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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미치다

<6월1일 삼성전>곽정철,그의 돌직구가 그립다

2:4 패.

뭐 딱히 할말이 없는..기아 야구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경기였다.

박기남이 빠진 3루에 고정백업이 없어 김형철, 홍제호가 그때그때 땜빵식으로 기용되고 있고,

부진한 김원섭도 그래도 그만한 대체선수가 없다고 굳게 믿는 감독의 신임으로 외야 한자리를 차지

하면서 근근이 모습을 드러내며 기대를 모으던 이종환,이영수 모습도 볼수 없었다.

연속안타에 의한 적시타로 점수를 내는 기본적인 득점공식도 안보였고, 찬스를 번번이 무산시키는

맥없는 타격과 단 한번의 위기를 기어코 막아내지 못하고 어김없이 무너지는 중간계투, 또한 한번도

맞아떨어지지 않는 벤치의 작전. 이 모든 총체적인 위기가 집약된 경기였다고나 할까.

유일하게 얻은 2점도 볼넷,사구로 출루한 주자를 땅볼로 진루시키고 역시 땅볼과 폭투로 얻은 점수일

뿐 시원한 적시타가 경기내내 한번도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거의 유일하다고 할만한 8회말의 위기

상황은 여지없이 대량실점으로 귀결됐으니.

 

 

한가지 위안으로 삼을점은 함평에 갔다온 나로또가 선구안이 좋아져 돌아왔다는 점이다.

예전엔 나쁜볼에 방망이가 나가서 좋은타격을 하지못하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큰스윙으로 일관하던

나지완이 오늘 경기에선 여간해선 볼에 방망이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돋보였다.

야구의 기본은 '볼은 치지말고 스트라익을 쳐라'이다. 그래야 좋은타격이 나오는 법이다.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것처럼 경기하는 타자들이 기아에는 너무 많다. 그 대표격이던 나지완이 모처럼 나쁜

볼을 골라내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희망을 가져본다.(최희섭의 경우는 반대다. 너무 좁은 스트라익존

을 설정해놓는 바람에 나쁜볼을 골라내 볼넷도 많지만 넓어진 스트라익존 때문에 루킹삼진도 많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불펜의 핵심인 곽정철의 투구다.

 

 

난 곽정철을 참 좋아한다. 고교 후배이기도 하거니와 위력적인 볼을 가진데다 착한심성(? 안 접해봐서

모르지만 언론에 비치기를)까지. 선발로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음에도 믿을만한 투수가 없는 팀사정

상 묵묵히 티안나는 중간계투 보직을 수행하는것도 맘에 든다.

곽정철을 소개할때마다 빠지지않고 나오는 말이 150km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라는 점일게다.

그의 직구는 구속도 빠르거니와 묵직해서 말그대로 돌직구다. 제구력만 뒷받침되면 그 누구도 쉽게

공략하지 못할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곽정철의 가장 큰 문제는 직구에 자신감을 갖지못하고

커브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게 곽정철의 문제인지 김상훈,차일목등 포수들의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면 조범현감독등 벤치의 문제인지 모르지만, 요사이 기아의 젊은 투수들이 변화구 구사율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윤석민의 경우는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고 있어서 잘 알려져있지만 곽정철을 오늘 보니 변화구 대

직구의 비율이 거의 8:2는 되보였다. 오늘 곽정철이 던진 커브는 상당히 낙차가 커서 위력적이었지만

직구는 거의 없고 커브로만 던져대니 타자들도 쉽게 쉽게 때려내지 않는가. 아무리 좋은 변화구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가 예측하고 있다면 그 위력은 반감될터. 빠른볼로 윽박지르는 투구가 아쉽다.

반면 삼성의 중간에 나온 투수들인 권오준,권혁,정현욱은 모두다 150에 육박하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아가고 변화구를 간간이 섞어 타이밍을 뺏는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제구가 뒷받침되는 속구는

알면서도 치기 힘든법이다. 기아도 빠른볼을 갖고있는 윤석민, 곽정철, 김희걸등의 젊은투수들이

직구보다는 변화구에 의존하는 투구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직구에는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아직 젊은 나이고, 좋은 직구를 가진투수들이라면 직구 구사를 높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이라이트인 8회말 상황을 한번 짚어보자.

8회말 2사 2,3루 상황에서 바뀐투수 유동훈은 진갑용을 고의사구로 내보내며 만루작전을 쓴다.

다들 알겠지만 만루작전은 한점도 안주겠다는 것이지만 실패할 경우 대량실점의 위험을 안고있다.

이 만루작전은 차일목,유동훈 배터리의 판단일까, 조범현감독의 작전일까? 

벤치의 사인이었다. 당시 차일목의 사인은 일구 일구 벤치의 지시를 받아 투수에게 전달되고 있었

으므로 진갑용을 걸러 만루작전을 편건 분명 조범현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만루작전이 옳은 판단이었을까?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틀린 작전이었다. 결국 그 상황에서 4점을 잃어 경기에 패했으므로.

하지만 결과를 보지 않고 그 시점에서만 생각한다면 충분히 펼수 있는 작전이었다. 박진만은 2군에서

14일만에 올라와 맞은 첫타석에서도 삼진으로 물러나는등 타격감이 안좋았으므로 그와 상대하는게

맞다. 그뒤에 나온 2타점 역전 적시타는 박진만이 잘쳤다기보다 해 유동훈이 작년의 유동훈이 아니라

는 점만 확인시켜주는 땅볼일 뿐이었다.

아직까지 유동훈은 제 컨디션을 찾지못한것으로 보이고 터프세이브 상황같은 긴박한 상황에 출장

시킬것이 아니라 여유있게 이기고 있는 경기에 부담없는 상황에 등판시키는게 구위도 회복하고 자신

감도 찾는데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