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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미치다

<5월20일 롯데전> 서재응의 무모한 시도

또 졌다. 4연패다. 19일엔 윤석민을 20일엔 서재응을 내고도 연패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타선의 침묵. 요 근래들어 기아야구는 홈런에 의존하는 점수가 너무많다.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이 빵빵 터지면 승리하는거고, 홈런이 안나오면 점수 자체를 뽑지못하니

이길수가 없는거다. 연속안타에 이은 적시타로 점수를 뽑는, 가장 기본적인 방정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각설하고 어제 20일경기는 참 근래 보기드문 재밌는 상황이 연출됐다. 바로 서재응의

1사 2루에서의 만루작전.

이대호에게 1사에서 2루타를 맞은후 이날 좌타자 상대로 자신있어 하던 서재응은 가르시아를 삼진

처리하고 2사 2루가 된다. 이어 나온 강민호. 요즘 세게임 연속홈런에 타격감이 물오른 강민호를

상대로 고의사구로 2사 1,2루. 잘한 선택이었다. 안타 하나에 실점위기에서 1루가 비어있음을 감안

한다면 영리한 판단이었으리라. 다음타자 조성환이 나오자 서재응은 포수 차일목을 불러 뭔가

의논하더니 초구,2구,3구가 연속해서 볼이 들어온다. 마침내 4구때는 포수가 일어나서 받으며,

볼넷! 2사 만루!

자, 이 대목이 흥미롭다. 제구력이 좋은 서재응의 볼 세개가 연속해서 볼이 들어온점, 확연히

스트라잌존을 벗어나고 4구째는 아예 포수가 빠져서 받은걸 볼때 명백한 고의사구다.

조성환을 상대하기가 부담스럽고 다음타자 박종윤이 좌타자라 상대하기가 편하다고 느꼈을

거라고 짐작할수 있다.

하지만 2사 1,2루와 2사 만루가 어떤 차이라는 건 야구를 아는분은 다 아실터~

안타 하나에 1실점과 2실점의 차이, 그리고 그 이후 계속되는 위기를 생각하면 안타를 맞더라도

조성환과 승부해야 하는건 야구의 기본이라고 할수있겠다. 그러면 서재응이 그걸 몰랐을까?

천만에.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종윤과 상대한건 그만큼 좌타자에 자신이 있었다는

말이고 서재응은 과감하고도 실패하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짓에 무모하게 도전하지만

결국 자신있어 하던 좌타자 박종윤에게 2루타를 맞고 서재응의 도전은 실패로 끝난다.

이 장면은 그날 승부의 하이라이트였고 그걸로 승부의 추는 이미 롯데로 기울어졌다 할수있다.

물론 경기는 그후로도 대량득점을 내서 9-4로 롯데가 승리하지만...

 

1. 이날 기아가 보여준 야구는 그야말로 아마츄어.

   먼저 타자들을 보자. 롯데의 선발은 조정훈. 근래 급격한 포텐폭발로 에이스급으로 발돋움한

   투수임을 감안하면 기아가 3점이상 뽑기는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3회 볼8개, 4회 볼8개, 5회 볼8개, 6회 볼6개. 4이닝동안 30구만으로 기아타자를 요리한 것이

   과연 조정훈의 선동렬급 피칭 때문일까? 아니다. 너도나도 나지완식 스윙으로 초구부터 손을대고

   말도 안되는 땅볼과 뜬공을 날리며 전부 범타처리된 기아타자들의 조급함, 선구안 문제다.

   수준급 투수가 선발이고 그 투수를 상대로 점수뽑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투구수를 늘려

   조기강판시키는게 안타를 못치더라도 타자들이 할 일이다. 물론 이럴수는 있다. 이것저것 치기가

   어려우니 한구종만 노리고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것도 에이스급 투수를 상대하는 요령일수 있다.

   그런데 기아타자들의 공격패턴은 전자도 아니고 후자도 아니다. 

   끈질기게 물고늘어져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아니고, 한구종만 노리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아니다. 그저 선풍기 마냥 나지완처럼 큰스윙으로 일관하며 상대투수만 도와주는게

   아닌가!

