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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싼마오란 작가를 알게해준 책, '허수아비 일기'

난 싼마오란 작가를 알지 못했다. 그러기에 '중국인들을 매혹시킨 싼마오의 신혼일기' 라는


책의 문구나, 2007년 조사한 '현대 중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00인'에서 당당히 6위에


랭크된 작가가 싼마오라는 사실등이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그저 단순히 접해보지 못했던,


-사실 중국문학이라는게 학창시절 읽었던 무협지 말고 딱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중국문학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읽은 책이 바로 싼마오의 <허수아비 일기>였다.


 


 



왠지 중국문학, 또는 중국 작가 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이 사람들간의 소소한 사랑이야기나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보다 대륙의 기질을 물려받아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 의리등 큼직큼직한 소재들로 글을 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허황되고 엉뚱한 상상이었단 말인가~


싼마오는 1943년생인 작가이다. 살아있다면 지금 나이가 69세겠다. 그녀가 활발히 집필활동을


하던 시기라 하더라도 1970년대일테니 지금 소개하고 있는 책 <허수아비 일기>도 그당시 사회상과


문학의 흐름을 따랐을 터이다. 그런데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세련된 문체다. 또한 내가


멍청하게 추측했던 충성과 효도와 의리를 다룬게 아니라 가정생활과 남편이야기, 여자로서 느끼는


일상의 생활, 섬세한 감정등이 줄곧 펼쳐진다. 세상 사는건 중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나, 한국사람


이나 동양권은 다 거기서 거기인가보다. 마치 우리나라 한 여성작가가 자신의 신혼새활과 시댁과의


갈등등을 소탈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책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책의 초입부에 나온 말이 하도 재밌어서 옮겨본다.


청소년기에 본인 스스로가 하도 한심해서 '나는 가짜다' 속이 텅빈 껍데기로만 살아가고 있다~고


자조섞인 한숨을 쉬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그 낯짝도 두껍다는 작은 이웃나라 일본을 배워야겠구나, 즉 좀도둑이 되는거다!



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헉...아주 노골적으로 일본에 대한 반감과 조롱을 담고있다.하긴 1943년에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라온 싼마오 세대의 중국인들이 일본을 향해 갖고있는 
반일감정은 비슷한

세대의 한국인들과 별 다를바 없을터이니..


 


책의 제목 <허수아비 일기>도 세상을 줏대없이 텅빈 껍데기마냥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며 살아가는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지은 제목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싼마오는 전혀 속빈


강정으로 세상을 살아오지도 않았고, 허수아비 마냥 살아오지도 않았음을 알게된다. 그 누구보다


재미있고, 유쾌하며, 현명하고, 모범적인 삶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자신의 성장과정, 유학생활,


그리고 일곱살이나 어린 남편 호세를 만난 과정들과 함께 결혼후 사하라 사막에서의 신혼생활,


그리고 또다시 카나리아 제도로 삶의 터전을 옮겨 살아가는 이야기를 위트있게 써내려간 신혼일기.


우리나라 고부갈등처럼 호세의 시댁식구들과 부딪치면서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날수 없다. 책을 다 읽고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글을 쓴 작가 싼마오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고인이라는 점이다. 바로 손에 잡힐듯한 이웃처럼 느껴지는 이들 부부가


실제로는 1979년 사고로 남편 호세가 세상을 떳고, 작가 자신도 1991년 4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는


걸 깨닫게 되면 참 허탈해진다.


 


작가 싼마오를 뒤늦게 알게된 많은 독자들이 그녀가 생전에 남겼던 다른 작품들도 함께 찾게


된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호세와 결혼후 사하라 사막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며 쓴 책


<사하라 이야기>, 그녀만의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쓴 <흐느끼는 낙타>도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들로 꼽힐것이다.


허수아비 일기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싼마오 / 이지영역
출판 : 좋은생각 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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