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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엄마와 딸, 여자들의 이야기 '과테말라의 염소들'


특이한 제목의 소설을 읽었다. '과테말라의 염소들'
과테말라라~ 과테말라가 어디쯤 있는 나라일까...
남미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사이 어디쯤이 아닐까?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세계지도를 펴보게 되었다.

 

 

 오오~ 남미가 아니었다. 중앙아메리카 미국 밑 멕시코와 국경을 마주한 조그마한 나라.
왜 하필이면 '멕시코의 염소들' 도 아니고 '쿠바의 염소들'도 아닌 '과테말라의 염소들'이란
제목을 지었을까? 이러한 아주 사소한 궁금증은 소설을 읽자마자 바로 풀렸다.

이 소설은 주인공 나와 엄마, 그리고 내 주변인물 P, H, Y, 초코, 딸기와 엄마의 주변인물
외할머니, 외삼촌, 고모, 전선생이 등장인물의 전부이다. 그중에서도 외할머니, 외삼촌,
고모등은 전화통화만 나오는 짧은 주변인일 뿐이고 실상은 나와 엄마 두사람간의
미워하면서도 사랑할수 밖에 없는, 앙숙이자 애증관계인 모녀간의 이야기를 축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서평 제목을 고심하다 '엄마와 딸, 여자들의 이야기'로 이 책을 정의하게 됐다.
어린나이에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재혼도 하지않고 나를 키워온 엄마.
하지만 생계라는 이유로 나보다는 방송국 구성작가라는 '일'을 더 사랑했던 엄마.  
그런 엄마에게 끊임없이 서운함을 느끼며 천성적으로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아 글솜씨가
뛰어나면서도 오로지 엄마에 반기를 들기위해 작가가 되지않으려고 '개그맨' 시험을 치는 나.

딸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표현에 서툴렀던 엄마와 오로지 엄마에게 상처를 주기위해 대립하고
반목했던 딸 사이의 관계가 엄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차츰 풀어져가는 과정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써나간 소설이 '과테말라의 염소들'이다. 아 참, 소설의 첫장에 등장하는 '염소젖을 파는
시장의 상인 호세'도 이 소설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겠구나~ 이 호세라는 인물이야말로
소설을 읽어가면서 번번이 흐름을 끊는 역할을 하고있었는데 이런식이다.

나와 엄마간에 있었던 과거 에피소드들을 전개시키며 점점 재밌어지다가도 갑자기 나레이션처럼
등장하는 <경박하고 호들갑스럽고 과장된 몸짓을 보여줄 것으로 추측되는> 호세가 등장해서
주절주절 자기와 엄마의 인생과 다섯마리의 염소이야기를 지껄여대는 것이다. 이게 왠 쌩뚱맞은
등장이란 말인가... 번번이 한 챕터가 끝날때마다 소설속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을것 같은
과테말라인 호세의 등장은 독서의 몰입을 방해했고,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이중 구도로 글을
써갔을까 하는 호기심(솔직히 말하면 짜증)이 일기도 했었다. 그러다 작품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아~ 이 두 이야기가 결국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속의 '나와 엄마'관계를 설명해주는
큰 틀이었구나~ 라는 점을 깨닫게 되고... 정작 호세와 호세 어머니, 그리고 다섯마리의 염소들은
바로 나와 엄마, 그리고 엄마의 일을 뜻하는 것이었다..

작가 김애현의 이력이 특이하다. 2006년 데뷔했는데 한국일보에 <카리스마 스탭>, 강원일보에
<빠삐루파 빠삐루파>, 전북일보에 가 한꺼번에 당선 '신춘문예 3관왕'으로 화제를
모으며 등단한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참 글솜씨가 좋은 작가구나~ 하는 점을 느낄수 있었다.
'나'라고 하는 1인칭 화법을 씀에도 불구하고 마치 3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한 다리 건너 구경하는
듯한 문체는 냉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주인공 '나'의 감정과 '나'의 행동들이 마치 다른사람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작가의 특색이긴 하겠지만 대사에서 인용되는 " " 표시를 생략하는
바람에 글을 읽다가 인물의 대사인지, 단순한 서술인지 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글의 대부분이
등장인물들간의 대화인데 '따옴표'가 없이 서술되고 있는것이다~ 새로운 시도이긴 한데 적응이
안된 탓에 읽기가 괴로운 면이 있다..

 

 



난 남자고, 아들이고, 아빠라는 존재라서 이러한 엄마와 딸간의 미묘한 감정싸움이나 오해, 서운함을
잘 모른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니 주인공 내가 서운해하고 오해했던 엄마의 본모습과 얼마나 딸을
사랑하는지를 알게되니 그런 엄마를 미워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딸의 말과 행동이 미워진다.

지금 엄마와 다소 거리가 생겨있는 딸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결국 자신들도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늙어가면서 여자라는 걸 잊어가고, 주위에서도 잊게 될테니까...

 

p.s  P27 10째줄의 HH → H, P101 14째줄의 달리 → 달린 으로 오기가 있네요. 참고 바랍니다.

과테말라의 염소들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애현
출판 : 은행나무 201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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