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 전쯤이었나? 처음으로 일본 소설을 읽게 되었다.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라는 스릴러물이었는데 결손 가정과 그안의 따뜻한 형제애를 바탕으로 하는
사건들이 펼쳐져있었다. 그때 내가 서평을 남기면서 적었던 제목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이었었다...오늘 읽은 '해피 버스데이' 역시 가족소설이다. 일전의 '용의 손은 붉게물들고'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가족도 우리가 흔히볼수 있는 평범한 가족은 아니다.
친딸임에도 '낳지 말았어야 했다~'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고, '너 때문에 내인생이 망가졌다'고
주문처럼 외고 다니는, 심지어 딸의 손에 다리미로 일부러 화상을 입히는 이해할수 없는 엄마
시즈요가 등장하고, 그런 엄마에 대항해 여동생을 보호하려는 아들 나오토, 엄마로부터 모진
구박과 박해를 받아 말을 읽게되는 주인공 아스카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내가 일본소설을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보게되는 일본 소설마다 파괴된 가정과 가족애를
되찾아가는 이야기가 소재로 많이 쓰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가족이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해야하는
보금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시위주, 남들을 밟고 올라가야 성공한다는 가정교육,
그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외톨이와 왕따, 이를 받아주지 못하는 가족...이런 환경들이
복합되어 가족의 본성이 파괴되고 친가족을 상대로 하는 끔찍한 범죄들이 생겨나는게 아닐까 하는..
그리고 한국보다 훨씬 그런 모습이 빠르게 시작되는 일본 사회였기에 이런 가족문제들이 소설의
소재로 쓰이지 않나 혼자서만 추측해본다.
어떤분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고도 한다. 소설속 주인공인 초등학교 5학년 소녀
아스카가 너무나 불쌍해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아빠,엄마, 오빠와 함께 네 식구가 살아가지만
누구하나 아스카의 존재를 봐주지 않고,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소외감. 그리고 구박, 그로인해
스스로 목을 조르며 고통을 빠져나오려는 몸부림과 그 결과 얻게되는 실어증까지.
그 과정이 너무나 불쌍해 눈물이 나왔단다.
사회 고발 의식도 있지만 어디까지 이 소설은 가족소설이고 성장소설이다.
저자 아오키 가즈오가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 지도주임 및 요코하마 시립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는 것으로 봐서 오랜시간 교육계에 몸담은 선생님이고 그동안 봐온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의 교육 카운슬러로의 경험을 살려 아동학대, 왕따같은 소재로 글을 써온 분이라
'해피 버스데이' 역시 큰 틀에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성장소설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정작 이 소설을 읽어야 할 사람은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님이 아닐까 싶다.
항상 보아온 우리 아들,딸들, 우리반 학생들이 어떤 문제로 힘들어하고 자기말을 간절이
들어주길 바라는지...오늘도 무심히게 아침 식탁에서 또는 교실에서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무시하거나 귀찮아하지는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소설속 주인공 아스카가 다음년도에는 꼭 '해피버스데이'가 될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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