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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하염없이 우는 딸을 달래다 끝난영화 <마음이2>

모처럼 가족끼리 극장으로 피서가자며 선정한 영화 <마음이2>

아시다시피 마음이~라는 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2006년 상영했던 영화의 후속편임에도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는 전혀 다른 영화다.

 

 

 

 

1편 상영시 호평이 이어졌고, 6살, 3살난 어린딸들과 같이 보기엔 'TV 동물농장'처럼 부담없다

싶어 고른 영화인데 아뿔싸.. 우리딸의 성향을 너무 모르고 있었음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다는걸 알게 되었다.

 

잠시 영화이야기를 해보자.

 

 

 

 

감독이 이정철이다. 이정철 감독? 누굴까?

전혀 모르겠다. 영화에 대해 많이 아는건 아니지만 '한국영화는 돈주고 안봐. 돈 아깝잖아~'라는

멘트가 국민 공용어였던 시절에도 나는 한국영화, 외국영화 가리지 않고 봐온 탓에 왠만한

배우나 감독의 이름은 이처럼 낯설어 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위에서 언급한 '한국영화는 돈주고 안봐~'식의 얘길 잘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잘만든 한국영화들이 오히려 헐리우드 영화를 묵사발을 만드는 시대니까. 하지만 적어도

80, 90년대에는 한국영화들이 스케일 면이나 연출면에서, 그리고 또 소재 역시 헐리우드 영화에

비해 많이 밀렸던게 사실이고, 소위 영화좀 본다는 매니아들은 그런 한국영화를 질 떨어지는

3류영화에 비유하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정철 감독을 잠시 찾아보니, 역시 내놓을만한 작품의 경력이 없는 신예감독이다.

1편을 찍었던 박은형, 오달균감독이 계속 메가폰을 잡은게 아니라 영화 내용이 전혀 별개다보니

감독이 바뀌어도 그다지 무리가 없나보다.

그런데 출연진도 낯설다? 내가 아는 배우는 성동일뿐.. 김정태도, 송중기도, 심지어 달이는

또 누구란 말이냐!

 

달이가 주인공이란다. 그러니까 결국 달이는 '개'다. 영화속 마음이가 진짜 이름은 달이란 얘기다.

레브라도 리트리버. 우리나라에서는 1박2일에 나왔었던 상근이와 더불어 연기가 좀 되는~

스타견공이다. 예전 7~80년대 개를 주인공으로 하던 외국 드라마와 영화들의 기억이 아련이~

떠오르면서 '나홀로 집에'를 응용한 스토리 자체는 사실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떨어지고, 사람 주인공들의 연기력도 떨어지고, 카메라 기법이나 연출력도

부족해 보이고, 마음이와 더불어 영화를 이끌어가는 마음이의 새끼강아지 '장군이'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그간 시도되지 않았던 참신한 소재의

영화화는 높이 평가해줄만 했다. 거기다 국민 감초배우 성동일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더불어 마음이의 연기력 또한 일품이었다.

여지없이 딱 가족영화였다. 그런데...

 

우리딸 꼬꼬가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울기 시작하는거다.

장군이가 보석털이범 성동일에게 잡혀간 후부터.

처음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영화에만 집중하려 했는데, 장군이를 구하기 위한

마음이와 도둑들의 대치가 클라이막스를 향해 갈 무렵부터 아예 소리를 지르면서 우는거다.

"으아아앙~ 무서워, 나 집에 갈래!!!!"

 

달래기도 하고, '쉿, 너 조용히 안해? 뭐가 무서워 무섭긴..웃기기만 하구만. 입다물고 봐'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꼬꼬는 아예 눈을 꼭 감고, 두손으로 귀도 막고 울기만 한다.

그것참...왜 우냐고 달래면서 물어보니 무섭단다.

뭐가?

도둑들이...

좀 있으니까 또 울길래 왜 우냐고 물었더니, 불쌍하단다.

누가?

장군이가...

 

코믹 가족영화를 보러왔다가, 그것도 어린 딸들을 위해 엄마, 아빠가 인셉션도 포기하고

유치빤쓰 마음이~를 보고있는데, 정작 그 딸은 영화 보기 싫다며 집에 가자고 울고있으니..참..

반면에 작은딸 꿀꿀이는 너무나 영화를 잘 본다.

이제 세살. 니가 알면 뭘 알겠냐만은 "아빠, 저기 강아지 이떠여~", "아빠, 멍멍이가 달려요~"

하면서 잘도 본다.

집에 가자고 보채는 큰딸을 애써 무시하고, 조용히 울어라고 윽박지른후 영화를 다보고 나왔

는데 역시나 해피엔드로 끝난탓인지 큰 딸 꼬꼬는 한결 밝은 표정으로 "아빠, 영화 재밌었어요"

한다. 이 웬수.. 영화 보는 내내 창피하게 큰소리로 울어 제끼느라 영화를 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재밌었단다. 그래 뭐가 그렇게 무섭고, 불쌍하더냐..

 

가만 생각해보니 큰딸이나 작은딸이나 영화를 보러온게 이번이 두번째였다.

아직 영화를 재밌게 즐기기엔 커다란 스크린과 음향이 다소 낯설었을 것이고, 순하고 여린

꼬꼬가 보기에 무섭고, 나쁜 악당들이 강아지를 잡아 죽이려는 내용이 꽤나 쇼킹했던 모양이다.

작년 경남 사천의 공룡박물관에 데려갔을때 공룡 울음소리가 녹음기에서 틀어져 나오면

기겁을 하고 두눈과 귀를 꼭 감고, 막으면서 집에갈래~ 울던 생각이 떠오른다.

영화속에서 마음이가 악당들과 대결하다 지쳐 쓰러지면 정말 개가 쓰러져 죽는줄만 알고,

악당들이 마음이를 잡으러 쫒아오면 정말 잡혀서 죽을거라고 생각됐겠지..

 

일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너 참 심하다..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코믹영화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드리는지. 앞으로 종종 영화도 보여주고 담력도 키워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