   개인적인 소견으론 타자들의 잘못뿐만 아니라 타격코치의 책임도 면할수 없어보인다. 이런 점을

   지적해주고 고쳐나가는게 타격코치의 임무일테니까.

 

2. 야수를 보자. 이날 어이없는 수비미스는 여러개가 나왔지만 대표적인게 김원섭의 실책.

    펜스플레이를 하면서 펜스를 맞고 튀어나온 공을 다시 뒤로 빠뜨리며 2루타를 3루타로 바꿔주는

    신공을 펼쳤다. 그래...한시즌을 외야수로 뛰면서 그런 실수 한두번 할수도 있지..하고 위안을

    삼아 보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그 장면이 데자뷰처럼 보인건 바로 전날 경기에서 똑같은 실책을

    김원섭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평범한 좌익수앞 안타를 뒤로 흘려 실책을 범했던 김원섭이 다음날

    똑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슬럼프를 겪고있는 김원섭. 최선은 타격감과

    자신감을 찾을때까지 2군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는 방법이리라.

    다음은 포수 차일목.

    경기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6회초 박종윤의 3루타에 이은 박기혁의 투수앞 땅볼때 토스를

    받은 차일목이 홈으로 쇄도하던 박종윤을 태그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통에 타이밍상 완벽한

    아웃임에도 불구하고 세잎, 한점을 헌납한 장면이다. 이는 야구 센스의 문제로 보이는데 사실

    처음에 태그를 하지 못했다 해서 다시한번 태그를 하려고 할 필요가 없는 장면이었다. 태그를

    정확히 했는지 못했는지는 달려 들어오는 주자도, 긴박한 상황에 처한 심판도 알수없는 일이고
 
    그저 타이밍상 공이 빨랐고 태그를 하는 동작만 취해줘도 아웃선언이 나오는 법이니까..

    그걸 순진하다고 해야하나, 무지하다고 해야하나 태그가 안된것 같으니 다시 정확히 태그하려고
 
    시도했던 장면은 차일목의 센스가 보족했다고밖에 볼수 없을것 같다. 그래도 차일목을 씹지는

    않으련다. 개인적으로 김상훈이 풀시즌을 소화하는것보다 차일목의 출장기회를 늘려야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으므로..

    세번째로 이종범의 플레인데, 요 근래들어 이종범이 예전만 못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건 아마

    다들 인정할것이다. 그답지 않은 플레이가 수비에서 종종나오고 순간적인 판단미스, 공격에서의

    무기력함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전에서 빼는 문제는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다. 아니

    이종범을 빼자고 하는 사람은 필시 기아의, 한국야구의 레전드인 종범신을 모독하는 신성모독죄

    에 걸려들어 뼈도 못추릴 상황. 나 역시 프로야구 골수팬이자 산 증인으로서 이종범의 왕팬

    이지만 현시점에서 그저 이종범의 명예나 그간의 예우를 생각해서 계속 외야에 한자리를 주는건
 
    반대다.

    이젠 서서히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날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작년과 또다른 모습, 적지않은 나이, 이름값으로 후배들의 길을 막고있는듯한 모습으로 자꾸만

    비쳐진다. 만일 단기간의 슬럼프라면 경기후반 대수비 요원이나 대주자로서의 역할이 맞을것

    같다.

 

3. 시즌초반 기아가 단체로 타격슬럼프를 겪을때 이용규, 이종범, 김상현, 이현곤을 빼고 유망주

    들로 물갈이를 했으면 했었다. 다행히 지금은 내생각대로 많은 물갈이가 된상태.

    이용규는 타격폼을 이전으로 바꾸면서 스스로 슬럼프를 벗어나 3할을 향해가고 있고, 김상현은

    부상으로 빠져 박기남이 그자리를 훌륭히 메꾸고 있다. 이현곤도 체력적인 부담으로 김선빈과

    교대로 출장하며 점차 김선빈에게 자리를 내주는 듯하고..이제 마지막 남은 부분이 이종범이다.

    그런데...역시나 어렵다..이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