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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한국인,죽기전에 꼭 해야할 17가지





최근에 읽고있는 책 두권. 각기 크기와 두께가 다른 탓에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있어 '한국인,죽기전에 꼭 해야할 17가지'를 먼저 읽게됐다.
포스팅 제목이 바로 책 제목이다.
의학박사이자 한국 최초 호스피스 전문의 염창환 박사가 2,000 여명에 이르는 암환자들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 간절한 바램, 소원, 이루지 못할 꿈에 대해 쓴  생생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한편으론 책 제목때문에 자기계발서로 낚이는 분들도 더러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인으로서 죽기전에 꼭 해야할 17가지 일들을 소개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17편의 사례를 들어 그들이 죽기전에 간절히 원하던 바램과 꿈을 소개하며 평상시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여기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숨쉬는것, 물마시는것, 대소변을 보는것과 같은 작은 행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워 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많이 알려져 익숙한 용어인 호스피스 병원.
치료와 회생을 위해 적극적인 처치를 하는곳이 아니라 치료가 불가능한 죽음을 앞둔 말기암환자
들을
 위해 고통없이 죽음을 맞을수 있도록 도와주는 병원이다. 따라서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했다는것 자체가 죽음을 기다린다는 의미도 되겠다. 지금은 호스피스 전문의도 많아졌고, 호스피스 전문병원들도 곳곳에 들어서있지만 초기에도 그랬고 지금도 일부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저자 염창환 박사는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의사이고, 인터넷에 '염창환의 아름다운 세상' 이라는 카페를 개설하여 암환자 및 가족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끼리 소통할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염창환 박사가 고통없이 죽음을 밎도록 도와준 환자수가 2천여명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호스피스 전문의라 할만하다. 이 책에 소개된 17가지 사례들은 모두 말기 암환자들의 사연을 담고있는데 공통점은 모두 병을 알기 직전까지 본인이 암환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평상시와 같이 생활하다가 작은 불편함을 안고 병원에 가서 느닷없이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는 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암환자들이 이와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냥 기침좀 했을뿐인데...그저 소화가 잘 안된다고 생각했을 뿐인데...단지 목이 좀 컬컬했을 뿐인데, 진료받은 병원에서는 말기암이라는 진단과 함께 3개월, 6개월, 1년이라는 시한을 준다. 그럴때 그 당사자와 가족들이 받을 충격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왜 나에게! 하늘도 무심하시지... 안돼, 난 아직 죽을수 없어! 그러다 현실을 인정하고 순응해가다가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고 하지못했던 말과 행동들을 이루려 노력하게 되고 대부분이 끝내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애절한 사연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파오고, 만약 사연들의 주인공들이 끝내 암을 이겨내는 스토리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삶에 대한 의지, 희망만으로 암을 이겨내지는 못한다는 가슴아픈 사실을 확인해야만 했다. 갖은 사연을 가진 이들이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숨을 거두는 이야기들...

내 옆에 있는 고마운 사람, 친구,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그들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 표현하고 말하자. 나중에 언제일지 모르지만 마지막순간 후회하지 않게 말이다.
숨쉬고, 물마시고, 밥먹고, 화장실 가고, 걷고, 뛰는 이런 모든 행위가 가능하다는 걸 항상 감사하고 잊지말자. 이런 기본적인 행위를 하지못해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되면 내 처지를 비관하며 한탄하는 일 따위는 얼마나 사소한 일인지 깨닫게 될테니까.





사실 호스피스 병원이 나에게는 낯설지 않다.
아버지 역시 감기라고 동네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 받으시다가 한달이 넘어서자 큰 병원에 갔다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다. 매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이상이 없었는데 단기간에 그렇게 암이 퍼진건지, 아니면 몸속에 있는 암을 간단한 건강검진으로는 발견할수 없었던건지 그렇게 발병하고 치료하다 돌아가신 것이다. 마지막 순간은 호스피스 병원에 머무셨다. 그때 겪었던 아버지가 고통스러워 하시던 모습,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처지를 비관하고 절망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상황을 겪고있는 간병인과 가족들...
그런 경험을 하고보니 우리가 살고있는 일상에서 삶과 죽음은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라는걸
절실히 알게 되었고,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한다는 진리도 깨닫게 되었다.

항상 모든것에 감사하고 후회없는 마지막 순간을 맞기위해 열심히 살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