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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여성작가가 쓴 여성주인공의 홀로서기 성공기 '스턴맨'

 

'스턴맨(Stern Men)'에서 스턴(Stern)은 고물, 배의 후미를 뜻하는 말로 뱃사람들의
용어
로는 '뱃고물꾼'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아니듯이 아마도 영미권
에서도
해안지역이 아니고서는 자주 쓰는 용어는 아닐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이한
제목의 소설이
거친 뱃사람들 손이 아닌 고운 여성의 펜 끝에서 탄생했다. 작가는
엘리자베스 길버트.




상당한 미모의 이 작가는 우리에게 얼마전에 개봉했었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의 원작자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난 그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영화를
본 분들 평은
대체로 두 부류였다. 한 쪽은 쥴리아 로버츠가 자아를 찾아가는 가슴
잔잔하고 따뜻한
여성영화라는 평이고, 다른 한쪽은 현실에선 결코 있을법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부른
여성의 세계일주라는 평이다. 그러고보니 이번 소설
'스턴맨'도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점,
주인공 루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생이야기
라는 점, 결국 루스가 힘든 여정끝에 자아를
찾아가며 홀로서기에 성공한다는 점
등에서 전작들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소설은 첫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놀라움이 시작된다.

워디 해협을 사이에 둔 쌍둥이 섬, '포트 나일스 아일랜드'와 '쿤 헤이븐 아일랜드'의

역사와 유래,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소설은 시작되는데 마치 실제 존재하는
섬의
실재 주민들의 가계도를 보는듯 세심하면서도 상세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
이어서 깜짝
놀랐다. 섬에 처음으로 이주한 가문, 이후의 자손들, 섬들의 우애와
반목, 그러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기질과 문화등이 그 짧은 여덟장 프롤로그 안에
모두 담겨져 있다.


조상도 같고, 문화도 같고, 생업활동도 같고, 무엇 하나 다른것 없는 쌍둥이 섬.
그래서
그 점이 바로 두 섬 사람들간의 갈등과 반목의 이유가 되는 희한한 환경
속에서, 주인공
루스의 출생과 성장, 사랑과 홀로서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손에 땀을 쥐는
사건과 반전 하나 없으면서도, 그래도 책을 한번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오히려 스펙타클하고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이처럼 느린 호흡에 사실적인 묘사의 글을 좋아하는 매니아층도
있을 것이고 그런
이들에게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작품들을 읽는것은 큰 기쁨이 되겠
다는 생각이다.




'스턴맨'을 평한 문구들이다. 상투적인 문구들이지만 이들이 실제로 이 책을 읽었
다면
이보다는 좀 더 후한 평을 내리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지루한 소재를 가지고 지루하지 않게 써내려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