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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박사 개그맨 이윤석이 쓴 '웃음의 과학'





어느정도 나이대가 드신 분들이라면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들의 데뷔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게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개그맨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
에서 진행을 하며 개그를 하던 주병진이다. 물론 그 전에도 배삼룡이나 이주일 같은
원로 코미디언, 개그맨들을 봐왔지만 항상 물을 끼얹고, 때리고, 넘어지고, 바보같던
웃음이 아니라 깔끔한 양복을 입고나와 말로서 웃음을 주던 '개그계의 신사 ' 주병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병진의 인기가 오르자 이전까지 슬랩스틱 코미디는 조용히
자취를 감추고 주병진류의 개그맨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노사연이 가수가 아닌
개그우먼으로 인기를 끌게되었고, 그런 와중에 나왔던 콤비가 서경석, 이윤석 콤비,
김국진, 김용만 콤비였다. 지금은 방송 3사를 누비며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
이지만 데뷔 초기 풋풋한 인상에 버벅대며 노력하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이윤석은 박사 개그맨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사실 남자의 자격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윤석은
웃음으로 인기있던 개그맨은 아니었다. 그러기에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웃기는 개그맨이 아니라 늘상 약골이란 이미지를 제외하면 똑똑한 개그맨, 지적인
개그맨, 박사 개그맨과 같은
지적이고 정적인 이미지였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방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가 '웃음의 과학' 이라는 책을 펴냈다. 언제고 한번쯤 책이 나올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지금이었나 보다. 이윤석은 뭔가 있을것 같고, 유식할것 같다는 기대감을
꽤 만족시키는 책이다. 표지의 우스꽝스러운 삽화를 보고, 또는 개그맨이 쓴 책이라는
점때문에,
또는 제목에 들어간 '웃음' 이라는 단어를 보고 지레 이 책이 빵빵 터져주는
유머집이라고 기대하신
분들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깨져버렸다.
어찌보면 딱딱하고 지루할만큼 학술적인 책이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웃음의
학술적인 분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지루하고 딱딱할 수 밖에~
웃음의 정의와 논리를 살펴보기 위해 인간의 진화과정, 감정의 진화과정, 미소의
진화과정을 모두 살펴본 후 비로소 인간이 어떻게 웃을수 있었으며 역사적으로 웃음이
갖는 의미가 어떤것이었는지,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간의 웃음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인용하고 소개하는 문헌들의 면면이 또한 꽤나 전문성이 있고
해박한 글들이다. 책 후면에 따로 표기한 참고문헌들...







거기다 중간중간 예시로 든 문장들에선 귀에 익은 낯선 이름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 시도로 딱딱한 책을 중간중간 재밌게 만들려는 시도가 참신하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수백만년 전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 우리의 조상이 산책을 하고있다.
그의 이름을 경규라 하자. 경규는 뜨거운 태양 빛과 싱그러운 공기를 마음껏
즐기며 수풀 속을 걷고있다. 그런데 갑자기 건너편 수풀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이 보인다...(중략)...

우리의 조상 경규는 오늘도 먹을거리를 찾아 초원을 헤매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다. 국진, 태원, 윤석, 성민, 정진, 형빈과 함께 집단 사냥에 나선 것이다.
...(중략)...



웃음에 대한 다양한 학설과 해석을 읽다보니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 떠오른다.
수도원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예수님이 웃음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받아들이셨나
하는 논쟁과 과연 예수님은 살아있을때 웃은적이 있었느냐로 이어지는 논쟁들..

책을 보며 깔깔거리게 웃게 만들 재미는 없지만 개그맨이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웃음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볼 만 하다. 그러고보니 책의 부제가 이제 눈에 띈다.
'이윤석의 웃기지 않는 과학책'

웃음의 과학
국내도서>인문
저자 : 이윤석
출판 : 사이언스북스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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