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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미치다

기아타이거즈의 몰락

기아 야구에 대해 포스팅을 해오면서 이길때나 질때나 빠지지않고 주장했던 것이 조범현감독의

자질 문제였다. 야구의 흐름을 팬들보다 더 못읽으니 이기면 요행이요 지는것이 당연해 보였으니까.

타선은 사이클이 있다면서 투수력으로 여름까지 5할승부만 해도 여름에 치고나갈수 있다는 그의 말을

작년 경험상 많은이들이 믿고 싶어했다. 약속이나 한듯이 5할승부를 해오다 드디어 여름이 왔으나

기아의 미래는 참담할 뿐이다.

 

여름에 치고나가 가을의 최종승자가 되고싶었던건 조범현감독의 꿈일 뿐이었다. 그러기위해서는

첫째 투수력이 시즌내내 강력함을 유지해야 하고,

둘째 사이클이 있다던 타선도 여름부터는 터져줘야 한다.

셋째 디펜딩챔피언으로서 선수들 사이에 할수있다는 자신감과 끈끈한 팀웍이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경기에 지고있어도 언제든 뒤집을수 있다는 자신감. 투수들은 더이상 실점하지 않으면 타자들이

뒤집어줄거라는 확신, 타자들은 우리가 뒤집으면 경기를 끝까지 지켜줄거라는 투수들에 대한 믿음...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만이 5할승부 속에서도 여름에 치고 올라가 최종승자가 될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비슷하게 나가다 여름들어 완전 정반대로 몰락하는 분위기다.

아니 몰락할 것이다. 아마도 기아는 잘해야 4강에 들겠지만 개인적으론 시즌을 5~6위로 끝내지

않을까 하고 비관하는 편이다. 다행히 넥센과 한화탓에 7~8위까지 떨어지진 않겠지만, 또모르지.

넥센하고 경기하는걸 지켜보면 6위도 위혐해 보이긴 한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됐을까?

 

작년 우승이 진정한 실력이었다고 믿는데서 모든 문제가 출발한다

 

작년 깜짝 우승전까지 기아의 전력은 최하위권 수준이었다. 그러다 김상현이라는 로또급의

트레이드 한건이 결정적으로 우승까지 하게된 계기가 됐다.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최희섭의 부활, 유동훈의 깜짝활약, 로페즈, 구톰슨등 용병의 호투를

우승요인으로 더할수 있겠다. 그렇다해도 팀타율 꼴찌면서 우승을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그림이

그려지긴 힘들다. 그보다도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우승을 거저 쥐었다는 추측이 맞을것이다.

바로 한국시리즈에서의 SK는 시즌중의 강팀의 면모가 아니었다. 투타의 핵이라는 김광현과 박경완

이 모두 부상으로 빠져있었고, 중간계투진은 두산과 5차전까지 격전을 치르면서 피로가 누적되어

왔으니 기아의 우승은 분명 상대의 전력약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것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후 기아의 행보를 보면 시즌내내 약점으로 지적되던 물방망이 타선과

좌완 중간계투, 이현곤의 백업내야수에 대한 보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승의 공신이었던

김종모 타격코치와 쓸만한 대타요원 이재주, 클린업 타선 장성호를 내보내는 우를 범했다.

 

따지고 보면 작년 우승전력이 올해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수 있는 징후는 많았다.

토종선수들의 활약은 그대로 이어지는 전력이지만 용병선수들은 언제 바뀔지 알수없는 상황에서

기아는 용병듀오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이 불안한 요소의 한축이었고, 미친듯한 활약으로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던 김상현은 풀타임 첫시즌에 크레이지 모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에도 잘하라는 보장이 없었으며, 완벽한 마무리 유동훈 역시 크레이지 모드였다는 점, 이 모두가

불안요소였다. 거기다 막장타선, 불안한 내야, 허약한 불펜진...

 

하지만 무슨 배짱인지 전력보강을 전혀 하지않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으며 동전의 양면중 긍정

적인면만 부각시키고 올해 목표도 우승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제 기아의 몰락이 시작됐다. 믿었던 선발진은 윤석민의 이탈, 로페즈, 전태현의 부진으로

붕괴됐으며 손영민, 곽정철, 김희걸이 버티기엔 중간이 너무 취약하다. 마무리 유동훈도 작년의

포스를 보이지 못하고, 막장타선은 작년보다 더 막장노선을 타고있다. 장성호는 끝내 이적했고,

그를 대신할 클린업타선도 눈에 띄지 않는다. 조범현감독의 어처구니없는 투수교체와 작전의

빈도는 늘어가고 있고, 선수단의 사기는 눈에띄게 저하되어 있다.

급기야 9연패라는 치욕까지 맞보게 되었다. 투수들은 타자들을 원망하고, 타자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단추를 꽤맞출 것인가.

 

올시즌 20홈런 타자를 6명이상 배출시키겠다며 홈런군단화를 선언한 황병일 수석코치 덕에

2~3명을 제외한 모든선수들이 2할대 초반에서 헤매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중 3할타자가

최희섭 한명뿐이라면 말 다하지 않았나. 도대체 감독을 포함한 타격코치들은 뭘하고 있느냔

말이다. 당장 경질감이다.

무릎부상에서 돌아온 김상현은 예상보다 빨리 1군에 합류했다. 몸상태를 감안하면 충분한 회복

시간을 줘야할텐데 당장 팀타선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기복귀한 것이다. 복귀후에도 수비부담 없는

지명타자로 출전시켜야 할텐데 또 어찌된게 3루수로 출장횟수가 더 많다. 마침내 다시 부상발생

으로 1군에서 이탈했다. 박기남도 부상재발이란다. 조범현감독을 옹호하는 팬들은 지금 기아의

부진이 작전수행능력이 부족한 타자들과, 몸관리를 잘못해 부상을 당한 야수들의 책임이지 감독의

책임은 아니라고도 하더라. 아무리 신의 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지금의 기아선수들을 데리고

어떻게 이기는 야구를 할수있겠냐고 되묻는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지금의 작전수행능력 없는, 허접한 선수들을 그동안 누가 데리고 수련시켜 왔냔 말이다.

누가 3년째 이선수들을 데리고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하고,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발전시켜

왔냔 말이다.

지금의 기아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대안은 감독교체와 선수단 재구성이다.

올시즌을 포기하고 팀재건에 치중하는 것이 내년이후 팀을 4강권에 안착시키는 힘이 될것이다.

올해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설령 어찌어찌 또다시 우승한다 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만 안고 가는것이기에 차라리 선수단을 전면 재구성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기아 야구, 꼴도 보기 싫다. 내가 사랑하는 구단이 이렇게 된게 참으로 안타깝지만 앞으로 더

발전할 희망이 없는것이 더 정떨어지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