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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다빈치코드를 생각나게 하는 '루시퍼의 복음'

장장 삼일에 거쳐 소설 한 권을 뗐다. 이 책을 읽기위해 먼저 도착한 수많은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모두 후순위로 밀려버렸고~ 배송되어 오자마자 단번에 1순위로 집어든 책이 바로 톰 에겔란의

'루시퍼의 복음'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기독교 관련 소설이고 분위기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때와 비슷하다.

 

 


 

 

이 강렬한 눈동자를 보라~ 책 표지가 이러하니, 게다가 제목까지 우리가 익히 수많은 영화에서

보아오던 악마와 사탄의 이름 '루시퍼'가 아닌가! 성당에 다니면서 요한복음, 마태복음, 루가복음

등은 숱하게 들어왔지만 악마를 대표하는 '루시퍼의 복음' 이 있다니... 1순위로 읽을 충분한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본 글중 하나에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영향을

준 작가~"라는 글도 있었다.

자자...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책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바로잡을게 있다. 앞서 언급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영향을 준 작가~"라는 말을

얼핏 들으면 톰 에겔란의 '루시퍼의 복음'에 영향을 받아 후에 댄 브라운이 '다빈치 코드'를

저술했다고 오해할수도 있겠다. 자료를 찾아보니 '루시퍼의 복음'이 노르웨이에서 출간된게

2009년, 즉 작년이고,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출간된건 2006년 3월이 되겠다.

따라서 '다빈치 코드'가 '루시퍼의 복음'보다 3년 앞서 출간됐으니 '다빈치 코드'가 '루시퍼의 복음'

에 영향을 받았을 리는 없고, '댄 브라운' 이라는 작가가 '톰 에겔란' 이라는 작가의 영향을

받은것이라고 이해해야 겠다.

 

또 하나, 이 소설은 기독교 신학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라 '사실' 과 '허구' 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물론 소설을 읽으면서 실제와 착각하지 않겠지만 혹시 일부 독자들이 소설속 '논픽션'과 섞여있는

'픽션'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예전 '다빈치 코드'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때 교황청 및 일부 개신교계가 우려를 표했던 점을 상기하자.

나 역시 '다빈치 코드'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기독교의 감춰진 이면들을 많이 알게됐고 큰 충격을

받은바 있다. 부활절은 예수님이 부활한 날, 성탄절은 예수님이 태어난 날 이라고 알고 있던 내게

부활절이나 성탄절이 시대에 따라 날짜가 바뀌어갔고, 종교적 교리나 예식들이 토속신앙과 각종

신화적 요소들과 결합되어 확립해 나갔다는 점들 알게 된것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과

더불어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여자였고, 예수님의 아기를 낳았으며, 그 후손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다는 설정등은 말 그대로 '설정'이자 작가의 '추리'이다. 거기다 사실감을 묘사하기

위해 '논픽션'인 템플기사단이나 시온수도회, 기독교 교리등을 접목한거고...

유재석의 인기프로 '해피투게더'에 나오는 '사우나 토크'꼭지에서 진행자와 게스트가 말미에 외치는

말을 꼭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설은 소설일뿐 오해하지 말자!!]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은 그냥 패쓰~

 

자꾸 말이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데 오늘의 주인공 '루시퍼의 복음'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성당이나 교회에 다니는 크리스찬들은 당연히 알고있겠지만

타종교나 종교가 없는 분들이 많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교회 다니면 '기독교', 성당 다니면

'천주교' 라고 알고 있다는거... 난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교회를 다니나 성당을 다니나 종교는 모두 '기독교'다. 크리스트교이고 예수님의 이름이 들어간 탓에

예수님 믿는 종교인 것이다. 종교 개혁 이후로 구교와 신교로 분리되고 구교는 천주교, 신교는

개신교라고 표현하는게 옳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성경은 대부분 예수님 탄생 이전의

역사와 예언,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구약'에 기초를 두고있다. 

 

 




'루시퍼의 복음'은 대단히 두꺼운 소설이다.

무려 559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는 보통 우리가 읽는 소설책 두 권 분량이고, 또 실제로 두 권으로 출간

했을때 출판사도 득이 될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통 권당 만원씩 쳐도 두권으로 출간하면

이만원인데 한권에 13,800원의 가격을 책정했으니 출판사의 손해 아닌가? 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암튼 독자들에겐 사소한 부분이지만 고마운 일이다.

 

'다빈치 코드'를 읽을때처럼 해박한 신학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와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작가의 상상력은 거칠게 없이 진행된다. 또한 다빈치코드를 읽으면서 몰랐던 기독교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돼 놀랐듯이 우리가 흔히 접하지 않았던 구약성경에서 '사탄'의 존재가 자주 언급

되온 것에 또한번 놀라게 되었다. 나를 충격에 빠뜨린 책의 첫장 프롤로그 페이지의 성경 구절.

 

 

 "하루는 하느님의 아들들이 와서 주님앞에 섰는데, 사탄도 그들과 함께 서있었다.

 주께서 사탄에게 "어디를 갔다가 오는 길이냐?" 하고 물으셨다.

 사탄은 주께 "땅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는 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욥기 1장 6~7절

 

 

교회사에서 AD 325년에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에 의해 개최된 '니케아 공의회'는 상당히

중요한 역사로 기록되는데 예수님의 신성과 관련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부활절 날자를 변경

했으며 구약의 일부를 폐기한 가톨릭 공식회의였기 때문이다.(여기서 나는 가톨릭이라 칭하였지만

종교개혁 전이므로 지금의 개신교, 천주교가 모두 해당된다고 하겠다)

 

니케아 공의회 전까지 아리우스파에 의해 제기된 예수님은 하느님의 피조물이고 절대 신성은

오직 하느님만이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 이단으로 단죄하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론'을

교리로 확정짓는다. 뿐만아니라 그때까지 유대교와 함께 사용하던 예수 부활의 기념일인 '유월절'을

폐지하고 '춘분 다음의 보름달이 뜬후 첫번째 일요일'을 부활절로 설정하였다. 그런데 소설속에서

니케아 공의회에서 제정된 부활절이 P283 '하지 직후 보름달이 뜬 날로부터 첫번째 일요일'

이라고 소개된 부분은 잘못 번역된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 나오는 핵심 소재인

논쟁의 소지가 되는 '루시퍼의 복음'과 같은 구약의 일부를 모두 폐기처분 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처음 안 사실이지만 루시퍼는 사탄과 다른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울뿐

하느님께 대적해 반란을 일으킨 천사, 그러다 전쟁에 패해 하늘에서 쫒겨난 타락천사, 그리하여

지옥에 떨어져 마귀와 악마의 왕이 된 사탄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즉 루시퍼와 사탄은 같은

존재라고... 소설속의 악마를 추종하는 자들은 '루시퍼의 복음'에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로

재림하듯, 루시퍼의 아들 역시 세상에 나타나고 그로부터 지구의 종말이 올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예견하고 읽어가던 소설의 결말부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으니...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스포를 작렬할 수 없어 참기로 한다. 단순히 책 내용 열거하는것 보다는

직접 읽기를 권한다. 그러자니 줄거리와 결말을 말할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난 책을 읽고나서 혼자 생각하기로 이 책은 천사와 악마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와는 달리 너무 커져버린 결말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을만한

소설이라 평하고 싶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이 소설에 나오는 얘기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듯

기발한 작가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인정하고 본다면 무리가 없을듯 싶다.

별 다섯개를 주며 서평을 마친다.


루시퍼의 복음
국내도서>소설
저자 : 톰 에겔란(Tom Egeland) / 손화수역
출판 : 랜덤하우스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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