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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재미까지 곁들인 심리치유 에세이, '나는 나를 위로한다'


정신과 분야에서 소문난 명의라는 이홍식 박사님의 심리치유 에세이다.

얼마전 이와 유사한 심리치유 에세이를 읽으면서 상당히 공감도 가고, 좋은 느낌을 가졌기에 이 책도 기대가 컷다. 이홍식 박사는 누구일까? 알지 못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꽤 유명하신 이 분야의 명의라고 한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 주임교수,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병원장을 지내셨고, 대한 정신약물학회 회장, 대한 정신분열병학회 회장, 한국 자살예방협회 회장도 역임하셨단다. 워낙 이 분야가 접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최고 권위를 가지신 정신과 의사선생님이시다..
 

사람들이 살면서 어려움을 겪고, 그 어려움이 정신까지 피폐하게 만들어 삶의 의욕을 잃거나 분노할때, 이들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고 삶의 희망을 갖게하는 최고 권위의 정신과 의사라는 이 분의 책이, 역설스럽게도 첫장부터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내게 도움을 구하는 많은 환자들, 온갖 사연과 갈등의 이야기 속에는 외로움, 미움, 분노, 적대감, 죄의식 등이 뒤엉켜있다. 이런 부정적 감정들이 내게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전이되어 올 때 나도 너무 힘들고 우울해진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사람이니 환자들이 털어놓는 온갖 부정적인 얘길 듣고있으면 자연히 따라서 같이 우울해진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말을 의사선생님이 직접 고백하니 웃기기도 하고, 한층 더 인간적인 모습이 엿보여 믿음이 간다.


앞의 여인은 벌써 30분 가까이 3년전 남편의 외박에 대해 테이프를 틀어놓은듯 반복한다. 밖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랑곳없이, 나의 표정도 살피지 않고, 줄곧 신세타령만 늘어놓는다. 나도 모르게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리고 꼬집는다. 얼굴표정이 일그러지지 않기 위해, 화를 참기 위해,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부정적이고 우울한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 정신과 의사도 함께 우울증에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고, 또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술을 마시고 하다가 건강에 적신호가 오게 됐다는 고백을 들으며, 의사라는 위치에서 독자들을 잠재적인 환자들로 보고, 설교를 한다거나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우리와 똑같은 스트레스 받고, 열받는 사회생활을 하는 보통사람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책은 줄곧 이렇게 진행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 남을 미워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봐라~ 세상 사는것 다 똑같다. 나만 특별한건 아니다~ 등등의 틀에 박힌, 정신과 치료적인 조언이 이 책에는 없다. 다만 자신의 살아온 경험, 또 사랑하는 가족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끼고 사랑했던 아들이 일찍 결혼하겠다고 하여 섭섭했던 이야기, 시집간 딸이 오랫만에 친정에 와서 함께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무척 기뻤다는 이야기, 예전부터 꼭 한번 하고 싶었는게 용기와, 기회가 없어서 못했던 음반취입을 꿈에 어머니를 본 후로 용기내서 기어이 해냈다는 이야기, 끊임없이 걸으면서, 또는 뛰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등 개인사 위주로 글을 써 내려간다.


그러다보니 읽으면서 ’하~ 그 양반 성격 참 괴팍하네..’, ’나 같아도 이럴땐 이런 마음 들겠다’, ’아~ 이럴땐 이렇게 하는것도 한가지 방법이겠구나~’, ’나도 담번에 이런 경우가 생기면 이 분처럼 따라 해봐야지..’ 하는 마음을 들게 한다.

책 표지에서 느껴지던 명상분위기와는 다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책 표지를 좀 더 친근하고 재밌게 꾸몄으면 일반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들고 읽을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름속에 덮힌 산 그림이 고요한 명상 분위기여서 좀 거부감을 느낄수도 있겠다 싶었으니까.


이야기 곳곳에서는 저자가 직접 그린것으로 추정(?) 되는 유화풍의 그림이 소개되고 있다.
(책 어디에도 저자가 그렸다는 말은 없지만, 왠지 직접 그렸을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음..)


이 책은 수필이다. 에세이다. 저자 이홍식 박사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아들과 딸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읽고나면 감동이 남는다. 그리고 위안을 받는다. 세상 살아가는데 위안을 받는다고 해야겠다. 확실히 심리치유 에세이가 맞다. 정신과 의사선생님에게 권위적인 진단과 함께 조언을 받는것보다 이렇게 함께 흉보고, 또는 저자 자신을 흉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느끼게끔 만들어 주니,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에게 이 책이 그만이다 하겠다.


오늘 또 우연히, 좋은 책을 만났다.



나는 나를 위로한다
국내도서>인문
저자 : 이홍식
출판 : 초록나무 201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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