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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제목이 너무 이뻐 읽은책 '나무처럼 자라는 집'

<나무처럼 자라는 집> 제목이 너무 이뻐서 읽게된 책.

거기다 저자인 임형남, 노은주님은 부부 건축가라고 한다. 사실 나 역시 건설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인지라 건축가가 쓴 집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근데 책은 꼭 집이야기로만

이루어진건 아니었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저자의 철학, 어린시절의 추억, 기억에 남는 명소, 의뢰받은 집 설계

과정, 자신의 평소 생각등을 '집'이라는 매개체에 담아낸 일종의 에세이였다. 거기다 저자가

직접 그린것으로 보이는 컬러삽화가 책내용에 생명력을 불러 넣어주는 효과까지 있다.

아래 그림들을 책 제목과 매치시켜 감상해보자.


 

경상북도 영천에서 포항으로 빠지는 국도변에 위치한 양동마을에 있는 '심수정'이라는

정자를 그린 그림이다. 담이 꺾이는 모퉁이에 위치한 나무를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담의 운치에 저자가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어찌보면 이 그림들, 이 심수정이라는

정자가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싶은 말을 대변해주는 집이 아닐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나무와, 흙과, 바위를 파헤치고 들어서는

것들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심수정의 담벼락처럼 나무를 베어내지도, 그렇다고 담 안으로

넣지도, 담 밖으로 빼지도 않고 나무는 나무대로 그렇게 살아가고, 집과 담은 새로이

지었으되, 예전부터 원래 있던것처럼 그렇게 자리잡는게 가장 이상적인 집이고, 개발일

것이다.

 

책속에 잠깐 소개된 에피소드 하나도 인상적이다.

지리산 청래골에서 집을 짓게 되었는데 땅 가운데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이 바위가

크기도 컷고, 자리도 집터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거치적 거렸지만 워낙 굳건이 자리잡고

있어 쉽사리 빼낼 염두가 나지 않더란다. 그래서 여차저차해서 바위를 피해 집자리를 잡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한달 정도 후 저자가 공사현장을 찾아가보니 집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 바위를 치웠다. 저자는 잘됐다, 못됐다 말도 없이 궁금해도 현장소장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지나갔는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공사에서 목수가 2층에서 떨어져 다치는 일이

생겼고, 상량식 전날에는 현장소장이 역시 똑같은 자리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게 되었다.

연속된 사고에 일하는 사람들이 불안해 해서 집주인이 무당을 불러 굿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 무당은 원래 바위가 있던 자리로 가더니 여기 있던 돌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더란다.

산에 사는 신령이 화가 났다면서...

 

미신이란 이름으로 불리긴 하나 이런 사례들로 말미암아 저자는 '우리에게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 외에도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무수한 영혼들이 우리와 같이 살고있다는'걸 인식하게

됐다고 밝힌다. 신적인 존재라기 보다는 땅이나 나무, 돌이나 산과 같은 우리 주위 모든것들이

나름대로 존재의 가치가 있고, 함부러 다뤄서는 안되는 소중한 것들이라는...

 

다소 정리가 잘된 책은 아니다. 군데군데 흐름이 어색하기도 하고, 건축에 관련된 전공지식이

소개되는 것도 아니다. 읽을때 느낌이 프로페셔널하지는 못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집을

사랑하고, 지금까지 그 집을 설계하고 지어온 건축가가, 앞으로 남은 생도 설계와 함께 할

사람이 자신의 철학을 조근조근 정리했다는 데서 관심있는 분들에겐 도움이 될수도 있겠다.

 

2001년 쓰기 시작한 이 책이 2011년까지 이어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글에서 알수있듯이

이 책은 짧은기간 출간을 목적으로 써내려간 글들이 아니라 저자의 생활과 생각을 오랜기간

정리해 둔 책이라고 해야하겠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임형남,노은주
출판 : 교보문고(단행본)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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