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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미치다

나지완과 이종환의 얄궂은 운명?

 

2008년 신인 2차지명에서 기아는 대학 최고타자인 나지완을 영입하는데 성공한다. 나지완 뿐이랴. 2007년 활약한 대학4학년중 최고의 거포 나지완(11홈런 전체1위, 장타율 0.796 전체1위)과 최고의 교타자 최용규(87타수 35안타, 타율 0.402 공격형3루수)를 모두 잡아왔으니. 2008년에 기아가 데려온 선수중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선수가 전태현, 나지완, 최용규, 김선빈 넷이나 되는걸 보면 꽤 성공한 픽이었던것 같다. 나지완의 단국대 1년후배 이종환은 대학시절 나지완과 함께 클린업을 구성했으나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고 나지완의 강추로 인해 2009년 신고선수로 기아유니폼을 입은 사실은 모두들 아실터.

 

 

그런데 계약금도 없이 초라하게 테스트를 거쳐 신고선수로 입단한 이종환이 소리소문없이 2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치며 기세를 올리더니 올 2010년 시범게임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며 조범현 감독의 신임을 얻고 1군에 입성하면서부터 새로운 기아의 고민이 시작된것이다.

아니 기아의 고민, 조범현감독의 고민이 아니라 나만의 고민인가?

신체조건부터 발느리고, 수비는 불안한데, 거포본능에 타격재질이 뛰어난 외야수라는 점이 나지완과 이종환의 놀랍도록 비슷한 공통점이다. 지금까지 나지완은 지명타자 아니면 좌익수를 봐왔고 수비는 불안하지만 크게 문제될것도 없었음에도 포카리박 박기남의 화려한 등장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박기남이 그간 김상현의 백업3루수로 간간이 경기후반 수비강화를 위해 기용되는 탓에 타격에 소질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가 근래 김상현의 부상으로 주전3루수로 입성하더니 3할 언저리의 타격과 김상현 돌글러브질과는 확연이 차원이 다른 3루수비를 보여주면서 김상현이 돌아오더라도 3루수 자리를 내줄것 같지가 않아보인다. 그러면 안그래도 수비가 불안한 김상현은 자연스럽게 지명타자로 돌아설터인데 그렇다면 나지완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좌익수?(외야수 세 포지션중 가장 수비부담이 적은 쪽이 좌익수다) 그렇게되면 조범현감독이 작정하고 키우는듯 보이는 이종환은 갈곳이 없어진다. 즉, 나지완과 이종환이 모두 외야수로 가야하는데 둘 모두 발이 느리고 수비력이 약한탓에 두사람이 동시에 기용될 일은 없을테니 자연스레 두사람이 플래툰으로 기용된다고 봐야한다. 외야수의 나머지 두자리는 이용규,김원섭,최용규,이종범이 돌아가며 기용될것이고..

 

결국 2009년 한국시리즈MVP 이자 2010년 최고의 기대주로 부상하던 나지완은 자신이 추천하여 데려온 이종환때문에 확실한 주전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플래툰으로 밀릴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두사람중 하나가 크레이지 모드를 발동하여 성적을 올린다면 그나마도 나머지 한사람은 도태되거나 트레이드 카드로 쓰일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더냐...

암튼 앞날이야 어찌됐건 지금 극심한 타격슬럼프로 2군에 가있는 나지완 대신 이종환은 좀더 많은 기회를 잡을것같다. 이종환으로서는 나지완이 불안한 이때가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일터. 두사람의 성적을 비교해보는 것도 기아팬으로서는 올해 경기관전의 주요 포인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