다' 는 식이다. 거기에는
그 육체관계의 대상이 반드시 결혼상대여야 한다는 단서가 따라붙는게 보통이고. (중략)
하지만~ 솔직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먼저 육체관계를 해봐야만 내가 상대방을 진짜로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확실히 알수 있다"라고 말이다. -- P57 --
성에 대해 많이 개방화 됐다고 하는 지금도 다소 파격적인 표현과 자기고백이다.
하지만 마광수 교수가 쓴 소설이 음란물이라고 하여 구속되고 하던 시대와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다. 어쩌면 이러한 표현과 자기고백이 '솔직한'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하고, 음지에 있는 성담론을 양지로 끌어올려 같이 논의해보자~는 작가의 의중이
먹히기도 할것 같다. 나 역시 기억속에 마광수 교수는 야한 글을 쓰는 작가였지만,
이번에 <더럽게 사랑하자>를 읽다보니 군데군데 파격적인 문구가 있어서 그렇지 퇴폐적
인 '색마'는 아니라는걸 알게됐다. 책의 상당부분은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성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비판하고, 건전하게 성담론을 펴자는 주장을 담고있다.
여러분들은 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이웃나라 일본을 두고 포르노를
합법적으로 유통시키고, 섹스관광으로 세계 곳곳에서 물의를 일으키며, 성에 엄청나게 관대
하다고 손가락질 하면서 정작 일본에서 만들어진 포르노는 우리나라에서 즉각 유포되고,
일본 저리가라는 섹스관광의 신흥국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 눈만 돌려보면
온 도시 곳곳이 윤락가에 매춘업이 성행하고 있다. 초등학생만 되도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에
노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 그러면서 혼전순결을 강요하고, 성을 입에 담는것만으로도
눈총을 받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책을 다 읽은후 나의 고민은 시작된다. 그러면 인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안에서
자유로운 섹스를 즐길 권리가 있고, 또 그렇게 사는게 옳은것인지, 욕망에 몸을 맡기지
않고, 절제하고 극기하면서 성에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금욕적인 삶을 사는게 옳은것인지.
내 몸은 전자를 응원하고 따라가고 싶지만, 내 머리는 후자쪽이 건전하고 바람직한 삶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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