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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아! 어머니.. '울엄마 참 예쁘다'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그리고 표지 그림을 보던 순간도, 이 책이 어떤

책일지, 무엇을 얘기할지 어느정도 짐작을 했었다. <울엄마 참 예쁘다>라는

제목 위에 작은글씨로 적힌 '아들을 오빠라 부르는'.



맞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얘기다. 올망졸망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청춘남녀의

연애담도 아닌 치매걸린 어머니를 수발드는 아들의 얘기임에도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었다. 보통 치매 환자가 집안에 있으면 시설로 모시든지 아니면 딸이나,

며느리가 수발하는 모습은 봐왔어도 아들이 직접 어머니 식사챙기고, 대소변

치우고, 목욕시키며 수발드는 모습은 흔치않다. 이 글의 저자 김수복은 자칭

부모 속깨나 썩이던 문제아였단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고, 동네

양아치들과 어울려 다녀 어른들로부터 '언제 사람될래?'라는 말도 들었다니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이 간다. 그래도 스스로 뒤늦게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고, 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기도 했으니 늦게 철든

케이스라고 할까? 한번 결혼과 이혼을 거쳐 어머니와 함께 사는데 그런 아들을

묵묵히 지원해주고 이해해주던 어머니가 덜컥 치매에 걸리고 만것이다. 저자는

손수 어머니를 모시면서 그간 잊고있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되간다는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아들을 오빠라 부르기도, 때로는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하는 어머니지만 그러다가

어느순간 정신이 돌아오면 옛날 기억도 또렷하고, 여느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럴때면 병간호 하는 이들은 이 긍정적인 신호에 흥분하며,

어떻게든 제정신을 붙들고 계시도록 모든걸 다 해보지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정신을 놓고 세살 아기로 돌아가 버리는 어머니... 따뜻한 봄날 바람을 쐬게 해

드리려고 저수지로 드라이브해서 내리시라고 하면 물에 빠뜨리려고 할까봐

무서워서 꼭꼭 숨어버리고, 산길이라도 산책하자 하면 산에 버리고 가버릴까봐

안나서려고 하는 어머니. 목욕을 안하겠다고 박박우겨대 아들과 씨름을 하고,

종이란 종이는 다 찢어서 책과 신문등을 치워버렸더니 벽지를 찢고 계시는

어머니.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잠시만 다른데 집중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사라지고 안보이는...



치매. 예전엔 노망 났다고 불렀고, 영어로는 알츠하이머병이라고도 하는 이 병은

완치가 힘들고, 주위사람들까지 진을 빼게 만드는 몹쓸병이다. 그렇게 단아하고,

점잖았던 분들이 치매에 걸리면 완전히 망가져버리지 않던가. 본인에게도, 가족

에게도 몹쓸 이 병이 그런데, 또 너무 흔하다. 외할머니가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기에

우리 어머니도 노심초사 연세가 드실수록 불안해 하신다. 그렇기에 더 책속 이야기

가 남 이야기 같지않게 느껴졌을수도...



김수복님은 어머니를 간병인에게 맡기지도, 요양원에 보내지도 않고 손수 어머니를

돌보면서 살고있다. 그러면서 그간 있었던 일들이 웃긴 에피소드도 한가득, 코가

시큰한 슬픈 에피소드도 한가득이다. 곳곳에 지금의 어머니 모습과 오버랩되는

과거의 꼿꼿하고 정다웠던 어머니를 회상하는 대목을 읽고있자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게 된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머니란 이름만 들어도 코끝이

시큰해지는 법. 그러면서 나는 과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 저자처럼 봉양할수

있을까? 못할거야.. 둘도없는 효자인척 생색을 내기만 했지,

나를 낳고 기르시면서 금이야, 옥이야 키우신 어머니의 반의 반이라도 우리가

어머니를 위해 살수 있겠는가 말이다...



가슴 따뜻한 책을 만났다. 꼭 읽어보길 이웃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울 엄마 참 예쁘다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김수복
출판 : 어바웃어북 20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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