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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어렵지 않게 즐기는 인문학, '길위의 인문학'


인문학... 인문학 서적... 나도 꽤나 왕성한 독서활동을 하며 이곳 블로그에 읽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중 인문학 관련서적은 몇권이나 될까? 기억나지 않는걸로 봐서
아마도 전무하지 않나 싶다. 그만큼 인문학은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지
않고 있는 분야다. 왜 그럴까?
일단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어렵기로 따지자면야 사회과학 분야나 자연과학 분야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그나마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로 재미를 곁들인 책들이 있어 간혹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입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그런데 딱히 인문학 서적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몇 안된다.




 오늘 소개하는 책 '길 위의 인문학'은 물론 딱딱하다는 인문학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책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출간 취지 자체가 '일상생활 속에 심고,
대중과 인문학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한 논조를 최대한
숨기고 편하고,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가려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재미와 유익',
'감동과 느낌', '여유와 관조'의 인문학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저자들과 출판사는 목적을
달성했을까?




길위의 인문학은 사실 책 제목이기 전에 국립중앙도서관과 조선일보,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캠페인의 이름이다. 문학, 역사, 철학, 고전등의 주제를 선정하고 강연인사들과 함께
참가자를 모집, 직접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살아있는 인문학을 경험해보자는 프로젝트다.
이 책의 출간후에도, 지금도 이 캠페인은 이어지고 있는데 오는 6월 24일에는 '남도 예술의 혼'
이라는 주제로 전남 진도를 탐방하는 일정이 잡혀있다. 앞선 5월 27일에는 '기업정신의 뿌리
보부상의 길을 걷다'라는 주제로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을 다녀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탐방 신청자가 만여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인문학 매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있고, 일반인들도
거부감 없이 참여해서 길위의 인문학을 즐기고 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생활속의, 쉬운, 현장의 인문학'이라는 목적은 달성했을까?
내 경우는 원체 역사를 좋아하는 터라 이 책에 소개된 퇴계 이황, 남명 조식, 추사 김정희,
허균과 허난설헌, 김이재와 정약용 등의 이야기를 듣는게 즐거웠다. 대략 이 분들이 활동
했던 시대의 분위기와 당파를 알고 있었기에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갈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일반독자가 보기에는 첫 스타트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주자학의 대가이자 조선 중기 성리학의 지존이라는 퇴계 이황의 '자성록' 이야기는 자칫
안그래도 지루하고, 어렵고, 딱딱하다고 느끼는 보통 독자들이 일찌감치 책을 덮게 만들지도
모른다. 차라리 뒷부분에 소개되고 있는 조선 최고의 여류문학가 허난설헌과 허준의 이야기를
앞부분으로 끌어왔으면 더 재미있게 시작할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 챕터마다 서로 다른 저자들이 각기 개성있게 글을 써나가고 있어 소소한 차이를 찾을수
있다. 추사 김정희가 나오는 챕터에서는 소설가 한승원님이 깜빡 잠이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삿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초로의 키작은 노인이 집 앞에 와있는데, 한 눈에 그가 추사 김정희
임을 알수 있었다. 시공을 초월해 저자가 김정희를 직접 만나 대화하며 궁금한걸 물어본다거나
그 시대에 김정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는 발상은 참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제1부. 사람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길위의 인문학을 지나고 나면 제2부. 역사의 흔적을 따라

떠나는 길위의 인문학을 만날수 있다. 2부에서는 서울성곽, 강화도, 남한산성, 강릉, 금강,
양동마을의 향단등을 다루고 있다. 서울시민이라면 늘상 가까이 접하고 있는 서울의 군데
군데 남아있는 성곽들에 얽힌 사연들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서울 성곽의 축조 시기와
방법, 쓰임새등을 설명하다 보면 한반도의 아픈 과거, 찬란했던 영광들이 짧은 글속에서
휙휙 지나간다. 주말만 되면 어디갈까~를 고민하는 가족들에게도 이 책에서 소개된 곳중
가까운 곳을 찾아가서 책속의 향기를 직접 경험해 보는것도 좋은 나들이 계획이 되지
않을까?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겐 다소 지루하고, 딱딱한 책이 될수밖에 없는 '길위의 인문학'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걸 알아가는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라면 다음번에 출간될지도 모를
2탄을
자연스레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마치 예전 인문학의 대표 베스트셀러였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다음 편을 기다리던 마음으로 말이다.


길 위의 인문학
국내도서>인문
저자 : 구효서,최석기,김도연,박종기,신창호
출판 : 경향미디어 20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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