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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가 악화되면서 2009년부터 후계구도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3남인 김정은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010년 9월 28일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으로 승격했고, 다음날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되면서 3대째로
이어지는 권력세습이 본격화됐다.
이 책은 현 시국에 발맞춰 발빠르게 후계자 김정은에 대해 분석하는 첫번째 책이 된 셈이고
우리가 모르고 있었고, 알더라도 언뜻 스쳐지나갔던 북한의 권력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줬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교과 과정에 반공교육이라는게 있었다.
아마 나이가 많으신 분들일수록 더 강한 반공교육을 받았을터인데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음에도 도덕책에는 인민군복을 입은 늑대가 총부리를 겨누고 있고, 굶주려 뼈만 앙상한
북한 주민들이 철조망 안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있는 삽화가 그려진 책이 기억난다.
마을 어귀마다 시멘트벽에는 수상한 사람을 보면 신고하라는 표어가 적혀있었고,..
- 북한 주민들은 식량이 없어 굶주린다. - 서로서로 감시속에서 살고있어 김일성을 비난하거나 하면 가족끼리도 부모를, 자식을 신고해서 아오지 탄광에 끌려간다. -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강제로 탁아소에 빼앗기고 일터로 나가 죽도록 일을한다. - 북한 주민들은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살며 하루하루가 생지옥속에서 살고있다 등등.. |
이같은 교육은 자라면서 생각해보니 일면 맞는내용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면만 크게 부각시켜
반공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뻥'도 상당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국민들의 자유가 제한되고, 식량
사정이 안좋아 시골지역에선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게 엄연한 사실이지만 또한 그곳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임을 가르쳐 주지도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80년대 후반이었던가? 한겨례 신문이 창간됐을때 매주 금요일 즈음에 북한관련 소식을
하나의 섹션으로 발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칼라사진과 함께 평양시내와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보게됐는데 그때 받은 문화적 충격이 상당했다. 사진속의 평양시내는 우리나라
70년대 옷차림처럼 패션이 다소 촌스러웠을뿐 평양시내는 고층빌딩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만
있는줄 알았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있다니... 교복입은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학교에
가고있었고,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은 종종걸음으로 평양시내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주말이 되면 대동강변에 연인들이 데이트를 했고, 가족들은 공원에 나와 소풍을 즐겼다.
물론 평양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제법 살만한 사람들의 행보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북한이라는
곳이 사람사는 세계라는걸 모르고 있다가 새로 발견한 느낌이랄까?
1994년 7월 8일 나는 군 복무중이었는데 유격훈련을 받고있었다. 원래 9일이 부대 복귀일이었는데
8일 유격 훈련장에 사이렌 소리가 나더니 스피커를 통해 라디오 방송이 들려왔다. 김일성 사망
특보였다. 아주 어렸을적부터 군복무 할때까지 우리는 김일성이 분단의 원흉이며 김일성만
죽으면 자연히 통일이 되는줄로만 알고있었다. 그런데 그토록 철저하게 믿어왔음에도 북한은
너무도 자연스레 권력이양이 이뤄지고 김일성의 자리에 김정일이 들어섰으며 또 아이들은
김정일만 죽으면 한국은 통일이 된다고 교육받을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게 아닌가.
중앙일보에서 북한전문통인 이영종 기자는 이 책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북한내부 정세와
숨겨져왔던 김정은이라는 인물에 대해 일반인이 알수 없었던 고급정보들을 풀어내고 있다.
뿐만아니라 권력세습에 따르는 암투와 향후 단계별 제왕교육에 따르는 문제점들도 짚어주고
있어 가장 객관적으로 북한의 상황을 짐작할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재밌는 부분은 우리 정부나 외국 보안팀들이 줄곧 다음 후계자는 장남인 김정남이
될것이라고 예상해왔던 부분이다. 그가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발각돼 국제망신을
당하고 추방당한 후 급격히 후계구도가 흔들리게 됐는데 그 대안이 바로 차남 김정철이었다.
정작 이번에 후계자로 낙점된 김정은에 대해서는 그의 본명조차 모르고 있을정도로 전혀
예상밖의 인물인데 김정철이 탈락된 배경을 놓고 건강상의 문제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한다.
우리에게도 생소하듯 북한내부 권력층 내에서도 김정은 카드는 너무 의외인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보호아래 얼마나 빨리 당과 군을 장악하느냐가 관건인데
만약 김정일이 조만간 건강이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권력세습이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을것
같다. 그 이유는 첫째 김정은이 20대 초반의 나이로 너무 어린탓에 노동당과 군부 경험이
부족해 장악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고, 둘째는 북한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원로들이
3대세습을 묵인할것인가, 또 셋째로는 이미 장성해서 일정부분 권력을 잡고있는 장남
김정남과의 왕자의 난이 예견되는 이유도 있다.
이를 의식해 김정은측은 김정남 제거에 돌입한것 같다. 수차에 걸쳐 해외를 떠도는
김정남의 암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
그간 베일에 쌓여있던 김일성 가계의 구성원을 한눈에 파악할수 있고, 현재 북한의 실세와
향후 그려지는 밑그림도 파악할수 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 할지라도 누가
북한의 지도자가 되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 민족의 통일과 평화, 전쟁과도 관련이 된
부분이므로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조그만 관심이라도 갖고 뉴스나 신문을 봤으면 한다.
끝으로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제목과 달리 김정은이란 사람은 어떤사람인가~ 하는 부분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김일성가의 가계도와 실세들의 권력투쟁, 현 북한의 상황등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작 김정은이라는 사람이 어떤사람이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가
권력을 잡았을때 예상되는 남북관계 예상이랄지 하는것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다소 보수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고나 할까?
읽는분들의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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