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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수 있을까?' 변호할 수도 있겠다..

독일의 형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가 16년동안
맡았던
1,500 여 사건들중 가장 인상깊었고, 충격적인 사건들 위주로 15편을
골라 책에 담았다. 이 책이 2편인걸 보면 1편에서 다루지 못한 사건들 위주로
소개한듯 보인다.
처음 책 제목을 봤을때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를 난 이렇게 해석
했다.
유죄가 확실한, 또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라 하더라도 항상 법정
에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변호사는 갖은 논리와 말장난으로 살인마를
구하려 노력하고, 간혹
법의 구멍으로 인해 누구나 심증을 갖으면서도 물증의
부족이나, 정신병력, 심신미약을
이유로 무죄로 풀려나거나, 형을 감면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바로 이런 상황을
가리켜 살인마도 용서할수 없는
죄인이지만, 그런 인간같지 않은 죄인을 옹호하고,
무죄를 주장해대는 변호사도
그와 똑같은 인간으로 치부하기 마련이다. 도대체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살인자
를 변호할 수 있을까? 뭣때문에? 돈?
단지 돈이라면 연쇄살인마라 하더라도
무죄라고 주장하며 변호하는 걸까?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다. 이 책의 제목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는
내가 생각했던 바와 전혀 다른 뜻이었다. 비록 살인자라 하더라도 정당방위,
혹은 피해자가 죽어 마땅할만큼 살인자에게 살인의 원인을 제공하는 상황이 발생
할수도 있다. 피해자를 죽이는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을 맞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꼭 피해자를 죽여야만 한다고, 죽여라고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독자들도 있겠다. 이런 경우에도 어찌됐건간에 사람을 죽인 사람은 살인자
이름을 갖게된다. 그리고 이런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있게 마련이다.

자세한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변호사들을 가리켜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5가지
사건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이런 변호사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 책에 소개된 끔찍한 사건들은 모두 독일에서 발생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건들, 그리고 가해자, 또 피해자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나라라고 한들 발생하지
않을
사건은 아니다. 사건의 무대가 대한민국이라 해도 아주 자연스러울만한 사건
들이다. 살인자라면 무조건 처벌해야 하고, 가혹한 형벌을 주어야 할까?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용서받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법이나 인정적인 측면에서도 예외는 있다. 가령 상대가 나를 죽이려할때, 내가
그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임을 당할 상황이라면 정당방위가 인정돼 처벌받지
않는다. 또한 수십년간 상대로부터 죽을만큼 고통을 받아왔다는게 인정될때
역시 내가 그를 죽인 사실이 용서를 받는다. 최근에 신문지상에 자주 소개되듯이
수십년간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매를맞고, 폭력에 시달려온 부인이 남편을
죽인 사례, 우울증을 앓던 애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죽인 사례, 책의 내용처럼
남편이 부인을 폭행하며 성적으로 학대하는데 그치지않고 친 딸을 강간하겠다고
나서자 남편을 죽인 사례 등등...어찌됐건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겠지만 이와같이
정상이 참작될 만한 살인자들도 종종 볼수가 있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때로는 살인자를 적극적으로 변호해서
무죄를 이끌어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변호사들이 양심에 기대어 변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인만을 위해 변호했으면 좋겠다. 엉뚱하게 유죄가 명확한
피고자에게 단지 돈만을 이유로 구명하려는 모습은 보이지말고 말이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Ferdinand von Schirach) / 김희상역
출판 : 갤리온 201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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