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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미치다

기아의 2군, 기회는 반드시 온다.그리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매년 각 프로팀에는 십여명의 신인선수들이 큰 포부를 안고 입단한다. 또한 입단식과 계약금을 받지

못하면서 신고선수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기아만 해도 2010년을 앞두고 8명의 신인들과 계약을

했고 신고선수로 7명을 데려왔다. 도합 15명의 신인들이 입단한 셈인데 이처럼 매년 입단한 선수

들만큼 조용히 사라지는 선수들도 있게 마련. 그중에선 화려한 현역생활을 마치고 은퇴하는 경우도

있고,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선수생활을 이어오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도 있겠다.

하지만 퇴단하는 선수들의 대부분은 제대로 1군 경기도 뛰어보지 못하고 유망주로만 전전하다 끝내

자리를 잡지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안타깝게도, 대부분이다.

그런데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은 최소한 아마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선수들 아닌가.

매년 전국 56개 고교에서 400~500명의 선수들이 배출되고, 33개 대학에서 200여명의 선수들이 배출

된다. 그 600~700명 선수들중에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상위20%내의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임에도 1군경기에서 뛰어보지도 못하고 쓸쓸히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혹독한 조건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훈,홍재호,이제우,임한용,이인행,임기준,심동섭 이들중 누가 살아남을것인가)

 

첫째 출중한 실력을 보여줘야한다. 수많은 입단동기들 가운데서 출중한 실력을 보여 코칭스텝의 눈에

들어야 1군승격의 기회를 잡기 때문이다.

둘째,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나야하는 만큼 주전선수들의 부상이나 오랜 부진이 있어야한다.

아무리 2군에서 출중한 실력을 보여준다해도 1군에 자리가 나지 않으면 말짱도로묵. 그러기에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나 부진은 그들에겐 최고의 기회가 되는것이다.

셋째, 가령 어렵게 자리가 나서 1군에 출장하게 되더라도 단기간에 인상깊은 성적을 내야한다.

프로구단의 감독들은 신인들을 못미더워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주전선수들은 단기간의 슬럼프나

성적에도 인내심을 가져주는 경향이 있다. 어렵게 출전한 1군경기에서 5~6경기안에 인상깊은 활약을

하지못하면 다시 2군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런후에는 다시 첫번째 조건부터 만족

시켜야한다. 참으로 어려운 과정이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친후에 눈에 띄어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몇몇 있고 나머지 대다수는 3~4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2군에서 활동하다 조용히

사라지게 되는거다.

하지만 지금 각 구단의 주전선수들은 모두 이같은 과정을 거쳐온 선수들이니 이들은 실력도 실력이

지만 운도 좋았던 경우라 할수있다. 2009년 입단한 기아의 안치홍은 서울고 재학시절 뛰어난 실력

으로 청소년 국가대표에서 활동했고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였고 2차지명 전체1순위

로 기아에 입단해서 바로 첫해 주전2루수를 꽤차고 좋은 활약을 보이다 지금은 부동의 주전선수가

된 경우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고교때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아의 2루수였던 김종국이

건재했다면 그리 쉽게 주전자리를 차지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은 안치홍

이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이는 아주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예외라는 말이다. 하나부터

셋까지의 조건들이 용케도 한 시기에 맞아떨어진 경우이고 대다수의 유망주들에게는 위의 사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안치홍은 입단첫해 주전2루를 꽤차고 올스타에 선정됐으며 최연소 MVP가 됐다)

 

지금 기아2군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주어졌다. 철밥통으로 보였던 전년도 우승멤버들로

구성된 1군에 자리가 구멍이 숭숭 뚫려있지 않은가. 한두자리도 아니다. 무더기로 비어있다.

유격수 이현곤, 3루수 김상현, 포수 김상훈, 외야 김원섭, 이종범등이 부상 또는 부진으로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만년 백업으로만 머물것 같던 박기남, 김선빈, 차일목이 기회를 잡고 주전으로

부상했으며 외야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종환, 이영수, 최용규등에게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이에 덧붙에 최근에는 김형철, 홍재호가 1군에 올라왔다. 기아야구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2군백업 선수들이 8명씩이나 무더기로 기회를 잡고있는것이다. 평소같으면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어찌 짐작했겠는가. 그간 철치부심하며 꾸준히 땀을 흘려온 선수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한다.

여기서 살아남는 선수는 소수이다. 소위 준비된 자만이 그 자리를 차지할수있다.

그런 선수들은 설령 한두경기 성적이 안좋아도 코칭스텝과 팬들이 안다. 그들은 눈빛부터가 다르다.

매타석마다 절박함이 묻어나온다.

부디 기아팀을 위해, 그리고 기아를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멋지게 올라서는 선수들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인생에 몇번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힘껏 잡길 바란다. 

 

(2009년 입단식 순서없이 안치홍,정용운,손정훈,박상혁,양동일,윤효섭,유승룡,유희봉,장태성)

 

(2008년 입단식 김선빈,백용환,최용규,박진영,박상신,나지완,전태현)

 

(2007년 입단식 순서없이 이인철, 조동현, 박윤식, 김주현, 권윤민, 오준형, 양현종, 김연훈, 이호신, 성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