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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글짓기 교실'과 '라이팅 클럽'


 

 

소설속 주인공의 엄마인 김작가는 계동의 허름한 골목길에 '글짓기 교실'을 열고 조무래기

아이들과 주부들을 상대했고, 딸이자 주인공은 뉴욕의 핵켄색에서 '라이팅 클럽'을 개설

했다. 역시 피는 못속이는 것일까? 글쓰기에 미쳐있는 두 모녀의 이야기가 1인칭 화법으로

끔찍하게 담담하게 펼쳐지는 소설 '라이팅 클럽'

 

강영숙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소설이자 너무나 재밌게 읽은 책이다.

표지에서 보듯 낡은 타자기 한대와 책읽는 여인, 그리고 제목 '라이팅 클럽'이 말해주듯

이 책은 글쓰기에 미쳐있는 두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왜 글을 쓰는가,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얘기한다. 책에 소개된 작가 소개에 의하면 강영숙은 1967년생이고, 고교졸업후

무역회사 타이피스트로 일하다 1988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한다. 십년후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가 활동을 시작했는데 '8월의 식사',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빨강속의 검정에 대하여', '리나' 를 펴냈다.

 

소설가 오정희에 의하면 강영숙은 "소설 속 인물들의 발화점에 이른 긴장과 뜨거움과

위태로움이 독특한 미학을 이루며, 인간이 자기 안의 공동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어가는

가를 마치 임상보고서처럼 냉정한 문체로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다"라고 평가되는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라고 표현되어 있다. 너무 어려운 말 다 빼고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사건의 진행, 위기등을

마치 임상 보고서처럼 냉정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는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1인칭 화법이라 독자로 하여금 더 쉽게 작품속에 녹아들어 주인공과 나 자신을 동화되게

하는데 반해 지루하리만큼 위기감 없이 냉정한 문체로 풀어나감에도 불구하고 잠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 정말 글을 잘 쓰는구나~"

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만큼...

또한 극중에 주인공이 존경하는 작가로 나오는 J를 통해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독자에게

가르치고 있다. 설명하기와 묘사하기. 열심히 소설을 써갔는데 J는 설명하려 하지말고

묘사를 하라고 조언한다. 인물의 심리에 대해, 상황에 대해... 다음번에 묘사했다고 글을

써가자 "이렇게 주인공이 한 행동을 나열한다고 해서 좋은 문장이 되지는 않아"라고 한다.

 

 물론 지금은 내 말을 잘 모를거야. 하지만 간결하고 분명한 묘사 뒤에 반드시 작가의 사고

과정이 드러나야 해. 그런건 묘사가 아니라 진술이지. 작가의 사고, 작가의 판단에서 오는

힘이 있는 진술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 이렇게 주인공이 기차 타고 갔다가 기차 타고 오는

과정을 보여주는게 소설의 다는 아니라구. 묘사와 진술 그 두가지가 적절히 섞여야 해.

좋은 문장이란, 좋은 소설이란 그런거야...

 

 



이 글을 쓰고있는 아빠소와 이 글을 읽고있는 이웃 블로거들은 모두 '글쓰기'와

무관할 수 없다. SNS, 블로그, 미니홈피와 같이 '1인 미디어'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매일같이 단문과 장문의 글을 쓰면서 살고있지 않은가!

똑같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겨도 어떤 글은 베스트가 되고 어떤 글은 조회수 '0'에

묶인채 날마다 새롭게 쏟아지는 다른 글들에 묻혀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쓰는 블로그의

포스트는 어떤 글이 좋은글이고 어떤글이 쓰레기인가...

 

써도 미치고, 안써도 미치는 글쟁이들의 숙명적인 운명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천상

'솜씨좋은 글쟁이' 강영숙의 작품을 만나보자. 이 책 역시 11월의 강추 소설로 기록될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