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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마음이 춥고 배고플때 가고싶은 곳 '심야 치유 식당'

오늘 재미있는 책 한권을 만났다. 심리 에세이라고 하는데 사실 소설에 가깝다.
정신과 의사 하지현이 쓴 '심야 치유 식당'이 바로 그것이다.
제목도 특이하다. 무엇보다 현직 정신과 의사가 그간 환자를 치료하면서 겪어왔던
유형이나 너무나 열심히 살고있어 정신에 병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독특한 형식의 책에 담아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의사로서 의료의 영역이 갖는 한계를 극복해보고 싶다는 개인적 환상, 그리고 의료의
 
영역에서 만나고 싶지 않고 그냥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고 싶다는 일반인의 환상이
 
만날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고 싶었다. 내가 정신과 의사로서 글을 쓰게되면 결국
 
현실의 내가 처한 정체성에서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다. 현실 속의 내가 글 속의 나와
 
언행일치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지배할 것이다. 그래서 픽션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심야치유식당'에서는 전직 대학병원의 정신과 의사인 철주가 등장한다. 바로 저자
하지현의 분신인 셈이다. 저자가 현직의사로서 글을 쓰게되면 아무래도 직업적인
의료영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것을 우려해 전직 정신과 의사라는 주인공을 등장
시킨 픽션을 창작해 낸것이다. 철주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끼고 병원을 나와 허름한
골목길에 매니아를 대상으로 한 바를 개업했다. 손님이 있건없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그 바를 찾는 손님들중 삶을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전직 의사의 경험과 전공지식을 동원해 조언해주고, 심리적인 치료를
해주는 역할을 한다. 철주는 더이상 의사가 아니다. 그리고 그의 바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조언들은 의료행위가 아니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간에 인간대 인간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고, 보다 사람냄새 나는 치료행위가 이루어지는게 가능해졌다.


소설 속 철주는 자기가 운영하는 바를 '식당'이라 부른다. 바로 퇴근 후 바에 들러
한잔의 술과 대화로 피로를 풀고, 스트레스를 푸는 현대인들을 위해 심야 치유식당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이다. 이 식당에는 열명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48일동안 잠 못 든 남자, 음식 중독에 걸린 여자, 밤이 무서운 요리사, 징크스에 갇힌
4번타자, 공황장애에 걸린 남자, 회사원이 된 천재 음악가, 자신감 없는 여자, 직장인
사춘기에 걸린 여자...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이 겪고있는 강박관념과 완벽주의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정신병을 앓고있다고 생각한다.
남들 눈을 의식하며 사는것 자체가 일종의 정신질환일 것이고, 삶에 의욕을 잃고, 작은
문제에도 쉬 짜증을 내고, 화가 나며, 모든걸 떠나서 쉬고싶고, 나만 손해보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 한번 안해보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마치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그리고 겪어왔던 사춘기때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듯 오늘을 살아가며 항상
유쾌하고, 행복한 마음으로만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손님들의 유형이
그러하다. 바로 우리 자신의 얘기이기도 하다.

심적으로 힘들때, 누군가의 위안을 받고싶을때, 무슨 일이든 터놓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할때 사람들은 정신과의 도움을 받아라고 너무나 쉽게 권유한다. 그러면서 꼭 하는 말이
우리나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있어서 정신과 치료받는걸 이상하게 쳐다본다고...서양에서는
누구나 쉽게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런점을 배워야 한다고들 한다.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 이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할까? 아니다. 당장 그 흔한 보험만 해도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는 사람은 보험가입을 거부한다. 이러할진대 어찌 쉽게 정신과를 찾아 도움을 받을수
있겠는가.

만약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거나, 내 자신의 문제가 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궁금한데
차마 정신과를 잦지 못하는 분들이거나, 혹은 나 자신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이유만으로
정신적인 질환이 있다고 의심되는 독자들은 심야치유 식당을 찾아 바텐더 철주의 조언을
들어보길 권유한다. 그런 분들일수록 책에 있는 글귀들이 더 와닿을 것이다.
"마음이 춥고, 배고플 때 가고 싶은 곳, 심야 치유 식당"
"당신의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국내도서>인문
저자 : 하지현
출판 : 푸른숲 20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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