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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영화,읽은책

<느려도 좋아,달라도 좋아>경쾌하고 발랄한 이웃집 만화가네 이야기

 

 

작가는 선현경이라는 분이다.

작가로서 이름있는 분은 아니고 만화가 이우일의 아내라는 설명이 좀 더 자연스러운~

부부만화가로 활동중인데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정통 문학작품이 아니고 웹툰형식의 가벼운 에세이라 읽기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게 읽을수

있는 책이다. 반은 만화고 반은 에세이라고 할까?

 

우리 이웃의 사는 이야기들인데 부부가 예술가라 그런지 좀 더 개방적이고 깨어있는(?)

사고를 가지고 접하는 이웃들, 사물들, 동물들 이야기와 함께 딸아이 이은서의 육아일기

형식의 에세이.

읽는동안 참 공감도 많이가고, 재밌게 읽었다.

책 제목은 딸 이은서의 육아법과 교육법에 대한 엄마입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여

지은것 같다. 꼭 이 시기엔 이렇게 해야하고, 이걸 배워야하고, 남들 하니까 우리애도 해야하고

이런 교육법에 길들여진 이 시대 엄마들과 다른 선현경의 교육철학이 묻어나있다.

말이 남들보다 조금 늦는다고해서 말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는것도 아니고,

대소변을 또래 애들보다 늦게 가린다고 대소변 못가리는 어른으로 자라는 것도 아니다.

 

"적정시기가 되면 해야할 적당한 일들이 있다고 어른들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도 이제

그런말을 내 딸아이에게 해주어도 좋을 그만한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정시기란건 없는것 같아서 그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줄 수가 없다...중략...

다 자기만의 시간으로 세상을 배우고 또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세상을

살고있다고 남들처럼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일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본문중에서-

남들과 비교해서 느리다고, 다르다고 그게 뒤쳐지거나 실패는 아니라는 거다. 대신 자신의

삶을 자신있게 살아갈수 있는 가치관과 자신감을 심어주는게 육아와 교육의 목표라는...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지만 우리 아내와는 너무나도 다른 생각과 교육철학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아내는 교육이란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세살이전에 감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하고, 5살 이전에 수많은 창작동화를 읽혀주어

창의성을 키워줘야 하고, 5살이후엔 수학동화, 과학동화를 접해줘서 학교교육에 준비해야

하고, 여자아이들은 자연관찰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으니 아주 어릴때부터 흥미위주의

자연관찰 책을 통해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해야하고, 한글은 물론 영어교육도 취학전

시작해야하고...등등...

아이들 교육관이 너무도 명확해서 나의 어줍잖은 '지금 이런책들은 너무 빠르지 않아?' 주의는

도무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사실 내 아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아니 대부분의 엄마들이 경쟁사회에 내 아이가 뒤쳐지지

않기위해 남보다 앞서가는 연습을 시키고 있다. 

창의력을 키워준다는 가베교육을 안하는 집이 어디있으며 갖가지 이름을 달리한 블록들,

프뢰벨, 한솔, 웅진, 몬테소리와 같은 출판사들의 전집이 없는집이 또 어디있을까.

우리 아이 감성을 키워주고 창의력을 키워준다면서 전국에 있는 또래 애들이 똑같은 교재와

교구를 가지고 똑같은 교습법으로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있다. 그러면서 우리 애만큼은

다른애들과 다르길 바란다.

 

나중에 알게된 재밌는 사실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중 하나인 애완고양이

카프카란 애가 혼자서 책도 발간했다는~

 

 

 

 

 

선현경의 남편이자 활발한 활동을 펴고있는 이우일이 고양이 카프카의 눈을 빌어 자기자신과

사람들 세상을 풍자한 에세이집이다.

'고양이가 쓰고 사람이 그리다'라는 문구는 참 기발한 아이디어 아닌가?

 

영화를 보면 한가지 사건을 두고 이해관계가 다른 두사람의 입장에서 다르게 표현하여

교차촬영하는 기법이 있다. 꼭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가족의 일상을 아내와 남편이

각각의 시선으로 가볍게 터치하여 책을 펴낸 셈이니 참 재밌는 가족이고 만화가다.

그 중심에는 페르시안 고양이 카프카가 있다.

 

예전에 강풀작가의 작품을 포스팅한 글에서도 밝혔지만 난 만화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이현세, 박봉성 외에는 별로 아는 작가가 없다.

그러기에 이우일, 선현경이라는 작가는 이 책을 읽기전까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타이밍'을 읽고 강풀의 매력에 빠져 '26년'이라는 작품을 보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를 보고 경쾌한 세상살이 이야기에 빠져 이번엔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을 찾아서 읽을 결심을 하게됐다.

 

거창한 문학작품이 아닌 경쾌하고 섬세하며 가벼운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그리고 휴가철

부담없이 한권의 책이라도 읽고 싶다면, 책장을 여는순간부터 하루에 한권을 완독할수

있는 '느려도 좋아,달라도 좋아'를 추천한다.