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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미치다

윤석민은 '어린이'가 맞다

 

윤석민의 자해소동이 있고난 후 열혈 야구팬으로서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근래 바쁜 개인사 탓에

이제서야 글을 올린다.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다. 첫번째 부류는 윤석민의 불운을 공감하고 이해는 하지만 프로로서

성숙하지 못한 자세이고, 팔이 생명인 투수가 그 팔을 자해했다는게 어이없다는 입장이고, 두번째

부류는 윤석민이 자해에 이르기까지 팀을 엉망으로 운영한 조범현감독의 책임론을 앞세우면서

윤석민을 동정하는 입장이다.

두 부류 모두 맞는 말이다. 결국 같은 얘기지만, 야구가 어쩔수 없이 역전패할수는 있지만 마치

역전패로 몰고가는 듯한 감독의 투수교체나 경기운용을 보면 팬들이 보기에도 이처럼 답답하고

답이 없는데 옆에서 그 감독의 지시를 받고 경기에 임하는선수들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답답할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십분 그런 감정들을 이해한다 할지라도 '승'을 챙기지 못했다해서 투수의 생명인 팔을

자해한 윤석민의 행동은 중징계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날 바로 재활군으로 보냈고, 향후

덕아웃에서 과도한 분풀이 금지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이는 윤석민에 대한 징계로 보긴 어렵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재활기간이 끝날때까지라도 2군행을 지시하고 자숙하도록 조치함이 마땅하다.

 

기아는 윤석민이라는 '투수'에 2억2천만원짜리 계약을 했다. 그 속엔 몇승이상 해야한다는 옵션이

붙은것도 아니다. 다만 그 투수의 능력을 보고 거액을 준것이다. 그런데 순간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6주이상 로테이션에서 빠지게 됐으니 구단에 큰 피해를 준것은 물론이거니와 더군다나

그 이유가 스스로의 자해이니 이는 계약위반이다. 중징계감이다.

 

윤석민이 징계를 받아야하는 이유는 단지 로테이션에서 빠진것 뿐만이 아니라 이후에 팀분위기

를 저해한 이유도 있다. 로페즈로부터 시작된 분풀이는 윤석민의 자해에 이어 서재응까지

이어졌고, 이는 곧 투수들이 야수들을 믿지못하고 분풀이를 하는 모양새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어린투수가 고참들 앞에서 모자를 집어던지고 주먹으로 라커를 치질않나, 고참투수가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씩씩거릴때 후배 야수들은 덕아웃에서 얼마나 눈치가 보일것인가.

실책해서 실점하자 쓰레기통을 걷어차며 박기남과 안치홍을 향해 원망하던 로페즈의 행동.

이는 모두 팀분위기를 저해하며 못하더라도 잘해보자는 격려가 아니라 니탓이라는 원망과

책임 떠넘기일 뿐이다.

 

기아 구단과 코칭스탭은 단순히 덕아웃에서 과도한 분풀이 금지가 말뿐만이 아니라 철저히

지켜지도록 선수들을 다잡기 바란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들의 분풀이가 흔한일

일지라도 아직 한국 프로야구에서 감독, 코치, 고참들 앞에서 그런 분풀이는 익숙치도 않고

용납되지도 않는 행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토록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도 화가나게 만드는 경기운용을 바꾸기를

조범현감독에게 간언한다. 경기를 보는 눈이 부족하고 능력이 없으면 그러한 능력을 가진

코치를 중용하고 조언을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언제까지 노트를 뒤적이며 데이터만 찾고있다

경기를 그르칠것인가! 윤석민 사건이 있던날 경기후 코멘트에 그날 경기 패인은 본인에게 있다

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참 다행이다. 그런데 중요한건 그날경기 뿐이 아니라

올시즌 열경기 이상이 조범현감독의 경기운용때문에 졌다는것도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윤석민의 별명은 '어린이'다. 앳된 얼굴로 해맑게 웃는 표정은 나이에 상관없이 그를 순진난만한

어린이처럼 보이게 하고, 윤석민을 사랑하는 팬들은 좋은의미에서 '어린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윤석민 본인은 '어린이'란 별명을 싫어한다.

나약하고 어리게 보이는것 같다는 것이 이유다. 자신을 '어른스럽게'봐줬으면 하는 바램을 보여

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윤석민은 정말 '어린이'라는걸 증명했다. 어른이라면 결코

보여서는 안되는 모습을 보였거니와 순간적인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는 어린모습을 만천하에

보이지 않았는가. 정말 '어른스럽게'보이고 싶다면 그에 따른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